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23일(미국시각) 백악관에서 김용(미국명: Jim Yong Kim) 다트머스대총장을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에 지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김용 지명자와 동석한 발표에서 "세계은행은 빈곤을 퇴치하고 가난한 국가들의 삶을 향상할 수 있는 중요한 기구이다"라고 강조한 뒤 "김용 총재보다 더 이러한 세계적 기구의 전문성에 맞는 인물은 없다고 본다"라며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발표에서 김 총장의 과거 경력을 일일이 언급한 뒤 "그는 도시와 빈민가, 전 세계 곳곳에서 일한 휼륭한 경험의 소유자이며 그의 개인 성공담은 우리나라는 물론 함께 일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라고 김 총장을 극찬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퇴치 프로그램에 이바지하는 등 의료 보건 분야 전문가인 김용 총장의 이번 발탁은 뜻밖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CNN은 일부에서는 미 의회 기구들의 자금 형성 등과 관련하여 계속 미국인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더 이상 미국인이 독식해서는 안 된다는 압력이 김 총장을 지명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신흥도상국 이해 조화시킨 절묘한 카드 그동안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신흥국은 발표 전날에도 니고지 오콘조웰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천거하는 등 국제 금융기구수장의 미국 독점을 강력히 반대하여 왔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도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을 역임한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하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일 순위로 거론되는 등 유력인사들이 거론되면서 4월의 지명을 위한 연차 총회를 앞두고 오바마의 지명에 촉각이 곤두서왔다.
하지만 아무도 김용 총장의 지명을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따라서 이번 오바마의 김 총장 지명은 이러한 미국 내의 압력과 김 총장의 아프리카에서의 헌신적인 활동과 더불어 신흥국의 바람을 조화시킨 절묘한 카드로 풀이된다.
사실상 세계은행 총재 지명권을 쥔 미국의 낙점으로 김 총장은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오는 4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정식 선임될 것으로 보이며 6월 임기가 끝나는 로버트 졸릭 총재를 대신하여 5년간의 국제금융기구의 수장으로 일하게 된다.
2009년 3월 아시아계 최초로 아이비 리그 대학 총장에 지명된 김 총장은 행동하는 학자로 높은 명성을 얻었으며, 지난 1987년 폴 파머 하버드대 의대 교수와 함께 '파트너 인 헬스'(PIH)라는 의료 단체를 설립한 후 아프리카 일대를 돌며 에이즈퇴치에 주력하는 등 빈민 구호활동을 벌여왔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에 이어 한국은 다시 한번 전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을 세계적 금융기구 수장으로 배출함으로써 한층 더 국제적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