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보전과 환경동계올림픽 실현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7일 강원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5일 가리왕산 중봉과 하봉 능선을 중심으로 생태·환경조사를 벌인 결과, "가리왕산은 우수한 식생 구조를 가진 곳으로 보존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가리왕산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예정지로 지정되면서 지난해부터 환경 파괴 논란을 불러온 곳이다.
대책위가 이번에 현장을 찾아가서 직접 생태·환경조사를 벌이게 된 것은 지난 19일 정선군 주민 일부가 가리왕산 중봉과 하봉에 20년생 이상 되는 수목이 없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데다, 강원도청 시설지원과 최선희 과장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가리왕산 중봉과 하봉에 희귀식생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리왕산을 개발하는 문제와 관련해 대책위는 지금까지 "현재 가리왕산 일대가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돼 있어 보존 가치가 높은 만큼 가리왕산을 대체할 다른 부지를 찾아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활강경기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0.9%에 불과해 심각한 환경 파괴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대책위는 이날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제시하며, 강원도청과 정선군 주민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대책위는 현장 조사 결과, "눈이 너무 많이 쌓여 희귀식물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신갈나무 군락 등이 전체적으로 지배적인 구조로 자리 잡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갈나무는 지름이 60cm에서 1미터 가량 되는 것으로 수령이 최소 50년에서 100년은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대책위는 또 이곳에서 오래된 철쭉 군락과 사스래나무 군락이 존재하는 걸 확인했다. 철쭉 군락은 나무 지름이 20cm 가량으로, 신갈나무와 마찬가지로 수령이 최소 50년에서 최대 100년은 되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고산수종인 사스래나무 군락은 우리나라에서 몇 군데 없는 것으로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국립공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식생 구조이처럼 중봉과 하봉에 최소 50년 이상 되는 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는 것을 확인한 대책위는 이 지역을 국립공원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우수한 식생구조로 절대적 보존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좀 더 체계적인 조사가 이뤄질 경우 멸종위기종 동물이나 초본류들이 상당수 발견될 것으로 예측했다. 대책위는 이 지역이 사실상 100년 이상 되는 오래된 숲으로 원시림에 해당돼, '절대보존지역'으로 남겨두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책위는 또 기존에 발표된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서도 이 지역에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희귀 식물이 분포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8년 한국자원식물학회지에 실린 '가리왕산 일대의 자원식물상의 식생'이라는 제목의 논문에는 희귀자원식물로 '연영초' 등 27종이 발견됐다고 적혀 있다. 2006년 강원도가 펴낸 '중봉 활강 경기장 환경영향저감방안'이라는 보고서 역시 중봉과 하봉 근처에서 '산겨릅나무' 같은 희귀식물과 금강초롱꽃 같은 특산식물이 관찰되었다고 적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 25일 12명의 조사팀을 구성해 눈이 허벅지 높이까지 쌓인 가리왕산 중봉과 하봉 능선을 중심으로 생태·환경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내용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눈이 너무 많이 쌓인 탓에 일부 식물군은 조사가 불가능했으며, 지표 식물까지 조사하려면 눈이 녹는 4월 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19일 대책위를 발족한 이후 강원도청에 2000년 가리왕산 중봉을 활강경기장으로 선정했을 때 사전에 타당성 평가가 이뤄졌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한편, 강원도청과 올림픽조직위에 대체지 모색을 위해 민관공동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4·11 총선 후보자들에게 가리왕산을 대체할 수 있는 활강경기장 부지를 찾기 위해 민관이 공동 조사를 벌이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이후 그 답변 내용을 취합해서 4월 초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