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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남목구역 후보자. 기호 7번 이성규 후보는 김원배 후보와 통합하고 사퇴 하여 이젠 강대길 후보와 맡붙게 되었다.
 울산 동구 남목구역 후보자. 기호 7번 이성규 후보는 김원배 후보와 통합하고 사퇴 하여 이젠 강대길 후보와 맡붙게 되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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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일)은 울산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거리에는 온통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꽃나들이객들이 많은가 봅니다. 찻길이 막힙니다. 아침부터 벗들이 봄나들이 가자고 전화했습니다.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간다고 했습니다. 4·11 총선 마지막 휴일이고, 저에겐 마지막으로 정치 후보자를 만날 기회였기에 가고 싶은 봄나들이를 마다하고 후보자를 찾아 함께 다녀보기로 했습니다.

"이성규 후보는 진보신당 김원배 후보를 지지하며, 후보직을 사퇴하기로 했습니다. 야권 단일화로 새누리당을 심판합시다."

얼마 전 무소속으로 울산 동구지역 남목 시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로 나섰던 이성규 후보가 사퇴한다는 문자가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김원배 후보가 우리 같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도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7일(토) 오후 볼일 보고 오다가 김원배 후보 사무실에 들러, 내일 일정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내일 아침 7시 30분에 남목 동축사 가는 길 앞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합니다."

사무실은 버스 다니는 큰 길가 건물 3층에 있었습니다. 사무원 한 분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내일 일정을 말해 주었습니다. 8일, 아침 8시 사무실에는 선거 운동원만 있고, 후보는 이미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요즘 주·야간 아르바이트를 다니는데, 몸이 힘들었는지 일찍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김원배 후보를 찾으려고 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니, 조금 있으면 들어 온다며 기다려 보라고 했습니다.

"몸이 매우 힘들어요. 새벽 2시경 잠들어 5시에 깼어요. 일어나 준비해서 후보님과 함께 다녔어요. 6시부터 향우회, 조기회, 산행 버스 다니며 일일이 인사했어요."

기다리고 있으니 젊은 수행원이 사무실에 먼저 들어오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무실에는 중년 여성 몇 분이 아침 선거운동을 마치고, 손에 김밥을 한아름 들고 왔습니다.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고, 다시 선거운동을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밥을 먹고 모여서 "승리를 위하여"를 외치고는 다시 나갔습니다.

후보 운동원은 김밥을 사들고 와서 빨리 먹고 다시 선거운동하러 나갔다.
 후보 운동원은 김밥을 사들고 와서 빨리 먹고 다시 선거운동하러 나갔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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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원은 "오늘은 일요일이라 성당이나 교회를 중심으로 돌고, 오후엔 거리 선전전을 나선다"고 말했습니다. 수행원은 힘든지 의자에 앉아 쉬었고, 김원배 후보는 잠시 다녀오겠다며 나갔습니다. 10시 40분 넘자, 다시 들어 오더니 수행원에게 가자고 했습니다. 수행원이 운전하고 후보가 도착한 곳은 버스로 다섯 정거장쯤 가는 거리에 있는 한 교회에 들어갔습니다.

그 교회서 12시 예배를 마치고 나오며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은 부활절이라고 합니다. 맥반석에 구운 달걀을 두 개씩 주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통합진보당 이은주 국회의원 후보도 그 교회에서 보았습니다. 김 후보 이야기로는 오래전부터 그 교회에 다녔다고 합니다. 교회 안에서 두 분이 잠시 이야기 나누더니, 이 후보가 먼저 교회를 나왔습니다. 저도 옆에서 같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가까운 한 성당으로 갔습니다. 그 성당은 울산대학교 병원 앞 숲 속에 있었습니다. 남목의 한 성당에 가니, 신부님께서 정치인이 오는 것을 극히 꺼린다면서 안으로 못 들어오게 했습니다. 신도 중 한 분이 갑자기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잡아끌었습니다.

"이번이 다섯 번째 도전인데, 이번엔 잘 되었으면 좋겠어."

김 후보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는 그분은 김 후보를 잘 아는 듯보였습니다. 나중에 김 후보에게 물어보니, 2010년 동구의회의원 후보로 출마하여 선거운동하면서 알게 된 주민이라고 합니다. 성당 옆 한 건물 속으로 같이 들어간 김 후보는 한참 후에야 나왔습니다. 그 성당 신도들이 자꾸만 막걸리 한 사발 들고 가라 해서 마시고 왔다고 했습니다.

