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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일찍이 이런 선거는 없었다. 아무리 '여도'라 이름이 붙은 강원도라고 해도 여당이 지역에 배정돼 있는 의석을 한꺼번에 석권하는 일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야당은 언감생심 감히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MB정부 심판론'이 힘을 얻어 그 어느 때보다 여당에게 불리한 정치 국면이 전개되고 있었다. 민주통합당은 지금까지 '여도'로 존재해 왔던 강원도를 마침내 '야도'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그리고 대선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4월 11일 선거 결과는 180도 완전히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야도로 돌아설 뻔했던 강원도를 다시 여도로 되돌려 놓았을 뿐만 아니라, 야권이 강원도에 발을 붙이고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단 한 군데도 사수하지 못한 채 모두 빼앗겼다. 놀라운 반전이다.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이 2곳에서 1위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2곳마저 새누리당에 역전됐다. (MBC화면)
출구조사에서 민주당이 2곳에서 1위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2곳마저 새누리당에 역전됐다. (MBC화면) ⓒ 성낙선

[4.11총선 결과] 일당이 도내 전 의석을 차지한 것은 이번 선거가 처음

18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은 당시 8개 지역구에서 4개의 의석을 가지고 있었다. 민주통합당은 3개의 의석을, 그리고 무소속이 나머지 1석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의석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대 총선 결과, 원주시가 분구가 되면서 1개 지역구가 더 늘어나 모두 9개가 된 의석수에서, 그나마 민주통합당이 가지고 있던 의석은 물론이고 무소속 차지였던 의석마저 모두 새누리당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누가 감히 예상이나 했을까? 당 내 당직자들도 믿기 어려운 현실을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또 얼마나 놀라워했을까? 강원도 전역이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붉은 색으로 물든 광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었다.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은 한 차례 큰 충격이 있고 난 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정신을 수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어쩌다 이런 강타를 맞게 된 것일까? 어쩌다 일을 이렇게 그르친 것인지 곱씹고 또 곱씹어 보는 중이다. 그래도 11일 밤의 충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11일 밤의 엄청난 결과를 어떻게 떠안을 것인지 차분히 자세를 가다듬는 중이다. 도내 국회의원 의석수 전체를 차지하게 된 데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것이, 거기에는 또 그만큼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여하튼 4월 11일 밤은 양 당 모두 좀처럼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게 분명하다. 11일 밤이 지나고 난 뒤, 두 당 사무실을 조용히 찾아갔다. 그들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다녀오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통합당 강원도당] 패인은 셋...'까치밥'마저 빼앗긴 심정 누가 알까?

최영찬 민주통합당 강원도당 사무처장은 몹시 피곤한 얼굴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한" 탓에 두 눈이 충혈 돼 있었다. 지난 밤 이후 민주통합당을 휩쓸고 간 충격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는 강원도에서 민주통합당의 패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 둘째, 셋째 하면서 패인을 꼽는 데 거침이 없다. 간밤 잠을 이루지 못한 사이, 아마도 그 패인들이 그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지목한 첫 번째 패인은 강원도민들이 '박근혜'라는 미래권력에 투표한 데 있다. 그는 "민주통합당의 '정권심판론'과 새누리당의 '미래권력'이 맞붙은 결과, 누가 이겼겠냐?"고 반문한 뒤, "미래권력이 이길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래에 강원도가 대접을 받으려면, 현재 가능성이 있는 미래권력에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런 와중에 "새누리당에서는 대권주자가 뛰는데 민주통합당에서는 당 대표가 뛰었으니" 결국 민주통합당이 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후보 9개 선거구 전원 당선 소식을 전하는 강원도 지역신문 <강원도민일보>와 <강원일보>. <강원일보>의 '박근혜 '핵폭풍' 강원도 휩쓸다'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새누리당 후보 9개 선거구 전원 당선 소식을 전하는 강원도 지역신문 <강원도민일보>와 <강원일보>. <강원일보>의 '박근혜 '핵폭풍' 강원도 휩쓸다'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 성낙선
참고로,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강원도를 모두 3차례나 방문했다. 이에 반해 한명숙 대표는 단 한 차례 방문했다. 박 위원장은 혼전 양상을 빚고 있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방문해 새누리당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돌아가는 방식의 지원 유세를 펼쳤다. 최 사무처장에 따르면, 그 바람에 그 지역의 표심이 크게 흔들렸다.

그는 두 번째 패인으로는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미숙함과 지도력의 부재를 꼽았다. 그는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혼란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점, 그리고 지도부가 텃밭인 호남이나 낙동강 벨트 등에 치중한 선거 전략을 비판했다. 그 바람에 "중부권인 충청도와 강원도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패인으로는 강원도민의 준엄한 심판을 들었다. 강원도민들이 민주통합당을 심판하기를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도지사(이광재 전 도지사와 최문순 현 도지사)를 당선시켜 줬으니 이제는 스스로 노력해 분발하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어느 사이엔가 "정권 심판이 야권 심판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이 판단하기에 '불안한 조짐'은 당내 경선이 끝날 무렵 3월 중하순에 찾아왔다. 그리고 박근혜 바람이 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최악의 경우, 도내 전 지역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심각한 위기감이 전해졌다. 하지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최 사무처장은 "그래도 까치밥 한두 개는 남겨둘 줄 알았는데 그것마저도 모두 가져가 버렸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금 이번 선거가 "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약이 대선을 치르는 데 큰 효과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강원도당]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대선까지 이어갈까 고민"

윤미경 새누리당 강원도당 사무부처장은 업무로 분주했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도 바빴다. 두말 할 것도 없이 표정이 밝다. 선거 결과를 지켜보느라 잠을 못 자기는 마찬가지였겠지만, 그 얼굴에서 피곤한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새누리당이 승리하는 데 박근혜 선대위원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애초 강원도에서는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나서지 않았으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나서면서 지지자들이 결집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선거를 준비할 때만 해도 상황은 매우 비관적이었다. 윤 사무부처장은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할 가능성이 있는 의석이 "'철원·화천·양구·인제 선거구', 1석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위기의식도 컸다.

새누리당은 더구나 지난 두 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때 "당원 모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거기에 박 위원장이 움직이면서 초기의 비관적인 상황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박 위원장이 강원도를 3번이나 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사무부처장은 새누리당 승리의 가장 주요한 요인 중에 하나로 박 위원장이 불러온 보수층의 결집을 꼽았다. 그리고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인물론'을 들었다. 새누리당의 승리는 "지역에서 인물로 인정받은 후보"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새누리당 후보들은 어느 날 갑자기 지역에 나타나 후보 행세를 한 게 아니다. 그는 후보들이 "그동안 지역에서 바닥을 다지며 열심히 활동한 것을 인정받아 지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선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패배한 요인으로는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들었다. 그는 새누리당이 봤을 때 유능하다 싶은 인물이 공천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동해·삼척 선거구'에 "(비리 의혹이 있는) 이화영 후보를 공천할 줄은 몰랐다"는 말도 했다.

윤 사무부처장은 그 바람에 민주통합당의 정권심판론이 힘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태백·영월·평창·정선 선거구'에서 이광재 전 도지사의 후광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보았다.

새누리당은 전 지역 석권을 예상했을까? 그는 막판에 어느 정도는 감을 잡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막상 전 지역에서 당선자를 내게 되자, "마냥 기쁘지만은 않고 상당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 결과, 그는 지금 "강원도민의 뜻을 어떻게 받들어야 할지, 이 분위기를 어떻게 대선까지 이끌어가야 할지 그것이 고민"이다.


#강원도#4.11총선#민주통합당#새누리당#최영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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