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의 우수한 기능을 찾아내어 회화작업에 접목시키는 독특한 기법인 지호법을 통해 새로운 전통회화의 장을 열어온 우전 마진식 화가. 그는 주로 야생화와 연꽃 등 자연 속에서 세상의 진실을 찾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 속에는 늘 꽃이 피고 나비가 날아다닌다. 한지는 닥나무로 만든 재료니 작업의 시작도 자연이고 끝도 자연이다. 이처럼 그가 자연이라는 대명제를 작업의 중심에 두는 것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어릴 적부터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접한 것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의 고향 서산은 그 명칭만 들어도 자연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니 그걸 보고 느끼고 자란 그에게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대학시절에 그는 동양화를 선택했고, 먹을 활용한 무채색 그림을 주로 그렸다고 한다. 하지만 산수화 등 전통 동양화를 담아내는 것이 아닌 민초들의 애환, 쓰러져가는 판자촌 등 어려운 삶이 담겨진 팍팍한 풍경들을 주로 그렸다.
그러한 작업은 그에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찾아가는 하나의 관문이었다. 무채색으로 그려진 민초들의 삶을 그리다가 그 안의 삶과 자신의 삶을 환치시켰다. 별반 다르지 않는 삶들이었다. 그러다 사람들도 어차피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모습을 야생화 등 꽃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무채색의 먹이 주는 느낌도 좋았지만 자신만의 색깔로 산모퉁이든 비탈진 길이든 누가 보든 아니든 피어나고 살아가는 꽃의 기운이 참 좋다.
아울러 동양화의 캔버스인 한지가 주는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 그래서 한지 연구를 위해 전주대 문화산업대학원 한지문화산업학과에서 보다 깊이 있는 한지연구를 마쳤다. 한지는 내구성과 가염성, 통기성, 보존성, 습도조절, 해독성, 항균성 등이 탁월했고 그림을 그렸을 경우 그 질감도 상당히 좋다.
더욱이 그는 자연친화적인 웰빙생활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한지를 이용한 공예품은 분명 선호도가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이를 곧바로 실행에 옮겼단다. 지호 공예작품은 그렇게 만들어졌고, 공예품에 회화를 접목시켜 '우전 마진식'만의 독특한 작품을 발표했다.
지호법은 종이를 잘게 찢어서 물에 불린 뒤, 찹쌀풀과 섞어서 반죽하고 다시 찧거나 만져주면 끈기 있는 종이죽이 되고 이것을 그릇의 골격에 조금씩 붙여가며 말린다. 또, 덧붙이기를 반복한 후 마지막에 골격을 떼어내고 옻칠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이 상당히 많이 드는 작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호 공예작품에 그가 좋아하는 들꽃과 나비 등을 그려 넣었다. 쟁반, 찻상, 식탁, 의자, 등잔대, 화장대 등이 대부분이 생활과 밀접한 공예품이다. 그의 작품은 미적으로도 독특하고 아름다워서 '대한민국 한지대전 금상' '대한민국 문화관광상품대전 특선'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6년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 등을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초청전시회를 가졌던 마 화백은 한지를 탈색해 제작한 회화작품 등으로도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 한미문화예술재단 초청 한지 회화전과 조계사 나무갤러리 민족문화수호기금마련 개인전 등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적인 지호 작가다. 마 작가는 2년 전 초대전을 통해 호응을 얻었던 충남 보령 모산미술관에서 다시 한 번 초청전시회를 열고 있다.
마 작가의 전시회는 5월 31일가지 열린다. 전시회의 주제목은 '又田(우전), 문(門)밖을 나서다'. 전시회에는 우리네 옛 문을 캔버스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있다. 마 작가는 "오래된 문에 서려있는 삶의 애환과 그 안에서 꽃폈던 개개인들의 마음을 야생화를 통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문이라는 존재 가치에 대해 알게 됐다는 이야기다. 한지는 곧 나무이고, 문도 나무라는 사실과 이 접점에서 사람들의 애환과 삶의 정서를 작품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