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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도서관마다 편법적 자리 맡기(사석화)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한국외국어대학은 지난달 8일 사석화 자리에 대해 사전 고지 없이 즉각 물품 폐기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내렸다.
▲ 사석화 단속 공지 대학교 도서관마다 편법적 자리 맡기(사석화)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한국외국어대학은 지난달 8일 사석화 자리에 대해 사전 고지 없이 즉각 물품 폐기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내렸다.
ⓒ 김사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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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외대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hufslife.com)에서 때 아닌 도서관 사석화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3월 8일 도서관 측이 '도서관 열람실 자리를 무단으로 사석화해 사용하는 이용자의 책과 물품을 본인에게 통보하지 않고 폐기하겠다'고 공지했고, 이에 한 학생이 반발 글을 올리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아이디 만**은 "사석화는 물론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책 폐기는 아니지 않느냐"며 "민법상으로도 중대한 위법사유가 아닌 이상 폐기처분까지는 못 간다, 과도한 조치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에 여러 학생들이 "사석화를 뿌리 뽑기 위해서 예외는 없어야 한다", "사석화는 무거운 책을 들고다니는 선량한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권리 빼앗는 것이다, 당연한 조치다" 등의 의견을 올리면서, 게시판은 한동안 도서관 사석화에 대한 논쟁으로 뜨거웠다.

도서관측 '무공지 책 폐기' 강경책에 학생들 '반발'

취업난에 고시열풍까지 겹치며 대학교 도서관은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그런데 이 중 일부가 사석화, 즉 공공시설인 도서관 열람실에 책 등 개인 물품을 쌓아두고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보였고, 이를 둘러싸고 도서관과 일부 학생 간의 갈등이 종종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립대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 상습적으로 사석화하는 학생들에 대해 30일간 도서관 출입금지와 자료 대출 제한 조치를 내려 법정분쟁까지 간 사례가 있다. 또 한국외대는 최근 사석화된 자리에 대해 당사자에게 사전 고지 없이 '즉각 물품 폐기'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 일부 학생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외대 도서관 학생위원회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사석화된 자리에 대해서 물품 수거 후 보관하였다가 돌려주었는데 그렇게 하니 상습적인 사석화에 대한 방지가 전혀 되지 않았다"며 "사실 사석화라는 것 자체가 편법 아닌가, 사석화로 인한 다른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물품 폐기는 무공지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외대 신아무개(경제학과4)씨는 "하루에 공부하는 분량만 책 4~5권 정도다, 사물함이 있지만 이용이 불편하고 이마저도 부족해 들고 다니는 책들이 더 많다"며 "물론 사석화는 잘못이지만 이용의 불편함과 시설 부족 등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고시생에게 목숨과도 같은 책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 아니냐"고 열을 올렸다.

무인정보시스템으로 열람실 운영하는 성대와 고대

일부에선 도서관 측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사석화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하며 도서관의 이 같은 조치들을 반기고 있다.

서울시립대의 한 학생은 "이전에는 편법적인 도서관 자리 맡기가 굉장히 심했지만 출입금지라는 강경한 조치를 취한 후 사석화 행태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정아무개(정치외교 4)씨는 "즉각 책 폐기가 과도해 보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사석화가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한다"며 "하지만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도서관 열람실 관리 체계 자체에 대한 개선 역시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균관대나 고려대 도서관 등에서는 키오스크(KIOSK) 시스템을 도입해 열람실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키오스크 시스템이란 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정보전달시스템으로 인터넷과 연계되어 실시간으로 도서관 열람실 좌석 사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빈자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자리의 소유권이 명확하므로 사석화를 효율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시스템을 개선하더라도 사석화를 완전히 막기는 쉽지 않다. 성균관대 도서관의 한 관계자는 "많이 줄긴 했지만 (자동배석시스템을 사용하더라도) 원천적으로 편법적인 자리 맡기를 방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결국 물품 수거 등 제재 조치와 함께 꾸준한 캠페인을 통해 사석화를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태그:#도서관, #사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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