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묘를 쓰지 말라. 묘 쓸 자리에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으라."충남 태안,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을 만든 고(故) 민병갈 박사가 서거 10주기를 맞아 고인의 유작인 천리포수목원 나무 곁으로 돌아간다.
천리포수목원(원장 조연환)은 4월 8일 밀러가든 내 흉상 부근에서 민 박사의 유골을 안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리포수목원은 2002년 민 박사 서거시 결혼도 하지 않고 홀홀단신 수목원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을 쏟았던 고인을 생각해 비공개 지역에 묘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내가 죽으면 묘를 쓰지 말라. 묘 쓸 자리에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으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수목원이 지난 17일 고인의 유골을 수습·화장해 서거 10년 만에 수목장이 치러지게 됐다.
현재 묘터는 설립자가 10년 동안 잠든 곳이라는 작은 표지석이 설치돼 있으며, 향후 민병갈 추모정원(Carl Ferris Miller Memorial Garden)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이날 치러지는 수목장은 사단법인 수목장실천회와 공동 주관으로 진행되며, 천리포수목원 이사회 임원진과 직원을 포함해 진태구 태안군수,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조남조 (사)수목장실천회 고문, 변우혁 (사)수목장실천회 이사장를 비롯해 미국의 유가족도 참여해 150여 명의 내외빈이 참석할 예정이다.
수목원 최수진 팀장은 "고 민병갈 박사의 유골이 천리포수목원 밀러가든 나무 아래 안치된다는 것은 고인의 아름다운 업적과 정신을 널리 계승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서거 10주기를 맞아 그의 업적을 기록한 평전 <나무야 미안해>이 발간됐으며, 앞으로 고인의 도전정신과 철학을 계승하고 공훈을 높이는 학술심포지엄, 추모전시회 개최, 기념사업회 발족 등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 민병갈 박사는 1945년 미 해군 장교로 한국에 와 57년 동안 한국인으로 살면서 태안 천리포일대의 민둥산을 개인의 재산을 출연해 세계가 인증하는 천리포수목원을 만든 사람으로 평생 나무사랑을 실천한 이 땅을 살다간 엘자아르 부피에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고 민병갈 박사의 남다른 나무사랑과 자연애호를 금탑산업훈장으로 보답했고, 국립수목원 '숲의 명예전당'에 그의 공적을 새긴 동판초상을 헌정했다. 그가 제2의 조국에 남긴 선물인 천리포수목원은 현재 1만4천여 종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서 가장 많은 식물 종류가 식재돼 있다. 서해안의 푸른 보석으로도 불린다.
덧붙이는 글 | 바른지역언론연대 태안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