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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987년 5월 군 입대하고, 6월 중순 자대 배치를 받았습니다. 참 재미있는 제도가 있었는 데 신임병들에게 3박 4일 휴가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무조건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총검술과 태권도 시범을 통해 합격을 하면 보내주었습니다. 총검술이야 다하는 것이고, 태권도도 군화만 신으면 1단이라는 말처럼 그냥 보내주기 위한 생색내기 시범이었습니다.

 

하지만 몸이 나무토막인 저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었고, 결국 떨어졌습니다. 선임병에게 얼마나 혼이 났는지 모릅니다. 선임병들은 부대 창설 후 너 같은 나무토막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주 자랑스러운(?) 전통을 세웠던 것이지요.

 

23살 신임병 나무토막, 47살 아빠 되어 들통

 

자랑스러운 나무토막 몸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기사 23살때도 나무토막이었는데 47살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들이를 갔습니다. 걸어 3분 거리에 작은 공원이 있는데 운동기구가 많습니다. 아내는 밥만 먹으면 나가서 운동을 합니다. 공짜로 운동기를 사용할 수 있으니 누이좋고 매부 좋은 일이지요. 딸 아이가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집에서 쉬는 바람에 함께 나갔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나무토막인 것이 들통이 났습니다.

 

"당신도 나처럼 다리 좀 올려보세요."
"나는 안 되는데."
"한 번 올려보라니끼요?"
"너무 힘들어요."
"아니 아빠. 다리가 그 정도 밖에 안 올라가요."

"다리가 펴지지를 않아."

"아빠는 완전 나무토막!"

 

나무토막이라는 딸 아이 말에 그만 풀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나무토막인 걸 어떻게 합니까? 아내는 낙지처럼 몸이 유연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허리돌리고, 다리 찢고, 걷기를 하니 몸이 유연할 수밖에 없지요. 어떤 때는 다리가 일자가 됩니다.

 

아빠는 완벽한 몸매가 아닌 완벽한 나무토막

 

"아빠! 엄마와 내가 시범을 보여줄테니까. 따라 해보세요."

"야 대단하다. 엄마와 딸 정말 멋진 모습이다. 나는 언제쯤 엄마와 너처럼 할 수 있을까?"

"아빠 잘 보세요. 다리를 이렇게 올리고, 팔을 귀에 대고 쭉 뻗어보세요."

"아빠는 도저히 안 된다."

 

낑낑거리는 아빠를 보다 못한 딸은 손까지 잡았습니다. 하지만 다리를 펴지지 않고, 몸도 세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 이를 어떻합니까. 완벽한 나무토막이 탄생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나무토막이 있을 수 있나요.

 

"아빠 그럼 나하고 같이 한 번 해보실래요?"
"너하고 같이하자고?"

"응"

"아빠는 완벽한 나무토막. 어떻게 몸이 이렇게 될 수 있어요."

"아빠도 이해가 안 된다. 이런 몸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운동을 워낙 하지 않으니까. 아파서 도저히 안 되겠다. 그만."

 

딸에게 완벽한 나무토막임을 증명했습니다. 아빠는 완벽한 몸매가 아닌 완벽한 나무토막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과연 그렇게 될지 자신이 없습니다. 아무튼 이 땅에 아빠들. 자녀들 앞에서 나무토막되지 않기 위해 운동 많이 하세요.  


태그:#나무토막,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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