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4·11 총선이 진짜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때쯤 되면 대충 판세가 그려질 만도 하건만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온갖 이슈들이 표심을 흔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널을 뛰는 언론의 여론조사들이 신뢰성을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을 하는 현실에서, 아주 크게 지지율이 차이 나지 않는 이상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다. 지난 서울시장선거에서도 여론조사 상에선 19%p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던 한명숙-오세훈의 지지율차도 결국은 0.6%p로 드러나지 않았던가. 그러니 최소한 15%p 정도의 차이는 불신할 수밖에.

 

그렇다면 이런 혼돈의 양상 속에서 총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냥 내가 믿고 싶은 바를 믿으면 될까? 아님 다시 한 번 여론조사를 믿어볼까?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는 지금까지 진행된 투표에서 100% 적중률을 기록하는 이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다. 노무현과 이명박을 동시에 찍을 수 있는, 과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번갈아 가면서 찍을 수 있는 소위 무당파들의 의견이야말로 이번에도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확해서가 아니라, 결국 그들이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은 이번에 누구를 찍을까?

 

2030 무당파들,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까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다행히 주위에서 무당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항상 지금의 여당만 찍으시던 주위 어른들과, 항상 지금의 야당만 찍는 주위 친구들과 달리 회사 동료들 중에는 비교적 무당파가 많았다. 노무현을 찍었다가 이명박을 찍은, 열리우리당에게 표를 줬다가 한나라당에게 표를 주는, 오세훈을 지지했다가 박원순을 지지한 그들이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까?

 

지난 5일,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총선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기울였다(이때는 민간인 불법사찰이 정점을 찍고, 한편으론 김용민의 막말이 막 떠오르는 시점이었다). 술이 몇 잔씩 돌고 얼큰해질 무렵, 나는 말을 꺼냈다.

 

기자 : "이번 선거 어떻게 될 것 같아?"

박대리 : "글쎄요. 그래도 이번에는 야당이 되지 않겠어요?"

기자 : "김용민 사건도 터졌는데 야당의 표가 좀 많이 깎이지 않을까?"

조주임 : "큰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8년 전의 일이잖아요. 그냥 인터넷 방송에서 막말한 건데요 뭐. 김구라하고 같이 욕하면서 시시덕거리면서. 우리도 그 정도는 술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다만 문제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고, 그게 알려져서 문제인 거지. 이젠 어차피 여당 찍을 사람은 여당 찍을 거고, 야당 찍을 사람은 야당 찍어요. 언론들이 오버하는 거지. 설마 김용민 때문에 야당 찍을 사람이 여당 찍겠어요? 투표 하려다가 안 하면 모를까. 정동영 노인 폄훼 발언 때는 우리당 찍으려던 사람이 한나라당 찍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니까요. MB가 워낙 삽질을 해놔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균형, 이번엔 야당이..."

 

 

기자 : "그나저나 누구 찍을 건데?"

박대리 : "전 아직 결정 못했어요. 우선 공약부터 보려고요. 그래도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약 아닌가?"

 

기자 : "당은? 어차피 당은 결정해야 하잖아?"

박대리 : "글쎄요. 저는 그냥 제가 뽑은 사람의 당 찍을 거예요. 결국 제가 노무현 찍고 열린우리당 찍은 거나, 이명박 찍고 한나라당 찍은 거나, 어쨌든 사람을 찍었으면 그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그러니까 이번에 투표를 하고 그 사람의 정당을 뽑을 거예요."

기자 : "그럼 12월 대선은? 그때는 이번 총선 결과 보고 이기는 쪽 후보 밀어준다?"

박대리 : "그렇겠죠, 아마?"

 

이대리 : "저는 이번에는 야당 찍을 거예요. 저번에 한나라당이 했으니까 이번에는 이쪽에서 한 번 해야지요. 솔직히 MB가 너무 많이 해먹었잖아요. 권력이 계속 바뀌어야만 그나마 깨끗하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균형이라고 생각해요."

기자 : "그래도 지금의 야당하고 여당을 비교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MB는 4대강에, 천안함에, BBK에, 민간인 불법 사찰에, 총선 후 청문회 꺼리가 어디 한두 개야?"

이대리 :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정도의 문제라 봐요. 어차피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똑같이 못 믿을 존재니까. 민간인 사찰만 봐도 그래요. 그거 뭐, 사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잖아요. 박정희 때부터 정부가 여기저기 사찰하고 다닌다는 거. 다만 MB는 민간인까지 좀 더 심하게 했다는 건데. 여하튼 이번에는 야당이 돼야죠. 그래야 이 정부 청문회도 제대로 하고, 사회가 나아지죠."

 

"나라가 잘 사는 것도 좋지만, 내가 잘 살아야죠"

 

기자 : "고향 부산은 어때?"

이대리 : :글쎄요. 요번에는 그래도 좀 다른 것 같기는 하던데. 어른들이야 여전히 새누리당인데 젊은이들이 좀 다르게 투표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투표율이 문제라고 하죠."

조사원 : "저희 고향 거제는 잘 모르겠어요. 저야 일찌감치 서울에 올라와서 야당 찍는다고 하지만 아직 고향은 새누리당인 듯해요."

 

기자 : "박대리는 투표하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약이 뭐야?"

박대리 : "음. 우선 저한테 이득이 돼야죠. 나라가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우선은 내가 잘 살고부터니까. 우선 전셋값이 좀 떨어졌으면 좋겠고, 아내가 임신했으니까 보육지원 같은 것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기자 : "결국 복지 이야기인데, 그거야 여당이나 야당 다 비슷하지 않아?"

박대리 : "그거야 그렇지만 여당은 못 믿잖아요. 자기네들 지금까지 해온 게 있지."

기자 : "그럼 결국 야당 쪽?"

박대리 : "아마도?"

 

술자리에서의 정치만담은 이걸로 끝이었다. 성질 같아선 조금 더 꼬치꼬치 캐묻고 싶었으나, 어차피 정치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 더 이상의 질문은 무의미한 듯 보였고,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킬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나누었던 대화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최소한 서울에서는 야당의 승산이 높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기존의 관망하던 무당파들이 균형을 위해서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든 야당을 찍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대한민국의 운명이 갈린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2030세대는 이전 세대들과 달리 이념 대신 계급적 이익에 민감한 편이다. 예컨대 당장 지난 대선 때까지 줄곧 야당을 찍어왔던 내 친구는 결혼 이후 강동으로 이사 간 뒤 재건축 아파트에 자신의 이익이 걸리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여당을 찍겠노라고 고백했다. 술을 연거푸 마신 뒤 부끄럽다고는 했지만, 어쨌든 국가의 이익보다는 자신이 먹고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기에 녀석에게 쓴소리도 했지만, 반면 녀석을 보면서 새삼 깨달은 건 2030 세대가 절대 자신의 계급에 반해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또한 이번 술자리 토크에서 우리가 인식해야 될 사실은 대안세력의 중요성이다. 비록 지금은 반MB만을 모토로 적군과 아군이 구분되어 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거대 여당이나 야당을 대신할 수 있는 제3정당의 출현이다. 직장 동료의 말대로 무당파에게 균형이 중요하다면, 기존 정치세력이 아닌 새로운 세력의 출현은 분명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하루, 내일이면 대한민국의 운명이 갈린다. 여론조사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주권을 행사해보자. 정치에 관심 없는 무당파들마저도 투표한다지 않는가.

덧붙이는 글 | 이희동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태그:#총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