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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이다.

들과 숲에 피어나는 꽃은 제멋대로 피어나는 것 같지만 질서가 있다.

작고 여린 꽃에서부터 숲의 가장 낮은 곳에 사는 것들이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그들이 서둘러 봄을 맞이하는 이유는 더 큰 나무들이 이파리를 내기 전 피어나야 충분히 햇살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둘러 피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보다 더 큰 나무들이 기다렸다 피어나는 것인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이렇게 숲은 약육강식의 세계가 아니라 '더불어 삶'의 현장인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약육강식'의 세상에 대해서 배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것, 자연의 법칙이 우리 인간사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움을 통해서 스스로 절망하는 법을 배우고, 강하지 못하면 당연히 강자들에게 부림당하는 것이라고 배운다.
 
그러나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강자들의 역사요, 강자들의 논리다.
민중의 역사, 억눌린 자의 역사, 연약한 자의 역사가 아니라 지배자의 역사, 억누르는 자의 역사, 강한 자의 역사를 배운다.
 
소위 1%의 가진 자를 위해서 봉사하는 99%의 삶을 당연한 것처럼 배우고, 끊임없이 99%는 1%를 위해 헌신하는 것을 자연의 법칙이요, 인간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경쟁의 대열에서 이미 저만치 앞서 있는 1%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의 경쟁, 그 경쟁에서 밀려나는 것은 모두 자기의 무능력함 때문이라고 배우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자연은 절대로 '약육강식'의 현장이 아니다.
자연은 철저하게 약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것만 가질 뿐이며, 자신을 위해 잉여를 축적하지 않는다. 내일 굶을지언정 오늘의 양식으로 족할 줄 아는 것이다.
 
겨울양식을 저장한다는 다람쥐 같은 종류라도 서너 군데에 도토리를 묻어두면 반드시 한 군데 정도는 잊게 된다고 한다. 그곳에서 도토리가 싹을 틔우는 것이니 도토리가 다람쥐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셈이다.
 
'이용'이라는 말만으로는 그들의 생태적인 삶을 다 담을 수는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은 보이지 않게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철저하게 약자, 연약한 것, 작은 것을 우선적으로 배려함으로 오랜 역사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스럽다'라는 말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이 '자연스러움'을 '약육강식'이라는 이론으로 중무장하고, 자연이 그러하니 인간세상도 당연히 그렇다고 한다. 강자들이 독식을 하면서 약자들이 신음하고, 가난한 자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도 '약자들의 운명'이라고 우격다짐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 세뇌된 이들은 자기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어쩌면 봄꽃이 피어나는 혁명 같은 일은 그들의 자각, 의식화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자기의 한 표가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자신들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 이들을 뽑았을 때 자신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를 깨달을 때에 비로소 선거를 통한 혁명은 가능할 것이다.
 

자연은 예쁜 것들만 피워내질 않는다. 못생긴 것들도 당당하게 피어난다.
남과 자기를 비교하지 않고, 못생겼다고 피어나지 못하게 방해하는 일도 없다. 자연의 천덕꾸러기라고 배척하는 일도 없다. 그냥, 그도 하나의 일부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들이 작다고, 못생겼다고, 연약하다고 큰 것들 혹은 잘생긴 것들 강한 것들이 그들의 삶을 옥죄는 법이 없다.
 
봄 숲을 보라.
아직 연록의 이파리 나기 전에 자잘한 꽃들이 피어나 봄 숲을 물들인다. 그제서야 봄이 자신의 계절인줄 알고 큰 나무에게도 수액을 돌게 한다. 수액이 돈 뒤에도 바로 잎을 내는 것이 아니라, 숲 낮은 곳 피어난 꽃들이 그 삶을 충분히 영위했을 때에야 무성해지는 것이다.
이런 자연이 어찌 '약육강식'이란 말인가! 더불어 삶이다. 철저한 더불어 삶.
 
이번 총선에 더불어 삶을 말하면서도 오로지 강자들, 권력자, 가진 자들을 위해서만 일하는 이들을 심판해야 이 세상도 더불어 삶의 세상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4월 8일과 9일에 담은 사진들입니다.


#흰털괭이눈#약육강식#산괭이눈#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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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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