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승부 바로미터'도 안 통했다. 정치 전문가 예측이 빗나간 19대 총선에서 승패의 한 기준으로 주목받은 '승부 바로미터 지역구 8곳'도 이번에는 핀트가 빗나갔다.
자체 여론조사연구팀이 있는 <중앙일보>는 지난 3월 26일 역대 총선의 승부처를 분석해 15대(96년)부터 18대(2008년) 총선까지 8개 선거구에서 이긴 쪽이 네 차례 모두 다수당이 된 사실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이를 근거로 '여기서 이기면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중앙일보>가 꼽은 총선 승부 바로미터 선거구는 ▲서울 마포갑, 마포을(2곳) ▲인천 남갑, 남을, 중-동-옹진(3곳) ▲경기 수원을, 양주-동두천, 구리(3곳). 여기서 이긴 정당은 역대 총선에서 예외 없이 제1당(15대 신한국당, 16대 한나라당, 17대 열린우리당, 18대 한나라당)이 되었다.
여론조사에선 새누리 4 : 민주 4, 실제 선거 결과는 새누리 3 : 민주 5
이같은 가설을 토대로 <중앙일보>는 총선 나흘 전인 4월 7일 자사 조사연구팀과 엠브레인이 2~4일 '바로미터 선거구'의 유권자 4800명(지역별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8곳의 바로미터 기능이 흔들릴 정도로 전체 판세가 혼전이라고 보도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각각 4곳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 총선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지 예측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인천 중-동-옹진에선 박상은 후보가 44.4%로 민주통합당 한광원 후보(38.4%)에게, 인천 남갑에선 홍일표 후보가 43.3%로 통합진보당 김성진 후보(32.4%)에게, 남을에선 윤상현 후보가 51.0%로 민주통합당 안귀옥 후보(32.1%)에게 각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구리에선 주광덕 후보가 41.1%로 민주통합당 윤호중 후보(31.1%)에게 10%p 앞섰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서울 마포갑에서 노웅래 후보(46.2%)가 새누리당 신영섭 후보(31.0%)에게, 마포을에선 정청래 후보(46.9%)가 김성동 후보(26.0%)에게 크게 앞섰다. 3자 구도인 수원을에선 신장용 후보(27.1%)가 새누리당 배은희(23.9%)·무소속 정미경 후보(21.0%)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양주-동두천에서도 정성호 후보(42.0%)가 새누리당 이세종 후보(35.6%)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집전화 RDD와 휴대전화 패널 결합방식으로 조사했으며,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0%P).
그런데 총선 승부 바로미터 8곳의 선거 결과는 ▲서울 마포갑 신영섭(새) 42.8%<노웅래(민) 54.3%, 마포을 김성동(새) 37.2%<정청래(민) 54.5% ▲인천 남갑 홍일표(새) 51.8%>김성진(통) 43.1%, 남을 윤상현(새) 58.0%>안귀옥(민) 42.0%, 중-동-옹진 박상은(새) 52.6%>한광원(민) 47.4% ▲경기 수원을 배은희(새) 33.2%<신장용(민) 40.5%, 양주-동두천 이세종(새) 44.0%<정성호(민) 53.7%, 구리 주광덕(새) 46.8%<윤호중(민) 48.7%. 여론조사 예측과 달리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 3석 대 민주통합당 5석으로 민주통합당이 우세했다. 결과적으로 "바로미터 선거구 8곳에서 이긴 쪽이 다수당이 된다"는 가설도 무너진 것이다.
변수는 바로 구리 선거구였다. 여론조사에선 주광덕 41.1% vs 윤호중 31.1%으로 주 후보가 10%p나 앞섰는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주광덕 46.8% vs 윤호중 48.7%로 윤 후보가 1.9%p 앞선 것이다. 결국 민주통합당의 대표적인 선거전략통인 윤호중 후보의 '숨은 표'가 16년 동안이나 유지된 '총선 승부 바로미터'를 구리구리(?)하게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