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북의 달동네인 당고개 주민이다. 철거민들이 무허가 판자촌을 이루고 살던 지역이라 지난 18대 총선에서 뉴타운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던 곳이다. 지금도 여전히 서민들은 '뉴타운 정책'이 하늘의 뜬구름 잡는 공약(空約)이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해 앞집과 뒷집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많은 노원구 주민들이 뉴타운 정책과 자립형 고교 설립이 달동네 서민들인 자신들에게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사실을 표로 증명해 주었다.
투표는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된 헌법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합법적인 권리다. 그 귀중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여든 다섯이신 시어머니와 스물두 살 손자가 함께 사는 '2080' 우리 가족은 이렇게 투표를 하고 있다.
먼저 평소에 이런저런 사회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두고 격렬하게 논쟁을 벌인다. 매스컴을 통해 들은 이야기를 근거로 이야기하는 아이 아버지와 현장에서 발로 뛰는 나와는 보는 시각이 다를 수 밖에 없어 가끔씩 부딪치곤 한다.
삶의 경험이 풍부하고 지혜로우신 시어머니는 가만히 듣고 계시다가 차분하게 의견을 내놓으시거나 의견을 묻는 편이다. 대학생인 아들아이는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않지만 알고 있으니 염려 말라고 한다.
어쨌거나 지난 6.2 지방선거 때처럼 복잡한 경우 이번처럼 지역구와 정당을 나누어 투표를 하는 경우 대선에 우리는 투표장에 가기 전에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투표를 하고 있다.
우리 가족이 투표를 하러 간 오전 8시 반 경에는 투표장이 한산했다. 투표를 마친 후 11시 까지 투표 현황을 지켜보았는데 여젼히 투표장은 한산했다. 투표를 하러 온 분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었다.
출구 조사 요원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었다. 이따금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투표를 마치고 돌아가는 젋은이들도 보였지만 대부분 어르신들은 지팡이를 짚고 혼자 오셔서 힘들게 투표를 하고 돌아갔다.
그분들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저분들도 가족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후보에 대해 잘 알고 꼭 필요한 일꾼을 택해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