밥먹으며 김원배 후보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말했다.
 밥먹으며 김원배 후보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말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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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일정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습니다. 식당 계산대 앞에는 여러 선거후보자의 명함이 놓여 있었습니다. 단골인지 식당 주인이 김 후보를 반갑게 맞았습니다. "이번엔 잘 되어야 할 텐데..." 하시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 식당 주인도 김 후보가 이번이 다섯 번째 정치 후보자로 나선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봅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김원배 후보자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정치에 관심가지기 시작했지요. 그때가 아마 대통령 선거를 할 때였을 거에요. 김대중 후보와 박정희 후보가 나와 연설을 했는데, 김 후보가 하는 연설을 듣고는 얼마나 감동했는지 몰라요. 몇 날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어린 나이였는데도 그랬어요. 그래서 저도 김 후보 같은 그런 정치인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지요.

그 해, 우리 집 가세가 기울어서 초등학교만 간신히 마치고, 중·고교는 검정고시로 통과했어요. 혹시, 변 기자님은 급사라는 거 아세요? (안다고 하니까) 그 급사도 해 보고, 구두닦기, 신문팔이를 하면서 공부를 했지요. 신문팔이 한 게 저에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주로 정치면을 자주 봤는데, 그땐 대부분 한자가 많았잖아요. 뜻을 모르면 옥편을 찾아보면서 당시 유명한 정치인 계보를 그림을 그려, 모두 꿰뚫고 있었어요. 게다가 정치 역사 공부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하다 정치외교학과로 대학에 들어가게 된 거죠."

점심을 먹으며 어떤 인연으로 정치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외모로 보기엔 참 학식 있고, 전혀 고생 없이 인생을 산 듯한데, 고생을 많이 하고 살아온 것 같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외무고시를 보기도 했지만, 나이 제한에 걸려 뜻을 못 이루었고, 조영래 변호사를 만나면서 민변 활동을 결심, 사법고시 준비를 했으나 뜻을 못 이루었다 합니다. 그래서 40세가 되면서 포기했다고 합니다.

"저는 열린우리당 시절당 가입을 하고 정당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울산 동구는 특성상 자본이 아니면 탄압받는 곳이잖아요. 이래저래 억압받는 현실이 비정상으로 보였어요. 재벌기업 대표로 있던 사람이 정치하니, 기업조직 자체가 정치화되더라고요. 인증샷을 해서 윗 사람에게 보이는 행태가 어디 정상적인 기업 구조입니까?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이런 정치 구조 속에서 어정쩡한 정치활동은 재벌정치만 돕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진정한 개혁이 뭔지를 심각하게 고민했고 이왕 할 거 노동자 정치 확실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렇게 성찰과 반성을 통해 선택한 당이 진보신당이었어요."

무소속 이성규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내면서 이제 새누리당 강대길 후보와 진보신당 김원배 후보가 1대 1 선거 경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 후보는 정치라는 게 변수가 있어 어찌 될지 유권자가 선택할 일이지만 한번 해 볼만 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김 후보는 지난 2002년 무소속으로 동구의회의원 후보로 나왔으나 낙선했습니다. 그 후 2004년 동구 국회의원 후보, 2006년 동구청장 후보, 2010년 동구의회 후보로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되었습니다. 이번 울산 동구 남목 1, 2, 3동과 주전, 정자 구역 시의원 보궐선거로 다섯 번째 정치 출마를 하게 된 것 입니다. 당선되면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지 궁금했습니다. 김 후보는 솔직하게 자신의 정치관을 말했습니다.

"저는 노동자로 살아본 적이 없지만 노동 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울산은 노동자 도시로 명성을 날리지만 정작 노동자 전문 병원이 없는 게, 늘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공공산재병원 세우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울산은 대기업이 많고 비정규직도 많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도 이제 한국사회에서 큰 문제가 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저도 비정규직 철폐시키는데 함께 하겠습니다. 재벌정치 끊어내고 노동자 서민의 정치를 실현시키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김원배 후보는 다시 선거운동하러 거리로 나섰습니다. 다섯 번째 도전한다는 그의 꿈이 이번엔 이루어질까요? 궁금합니다. 두 후보 중 울산 동구 남목지역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를 선택할지.

남목 삼거리 앞에서 선거유세하는 김원배 후보.
 남목 삼거리 앞에서 선거유세하는 김원배 후보.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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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변창기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울산 동구, #선거,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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