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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의석 과반을 넘는 152석(비례대표 25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1당을 차지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기자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친뒤 이혜훈 선대위 종합상황실장과 당직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의석 과반을 넘는 152석(비례대표 25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1당을 차지한 가운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기자실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친뒤 이혜훈 선대위 종합상황실장과 당직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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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19대 총선에서 압승했습니다. 새누리당은 300석 중 152석(지역구 127+비례대표 25), 민주통합당 127석(지역구 106+비례대표 21), 통합진보당 13석(지역구 7+비례대표 6), 자유선진당 5석(지역구 3+비례대표 2), 무소속 3석을 차지했습니다.

새누리당은 18대의 162석에서 10석이 줄어들었고, 민주당은 88석에서 127석으로 늘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7석에서 13석으로 약진했지만, 'MB정권 심판'으로 뭉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140석)는 새누리당의 국회 과반수 점유를 막아내지 못했습니다. 

언론들은 하나같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선거의 여왕'이라고 추켜세우기 바쁩니다. 박 위원장도 얼굴이 함박웃음입니다. 불법사찰 파문이 불거졌을 때 '탄핵' 이야기까지 들었던 우리 '가카'는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입니다.

민주통합당의 뼈저린 반성이 필요합니다. 다 차려놓은 밥상도 먹지 못하고, 과반 의석이나 내준 것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합니다. 민주당 참패에 대해 많은 분들이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글은 비판이 아닌 희망을 논하겠습니다. '네 탓' 공방만 한다면 8달 뒤, 대권을 또 다시 박근혜 위원장에게 갖다 바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통합당, 통렬한 반성 해야겠지만 득표율 보면 희망 있어

무조건 희망을 가지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희망을 가질 근거가 있습니다. 선거결과 지도를 보면 온통 새누리당의 붉은 물결입니다. 수도권과 호남 그리고 제주를 빼면 붉은색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서울에서 졌습니다. 새누리당은 서울에서 16석을 얻었습니다. 18년 총선에서 40석을 얻었던 것에 비하면 무려 24석이나 잃은 것입니다. 특히 민주통합당 천정배 후보가 나선 강남갑, 투표함 부정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강남을 등 강남벨트는 지난해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선부터 분명 새누리당 아성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30석, 통합진보당은 2석을 얻어, 18대 총선 때 민주당은 6석, 민주노동당은 전멸했던 것에 비하면 승리이지 절대 참패가 아닙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총 52석 중 새누리당 21석, 민주통합당 29석, 통합진보당 2석입니다. 18대 총선 때는 51석 중 한나라당 32석, 통합민주당 17석, 민주노동당은 당선자가 없었습니다. 새누리당은 11석 줄었고 야권은 14석이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수도권에서는 야권이 참패하지 않았습니다. 

수도권에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의 힘이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선도 이미 끝난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새누리당은 '박근혜 다걸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오, 정몽준, 김문수는 이제 박근혜의 적수가 되기 힘들어졌습니다. 새누리당은 이미 대권 레이스를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여기에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한계가 있습니다.

지역구뿐만 아니라 비례대표 투표에서도 수도권 유권자들은 야권에 더 많은 표를 던졌습니다.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전국적으로 새누리당은 912만9226표(42.80%), 민주통합당 777만5737표(36.45%), 통합진보당 219만8082표(10.30%) 입니다. 야권의 득표율을 합하면 46.75%로 새누리당보다 3.95%를 더 많이 얻었습니다.  

수도권은 더 많은 차이가 납니다. 서울에서 새누리당은 42.28%를 득표했는데, 민주통합당(38.16%)과 통합진보당(10.56%) 두 당의 득표율을 합하면 48.72%로 새누리당을 6.44% 앞섰습니다. 경기도는 새누리당 42.35%, 민주통합당 37.74%, 통합진보당 11.01%입니다. 두 당을 합하면 48.75%로, 새누리당을 6.4% 앞섭니다.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야권에 패배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대 선거 보면, 새누리당은 42%~48%... 야권은 26%~53% 들쭉날쭉 

이같은 수치를 2002년 16대 대선과 비교하면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시 전국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1144만3297표(46.58%), 민주당 노무현 1201만4277표(48.91%), 민주노동당 권영길 95만7148표(3.89%)를 얻었습니다. 

