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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짓을 뭐라고 할까요? 옛날엔 닭짓한다고 그랬어요. 원래 닭은 닭짓하지 않았어요. 사람들이 모이를 주고 집도 지어주고 그러면서 바보가 된 것입니다."

 

곽노현의 '질라라비론'에 박수 5번

 

지난 3월 30일 오후 9시쯤. 서울 구로구 영림중학교(교장 박수찬, 음악 중점 학교) 체육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이 학교 학생회 임원 70여 명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질라라비론'을 펼쳤다. 질라라비는 야생 닭을 일컫는 토박이말이다.

 

곽 교육감이 "질라라비는 날아다닐 수 있었다"고 말하자, 학생들 입에서는 "와" 하는 탄성이 터졌다. 체육관 바닥에 앉은 학생들 대부분은 곽 교육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여러분은 본래 질라라비로 태어난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닭짓 요소가 있으면 쳐내세요. 우리 안의 맑은 인간성을 이끌어내자는 게 학생인권조례입니다. 여러분 안의 질라라비 훨훨~"

 

곽 교육감이 5분여 동안 발언하는 사이에 5번의 박수가 터졌다. 스포츠부터 파마까지, 학생들 머리카락은 다 달랐지만 비슷한 머릿속 생각을 가진 '질라라비'들이 친 박수였다.

 

이날 곽 교육감이 이 학교 체육관에 들어선 시간은 오후 7시 56분. 곽 교육감은 슬그머니 뒷자리에 앉았다.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토론회'에 집중한 교사들과 학생들은 곽 교육감이 온 줄 몰랐다.

 

토론에 나선 학생들은 다음처럼 말했다.

 

"교칙은 딱딱해요. 저희한테 원하는 게 너무 많아요."

"점심시간 50분인데 늘려줬으면 좋겠어요. 밥 먹으면 30분밖에 남지 않아 공도 못 차요."

"냉난방 교무실과 교실이 똑 같았으면 좋겠어요."

"복장은 자유롭게. 하지만 너무 시선을 끄는 건 안 돼요."

 

곽 교육감은 지난 달 21일부터 서울지역 초중고를 방문하는 '행복한 학교 올레'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혁신학교와 문화·예술·체육 활성화 학교 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트위터 글 쓴 곽 교육감, 왜 '보내기 버튼' 못 누를까

 

주변 인사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최근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트위터'에 글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보내기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단다. 이 인사는 "떨리는 그의 손가락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밤 9시 10분쯤 영림중을 나선 곽 교육감은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오는 4월 3일 오후2시에 열릴 공판에서 발표할 최후진술문을 쓰기 위해서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사후 후보매수 혐의'로 구속된 곽 교육감에게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1심 선고 뒤 교육감 직에 복귀해 '학교 올레' 등을 벌이고 있지만 2심 선고 형량은 미지수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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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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