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총선에 이어 4·11 총선에서도 <KBS>·<MBC>·<SBS>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내용이 개표 결과와 엇갈리자 출구조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대개 오차 범위에서 승부가 갈렸고, 통계학적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있어 출구조사의 필요성을 두고 여론이 나뉘고 있다.
11일 투표 종료 직후, <KBS>는 새누리당 131~147석, 민주통합당 131~147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MBC>는 각각 130~153석과 128~148석으로, <SBS>는 각각 126~151석과 128~150석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로 새누리당은 152석을, 민주통합당은 127석을 차지했다. 방송 3사가 발표한 예상 의석 수 범위 내에서 모두 벗어난 것이다.
"70억 썼는데 또 틀려 못 믿겠다" VS "한 두 석 정도 틀렸으면 정확한 것"<한겨레신문>은 '방송사 출구조사 또 무용지물', <서울신문>은 '70억 들인 출구조사의 굴욕'이라는 기사를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1996년 15대 총선부터 5회 연속으로 방송 3사의 총선 출구조사가 실제 결과와 달랐다며 '출구조사 무용론'론을 제기하는 곳도 있었다.
이날 집에서 개표방송을 지켜봤던 회사원 홍윤정(33·여·서울시 은평구)씨도 "출구조사를 믿을 수가 없다"며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결과와 너무 다른 만큼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70억이나 들였다는데 돈이 아깝다"고도 했다.
반면 "1~2석 틀렸는데, 그 정도면 정확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이현수(31·남·서울시 성북구)씨는 "이번 선거가 워낙 박빙 지역이 많아서 출구조사 내용과 실제 결과가 몇 석씩 차이 난 것 같다"며 "그 정도는 큰 오차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오히려 언론사 입맛대로 골라 쓰는 여론조사가 문제지 출구조사의 정확도는 신뢰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출구조사를 주관한 방송사와 조사기관들은 "결과적으로 이번 조사가 실패한 것은 맞다"며 "국민들의 관심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것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빙지역이 많아 의석 수 예측이 어려웠고, 통계적으로 잡아내기 힘든 요소들도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1000표 이내로 당락이 결정된 지역은 경기 고양덕양갑, 서울 성동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11개 곳이었고, 약 70여 개 접전지역이 있을 정도로 승부가 치열했다.
한 조사기관 관계자는 "우리 담당지역 중 당선자 예측이 틀린 곳은 17개인데 대부분 실제 결과와 오차범위 내에서 차이가 났다"며 "출구조사의 정확성을 절대적으로 의심하거나 수준을 폄하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또 박빙지역에서 예상과 달리 새누리당이 승리한 곳이 많아 의석 수 예측에 실패했다며 이번 선거의 '숨은 표'는 여당 지지자들이었다고 분석했다.
선거방송을 담당한 현경보 <SBS> 보도국 부장 역시 "예상 의석 결과를 (추정) 범위 내에 안착시켰으면 좋았겠지만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SBS> 예측과 순위가 바뀐 17곳 대부분이 오차범위 내에서 순위가 바뀌었다"며 "오차범위에 있다는 건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다는 통계학적 의미"라고 했다.
무응답자 성향을 정확히 판정해내기 어렵고, 출구조사를 할 수 있는 곳이 '투표소로부터 50미터인 곳'으로 그 기준을 어디에 놓느냐 등에 따라 조사 결과가 약간씩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대선보다 지역구 많은데다 70여 곳 접전지...정확한 예측 어려워왜 유독 총선에서만 출구조사 정확도가 떨어질까?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대통령 선거나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이 나오고 선거구 범위도 넓은 데 비해 총선은 인물을 잘 모르고 투표하는 분들이 많은데다 선거구 범위가 좁아 예측이 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차 범위 내에서 우세를 따지면 과학적으로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역구 당락과 별개로 의석 수 예측이 실제 결과와 달랐던 점은 지적했다. 이 대표는 "예상 범위를 넓게 잡았는데도 틀렸다"며 "과거 선거에서 예측을 실패했던 경우는 대개 야당 표심이 감춰졌던 것인데 이번 선거에 이 학습효과가 잘못 나타났다"고 말했다. 사회적 분위기상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지지의사를 공개하기 꺼리는데다 언론에서 '여소야대' 가능성을 연일 보도하면서 여당 지지자들이 위기감을 가져 선거에 적극 참여한 결과란 분석이다.
이 대표는 또 "언론사나 여론조사 기관들의 책임도 있겠지만. 정치권과 유권자도 여론조사를 너무 과신하는 경향도 있다"며 "정치권에서 여론조사로 공천하는 부분은 지양하고, 유권자들도 '여론조사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한다"고 했다.
최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 여론이 급변하는 만큼 선거 6일 전까지의 민심만 반영한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가 상당부분 다를 수 있음을 유권자들도 감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