서울에서는 이회창 244만7376표(44.95%), 노무현 279만2957표(51.30%), 권영길 17만9790표(3.30%)를 얻었고, 경기도에서는 이회창 212만0191표(44.18%), 노무현 243만0193(50.65%), 권영길 20만9346표(4.36%)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 17대 대선 때는 전국적으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617만4681표(26.14%), 한나라당 이명박 1149만2389표(48.67%), 민주노동당 권영길 71만2121표(3.01%)를 얻었습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를 보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208만6127표(47.43%), 민주당 한명숙 205만9715(46.83%), 진보신당 노회찬 14만3459표(3.26%)를 얻었습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김문수 227만1492표(52.20%), 국민참여당 유시민 207만9892표(47.79%)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의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야권단일후보인 무소속 박원순 215만8476표(53.40%), 한나라당 나경원 186만7880표(46.21%)로, 득표율 차이는 7.19%였습니다.

우리는 역대 선거 득표율을 통해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합니다. 한나라당(새누리당) 후보자들이 얻은 득표율이 김문수를 제외하고는 다 44%~48% 사이로 비슷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야권 후보들은 들쭉날쭉입니다. 박원순은 53.4% 얻었지만 정동영은 26%대에 머물렀습니다. 한마디로 야권의 지지층은 유동성이 많고, 새누리당 지지층은 확고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수도권 확장성 막는 박근혜 '시멘트 득표력', 영남 대통령 가능성

그들은 민주헌정을 유린한 민간인 불법사찰보다 김용민 막말을 더 나쁘게 생각합니다. 불법사찰을 심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새누리당을 지키기 위해 투표했습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새누리당 지지자는 박근혜를 지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야권 지지자는 아닙니다. 자신들 판단에 야권이 맞지 않으면 투표장에 가지 않는 것으로 반대의 뜻을 드러냅니다. 

그러므로 박근혜는 12월 대선에서 45% 이상을 얻을 것입니다. 선거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나올 득표율입니다. 하지만 야권연대는 반성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않으면 50%를 얻을 수도 있고, 26%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12월 대선 승패는 박근혜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야권에게 있습니다. 결국 야권이 지지자들을 투표장에 끌어내야 합니다.

하지만 박근혜는 아무리 잘해도 48% 이상을 넘기는 힘듭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도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지난 1월 <오마이뉴스>에서 개최한 <정연주의 증언> '저자와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일주일이 지난 뒤 전 국민이 애도하는 분위기에서 <한겨레 21>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검찰의 혹독한 수사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느냐'고 묻자 37.5%가 '사과할 필요 없다'고 답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열렸던 촛불집회 1년 뒤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도 '미국 쇠고기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한 국민이 전체의 38.1%입니다. 하다못해 제가 KBS 사장으로 있을 때 노조가 실시한 '정연주 사장이 있는 KBS는 좌편향이다'라는 설문에 그렇다고 답한 사람도 37~38% 사이입니다. 이 수치는 시멘트보다도 강고한 수치입니다.

정연주 전 사장이 말한 새누리당 지지율과 이전 선거 득표율이 약 10%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지율과 실제 투표 행위의 간극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박근혜의 장점이자 한계입니다. 박근혜는 '영남 대통령'은 될 수 있어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되기 힘듭니다. 시멘트보다 강고한 득표력이 오히려 수도권 확장성을 가로막는 방해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이번 패배를 거울 삼아 뼈저린 반성과 각성을 통해 유권자들 힘을 얻는다면 12월 대선은 야권이 차지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관건은 박근혜가 아니라 야권에 있습니다. 2030세대를 어떻게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고, 이를 40대와 50대까지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앞으로 남은 8달 동안 야권연대은 모든 역량을 다 동원해야 합니다.

지난 4년이 되풀이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면 이런 나라에서 더 살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야 할 내 나라 내 땅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남 탓'보다 희망을 논할 때고,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럼 12월 19일은 민주시민이 '함박웃음'을 지을 것입니다.


태그:#민주통합당, #야권연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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