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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전국 초중고에 '요보호 학생'의 신체 특이사항, 가족들의 직장, 교우관계 등을 누적 보관하기 위한 '생활지도 도움카드'를 기록하도록 시도교육청에 비공개 공문을 보낸 사실이 3일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일부 시도교육청과 교원단체는 "80년 삼청교육대 입소 근거가 된 학생사찰카드를 부활하려는 것"이라면서 반발할 태세다.

교과부 "유기적인 정보교환, 진급시 정보제공 목적"

 교과부가 제시한 초등학생용 학생카드 첫장.
 교과부가 제시한 초등학생용 학생카드 첫장.
ⓒ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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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는 지난달 26일 16개 시도교육청에 '학생 생활지도 도움카드제(이하 생활카드) 시행 안내'란 제목의 '비공개 6호' 공문과 함께 '생활지도 도움카드 초중고 예시 문서'를 보냈다.

이 공문에서 교과부는 생활카드 작성 목적에 대해 "학생 생활지도 정보의 종합적 누적 관리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 및 생활지도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교사 간의 유기적인 정보교환 및 학년 진급 시에도 지속적인 정보 제공 체제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행일자는 지난 1일이었지만 상당수 시도교육청과 학교는 시행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교과부가 함께 제시한 각각 A4 용지 두 장 분량의 초등학교용, 중고등학교용 생활카드 예시 문서를 보면 '요보호 학생'의 신체 특이사항, 가족들의 직업, 선후배 등의 연락처, 생활지도 누가 기록란을 만들어 놓았다.

특히, 신체 특이사항란에는 요보호 학생의 질병과 신체 특이점을 적도록 했고, 생활지도 누가기록 사항란에는 심리 상담 및 치료내역, 학교폭력 등을 적도록 했다. 가족사항란에는 가족의 건강 및 장애, 국민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의 자료와 함께 가족들의 직업과 직장을 기록토록 했다.

기존엔 이 같은 은밀한 학생 정보는 담임교사가 수첩 등에 따로 적어 관리했다. 하지만 이번 생활카드제 도입에 따라 초등학생은 1∼6학년, 중·고등학생은 각각 1∼3학년 전체를 한 묶음으로 통합 관리한다. 사실상 학교에서 정보를 공유하게 된 것이다.

교과부는 '생활카드 활용요령'에서 "카드는 학교폭력 가해·피해 사실, 상담, 치료 등 학생 생활지도 전반에 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누적 관리를 통해 생활지도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본 자료는 생활지도를 위한 자료로만 활용되어야 하며, 대외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적었다.

이어 교과부는 "생활카드는 진급 시 새로운 담임에게 제공되어야 하며 전출시 원적교에서 전출교로 송부한다, 졸업 시 반드시 폐기 한다"고 명시했다.

 교과부가 제시한 초등학생용 학생카드 둘째 장.
 교과부가 제시한 초등학생용 학생카드 둘째 장.
ⓒ 학생선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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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카드에 대해 한 시도교육청 중견관리는 "학생의 신체 특이점과 전체 가족 직업, 심리 상태 등을 정보 공유 명목으로 수집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금지한 명백한 인권침해"라면서 "인권침해가 명백한 카드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교육청 내부에서 심각하게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도교육청 "인권침해 카드 어떻게 하나..."

박미자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번 교과부의 생활카드는 1980년 삼청교육대로 청소년들을 보낸 근거가 된 학생선도카드와 거의 같다"면서 "학교폭력 예방은 교육환경 개혁과 상담으로 이뤄야 하는 것이지 20년 전 사라진 사찰 기록 형태의 학생선도카드를 부활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과부 김승익 창의체험활동지원팀장은 "기존 학생정보를 담임교사, 생활지도 교사, 상담교사가 제각기 따로 갖고 있는 것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공유하기 위해 학교폭력근절대책에 따라 생활카드제를 도입한 것"이라면서 "국가인권위에서 지적한 가족 직업 수집 금지 등은 학교가 별도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기 때문에 (인권 침해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 팀장은 '선도카드 부활' 지적에 대해서는 "생활카드는 일체 대외비로 하기 때문에 설혹 경찰이 생활카드를 요구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학생선도카드, #학생사찰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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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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