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이 흘러 바다로 향한다고 했던가. 후쿠시마 원전의 고농도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갔다고 한다. 그때 불었던 편서풍은 우리가 입을 피해를 막아줬지만 바다고기의 피해는 염려할 수준에 접어들게 됐다. 지금 당장은 그 피해가 없다고 하더라도 몇 세대에 걸쳐 어떤 피해가 나타날지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그래서 그랬을까. 후쿠시마 사고를 목격한 독일의 메르켈 행정부가 발표한 것 말이다. 독일은 일본을 위로하면서도, 앞으로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들은 원자력 대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확대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했다. 참으로 위대한 '클린 에너지 정책'이다.
놀라운 건 독일과 이웃한 나라들이다. 스위스는 독일이 즉각적인 핵발전소 폐쇄를 결정하자 2034년까지 5기의 핵발전 시설을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에서도 2014년으로 예정된 4기의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핀란드도 현재 건설 중인 핵발전소 이외에 추가적인 신규건설이 없을 것이라고 결정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2011년 5월에 독일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2024년까지 13기를 새롭게 건설할 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할 태세였고, 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원자력 발전소 해외수출까지 내다보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는 전혀 '엉뚱한 클린 에너지 정책' 아닐까.
독일의 탈핵은 어떻게 진행됐나환경운동가 염광희가 쓴 책 <잘가라, 원자력>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독일이 선택한 탈핵 과정을 상세하게 풀어쓴 책이다. 그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바가 무엇일까. 원자력 발전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소리치는 우리나라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 국가들이 어떻게 원자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에너지를 개발해 사용하는지 본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우선 독일이 처한 상황이 우리와 비슷하다. 에너지 빈국이어서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야만 하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독일은 원자력 대신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금융위기 속에서도 독일이 충격을 덜 받은 것은 재생가능에너지 산업 덕분이라고, 애초 재생가능에지에 비판적이었던 메르켈 정부가 인정할 정도다."(본문 11쪽)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탈핵을 결정토록 하게 했을까. 첫째는 체르노빌 사고로 겪은 독일 국민들의 심리적인 공황과 낙진 공포의 경험 때문이고, 둘째는 독일의 반핵·환경운동에 있었다. 셋째로는 냉전의 경험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들이 정부의 원자력 정책을 강력하게 저지하고 파기하도록 이끈 주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핵발전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절반이었던 독일 내 여론은 체르노빌 사고 이후부터 80% 이상 핵발전 반대로 균형의 추가 급격히 기울었다(박란희, 2011). 반핵 시위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사고 한 달이 지난 5월 말, 부활절 주일을 맞이한 바이에른 주 바커스도르프에 약 10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이곳에 예정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본문 69쪽)그만큼 뭐든 한꺼번에 되는 건 없다. 독일정부도 1970년대부터 반핵평화운동에 뛰어든 시민들과 갈등을 빚었고, 1980년 녹색당의 창당과 더불어 핵발전소에 관한 문제를 법정 소송까지 가지고 갈 수 있었다. 1986년에 일어난 체르노빌 사고로 독일 전역에서 경험한 방사능 낙진 세례는 전 국민의 80%를 반핵 찬성에 동참케 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불안불안한 원자력 대신 택해야 할 것원자력 대신에 그들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는 무엇일까. 각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는 태양에너지와 수력발전소와 풍력발전소, 그리고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그것이다. 특별히 '윤데 마을의 바이오에너지 시설'과 '펠트하임에 세워진 풍력발전기'는 전 세계인들이 많이 방문해 친환경 에너지를 배워가는 곳이라고 한다.
물론 그런 흐름은 인근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각 지역을 대상으로 에너지 자립에 관한 프로젝트를 공모했고, 그 중 '삼쇠 섬 에너지 독립 프로젝트'는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한다. 아울러 화석연로 제로를 선언한 스웨덴의 '백셰'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최초의 도시로 손꼽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사실 우리는 독일보다 훨씬 풍부한 태양이 내리쬐고 있고, 바람과 바다와, 바이오가스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그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져올 원자력발전 대신, 세대를 거듭하여 어떤 질병을 유발시킬지도 모를 원자력 발전 대신, 정말로 해가 없는 재생 에너지 개발에 속히 눈을 떠야 하는 건 아닐까.
우리나라는 아직 그 피해를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 후쿠시마 3·11 사고가 일어났을 때 우리에게도 피해가 일어날지 조마조마했고, 그때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도 검토하자고 소리를 쳤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 목소리들은 주춤한 상태. 정말로 우리도 피해를 입어봐야 독일처럼 원전 건설을 중단하자고 소리칠 것인가. 뭐든 평안하고 안전할 때 대비를 해야 하는 게 옳은 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