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최후의 박빙 지역으로 100표 내외의 초접전을 보였던 부산진갑은 막판 여당 지지표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이 났다. 민주통합당 김영춘 후보는 "패배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발표문을 읽으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당초 야권이 기대했던 낙동강 벨트의 파괴력이 생각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여야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한 부산진갑은 야권의 최후의 보루였다. 불과 11시까지만 하더라도 두 후보의 표차는 100표 내외로 매 시각 순위를 달리하며 다투고 있었다. 부산진구 범전동에 위치한 민주통합당 김영춘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개표 방송을 지켜보던 100여 명의 지지자들은 TV화면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이 지역이 부산 지역 최고 접전지역으로 부각되면서 다른 지역의 선거사무소에 가있던 언론사 기자들도 속속 김 후보의 선거 캠프로 모여들었다. 지지자들은 기자들을 잡고 김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묻기도 했다.
이렇게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3층은 그나마 분위기가 좋은 편이었다. 선거상황실이 위치한 선거사무소 2층은 캠프 관계자들의 심각한 표정에 말조차 붙이기가 쉽지 않았다. 관계자들은 개표장에서 날아드는 득표 현황에 일희일비를 거듭하고 있었다.
12시를 넘어가면서 막판 새누리당 지지표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면서 점점 격차가 벌어져갔다. 상황을 지켜보던 관계자들의 표정도 점점 굳어져만 갔다. 3층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지지자들의 입에서도 탄식이 터져나왔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있다는 50대 남성은 "이런 변화가 없는 사회에서 살 수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는 "차라리 이민을 가든지 해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캠프를 떠났다. 몇몇 지지자들은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무능함을 성토하기도 했다.
12시 30분께 2층 내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김영춘 후보가 지지자들을 찾아왔다. 그는 "저의 패배는 제 노력과 정성이 부족한 탓"이라며 "많은 분들이 호응하고 도와주셨지만 새누리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김 후보는 잠시 고개를 들어 눈물을 삼키며 "저의 도전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한 뒤 "부산 정치가 바뀌고 부산의 미래가 희망차게 열리는 그 날까지 뜻있는 부산시민들과 저의 노력은 줄기차게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 여 동안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로 최고로 행복했다"며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후보가 눈물을 참으며 발표문을 읽어 내려가자 지지자들은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김영춘 후보와 단일화에 합의하며 김 후보를 지원해왔던 통합진보당 이성우 전 후보는 한동안 말 없이 김 후보를 끌어안았고 끝내 김 후보도 눈물을 보였다.
김 후보의 학창시절 동창들은 "영춘아, 울지마라"라고 외치며 김 후보에게 용기를 줬지만 이미 선거 캠프는 적막 속에 훌쩍거림만이 가득했다. 한 지지자는 "국회의원 그거 힘들게 왜 하려그러냐, 바로 대통령 해버리면 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사실상 우리가 이긴 것"이라며 애써 위안을 삼는 지지자도 있었다. 김 후보는 별 다른 말없이 끝까지 캠프를 지켜준 지지자 한 사람, 한 사람을 껴안았다.
마지막 접전지였던 부산진갑마저 새누리당이 가져가게 되면서 민주통합당은 부산에서 2곳 당선이라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