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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외주테이의 박쥐들〉
책겉그림〈외주테이의 박쥐들〉 ⓒ 왕의서재
T.S. 엘리엇이 그랬나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양차대전을 겪던 영국이 실은 '황무지'(荒蕪地)였지요. 전쟁의 폐허 더미 위에 회색빛 공장을 가동시키지만 그건 망각의 겨울잠에 빠져들게 한 꼴이었지요. 산업혁명의 발전과 더불어 정신세계를 온통 황폐하게 만들었으니 말이죠. 파이를 더 키워야 했던 것도 영구권력을 위한 재생의 길이었으니 더욱 잔인한 날이었죠.

우리에게도 4월은 잔인한 달이죠. 뒤주에 쌀은 떨어지고 보리 싹은 이제야 올라왔으니 산과 들로 올라가 나무껍질을 벗겨 피죽을 끓여 먹었죠. 그토록 잔인하던 보릿고개를 뚫고 외자를 유치해 산업기반을 세웠으니 다들 찬사를 보냈지요. 그때의 진리와 생명의 외침은 그 기적소리에 처참히 묻혀 벼렸지요. 공허한 재생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으니 더욱 잔인할 뿐이죠.  

"서울대 대의원회장 유시민과 고려대 총학생회장 신계륜은 심재철의 이런 주장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이 논쟁의 승자는 서울대 학생회장 심재철이었다. 결국 심재철은 내무부장관 김종환과의 통화에서 학생들의 귀가를 보장하면 자진 해산하겠다고 제의했고, 김종환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론입니다. 고마워요. 심재철'을 외치며 멋지게 화답했다. 이로써 20년만에 모인 대규모의 시위인파는 그렇게 어이없이 해산하고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현대사의 비극이 시작되었다."(131쪽)

이동형의 <외주테이의 박쥐들>(왕의 서재)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은 국회에 기생하는 변절자와 기회주의자들을 가려내고 있지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선이 악을 이겨 권선징악의 교훈을 남긴다고 하지만 현실세계에선 욕망의 화신들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여 각종 성공을 거머쥐는 걸 보여주지요.

그건 마르스크와 레닌을 동경하며 사회주의를 이상으로 바라봤다던 김문수가 19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 간판을 업고 부천 소사 지역구에 입후보해 당선된 일이 그렇다고 하죠. 민주화 운동으로 별을 다섯 개나 단 이재오가 김대중을 빨갱이로 공격하며 선봉에 나선 것도 그렇구요.

1994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 고문에 의한 날조라고 고백했던 심재철이 그 시절 어용방송사였다던 MBC 기자로 입사한 것도 그렇고요. 그건 출자총액제한과 보유세 중과세에 대해 적극 반대한 김진표도 다를 바 없고요. 모두 일제의 사쿠라를 국회의사당의 윤중로(輪中路)에 심은 꼴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예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성에 입성할 때였지요. 유대 군중들은 모두들 자기 옷을 벗어 길바닥에 깔았고, 어떤 사람들은 들에서 꺾은 나뭇가지를 길에 활짝 펼쳤지요. 뿐만 아니라 그들은 예수께서 선보인 온갖 기적들을 머리 속에 떠올리며 그를 향해 열렬히 환호하며 소리쳤지요.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호산나,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연거푸 열광하던 그 날이 바로 일요일, 곧 주일인 셈이었죠.

그로부터 닷새 뒤인 금요일 날이었죠. 예수께서는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가신(家臣)에 체포되어 국가내란죄에 휘몰렸지요. 더욱이 종교지도자들의 꼼수로 로마의 빌라도 총독까지 가세하여 예수를 심문하기 시작했지요. 그토록 예수를 따르고 추종하던 군중들도 돌연 예수를 조롱하며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며 난동을 부렸지요. 그 당시의 십자가 형은 옛날 사지를 찢어죽이던 우리식의 거열(車裂)과도 같았지요. 그만큼 엉뚱한 군중심리에 도취된 그들은 예수를 극한 사형장에 내몰았던 것이죠.

그건 예수의 제자들도 다르지 않았지요. 그 전날 목요일 밤 예수께서는 재정담당을 맡고 있던 가롯 유다에게 배신을 당했지요. 그는 종교지도자들에게 은전 30냥을 주고 예수를 팔아넘겼지요. 대제사장의 가신들이 예수를 체포하러 오던 그 밤 예수의 제자들은 모두 달아나버렸지요. 최측근 베드로도 예수를 부인하고 저주하기는 마찬가지였지요. 그런 마당이니 다른 변절자와 기회주의자를 이야기한들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배고픈 군중들은 예나 지금이나 먹고 살아갈 일에 허덕이죠. 지역재개발이 두려운 것도 그곳에서 내몰릴 수 있는 까닭에 있지요. 따지고 보면 보릿고개가 힘들긴 했어도 파이를 더 크게 키워야 하는 지금은 더욱 잔인하죠. 산업혁명과 새마을사업, 뉴타운사업도 결코 다르지 않구요. 그 파이 때문에 결국 예수의 진리와 생명도 무참히 짓밟힌 꼴이었죠.

4월은 분명 잔인한 달이지요. 하지만 '부활의 달'이란 걸 아시나요? 인류의 역사를 B.C와 A.D로 커다란 획을 그은 예수의 부활이 있는 달 말이죠. 많은 변절자와 기회주의자들, 그리고 정치권력에 놀아난 군중들에 의해 예수가 십자가 형틀에 처형되긴 했지만 끝내 무덤을 꿰뚫고 그는 다시 살아났지요. 인류 역사도 사실 잔인함 속에 희망의 꽃을 피워왔지요. 가시밭의 백합화처럼 말이죠.

"2208년 11월 7일,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홍준표는 당직자 회의에서 '미국 대선에서 보수당 참패의 전철을 밟지 말자. 오늘부터 한나라당은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서 신보수로 거듭나는 보수 대 개혁 운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에게 묻겠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보수가 달라진 것이 있는가? 한나라당이 환골탈태했는가? 아마 홍준표는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할 것이다. 당 간판만 바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331쪽)

총선이 곧 다가오죠. 우리 역사도 부활을 맞이하는 4로 맞이했으면 좋겠죠. 많은 변절자와 기회주의자들은 가려내고, 진정으로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인물들을 뽑았으면 좋겠어요. 그것은 그 지역에 사는 군중들의 몫이지요. 이번에는 정치권력에 놀아나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해요. 부디 이 책을 찬찬히 살펴보며 누가 군중을 이용해 먹으며, 누가 사쿠라 짓을 하고 있는지 분별했으면 해요.


와주테이의 박쥐들 - 국회에 기생하는 변절자와 기회주의자

이동형 지음, 왕의서재(2012)


#사쿠라#이동형#〈외주테이의 박쥐들〉#홍준표#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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