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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를 세 번이나 아프게 하고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
"나 밖에 없다고 한 적이 한 두 번이예요."
"…"

"어디 말 좀 해보세요.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내 앞에 설 수 있어요."
"…"

그래 나도 당신 같은 사람하고 같이 살기 싫어요."
"…"
"이 집과 아이들은 절대 줄 수 없으니 너 혼자 나가 잘 먹고 잘 살아 봐"
"…"
"이대로 널 보낼 수 없지. 너 오늘 한 번 죽어봐"
"…"

어제 아침 밥을 먹으면서 아내가 대뜸 지난 밤에 꾼 꿈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옛말이 갑자가 생각나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아내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부모님과 친지들을 모셔놓고 이제 "이 사람하고 같이 살 수 없으니 데려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는 말을 하자 가족들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내가 이렇게 한 이유는 제가 바람을 피워 다른 여자를 집에 데려 왔기 때문입니다. 아내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15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 나는 절대적인 믿음을 주었는가. 아내 앞에 부끄럽지 않는가. 부부란 사랑으로 결혼하지만 신뢰와 희생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한다는 평소 지론이었는데 알게 모르게 아내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내가 이런 꿈을 꾸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듣고. 혹여나 쫓아낼까 봐. 옆에 붙어 다녔습니다
아내에게 꿈 이야기를 듣고. 혹여나 쫓아낼까 봐. 옆에 붙어 다녔습니다 ⓒ 김동수

"꿈이 아니라 현실이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그것을 질문이라고 해요."
"아니 나는 현실에서는 대놓고 '당신 나가'라고 말하기 힘들 잖아요."
"이미 당신과 나 사이에 신뢰가 무너졌는데 시간 끌 필요가 있어요."

"…"
"그래 바람 피우고 싶어요."
"아니.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바람을 피워요."

"당신 꿈에서도 그런 생각하지 마세요."
"당연하지. 당신 없으면 나는 하루도 못 살지. 내가 당신에게 하는 말이 '나 보다 1분만' 더 살아라!' 이거 잖아요."

아이들과 시장을 보고 오면서 주고 받은 이야기입니다. 아내는 단호했습니다. 한 눈 팔았다가는 하루 아침에 홀아비 신세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물론 그럴 능력도 마음도 없는 것이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아내의 이런 단호함은 자신 역시 나만을 위해 살겠노라고 다짐입니다. 1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에 대한 신뢰 그리고 사랑을 간직한 아내가 한없이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내 곁을 떠나지 않은 이유입니다.


#아내#바람#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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