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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마리의 용이 놀았을 만큼 연못의 규모가 크고 수심이 깊으며 용이 남긴 흔적을 연상시키는 암반과 배설물을 연상시키는 바위들이 있어 경관이 아름답다."

 

지리산 '용유담'에 대한 설명이다. '신선이 노니는 별천지'로 예부터 시인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휴식을 위해 모여든다. 조선시대 김종직은 "용에게 비를 내려줄 것"을 호소하며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이런 비경이 물에 잠길 위기에 놓였다.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이곳에 지리산댐(문정댐)을 지을 예정이다. 댐은 함양군 마천면~휴천면 경계인 마천면 문정마을 '용유담' 하류 약 3.2㎞ 지점에 들어설 예정이다.

 

 지리산 용유담.
지리산 용유담. ⓒ 함양군청

기획재정부는 2010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쳤다. 기재부는 4627억 원을 들여 높이 103m, 길이 400m의 댐을 지으면, 총저수량 9400만t 규모로 연간 5290만t의 홍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곳에 댐을 지으면 '용유담'은 물론 마천면·휴천면 일대 4.2㎢가 물에 잠기게 된다. 전북 남원의 실상사 1.7㎞ 아래까지 수몰된다. 주민 289가구가 이주해야 하고, 지리산 도로 11.2㎞도 물에 잠겨 단절된다. 이 정도 규모의 댐이면, 50층 빌딩 규모로 국내 최고 높이다. 찬성․반대 논쟁이 뜨겁다.

 

문화재청, 용유담 명승 지정 예고했다가 보류

 

먼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지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용유담'을 함양 용추폭폭·거연정, 밀양 월연정(대)와 함께 명승 지정을 예고했다.

 

이어 문화재청은 지난 2월 8일 용추폭포, 거연정, 월연대 일원을 명승으로 지정했다. 용유담은 빠진 것이다. 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이 지난 1월 문화재청에 용유담을 명승 지정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용유담을 명승 지정 예고했던 문화재청은 재검토 들어갔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 28일 천연기념물 분과위원회 회의를 열었지만 용유담 명승 지정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분과위는 다음 주 안에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지리산댐백지화함양군·마천면대책위와 지리산생명연대, 진주환경운동연합은 "수자원공사․함양군이 의견서를 제출해 '지리산댐 건설이 예정된 지역'이라는 이유로 명승지정이 전격 보류됐다"며 "실로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수자원공사가 댐 건설 계획을 빌미로 용유담의 국가문화재 지정을 가로막고 나선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며 "의견서를 제출한 함양군의 행위도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명승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집단행동에 나선다. 문정댐추진위원회, 함양 마천면이장단협의회, 마천면발전협의회, 마천면체육회, 귀농인협회는 16일 오후  대전 정부청사(문화재청) 앞에서 "용유담 명승지정 철회 지역민 결의대회"를 연다.

 

이들은 미리 낸 자료를 통해 "문화재 보존과 지역 관광을 활성화 한다는 미명 하에 지역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밀실행정으로 지역민의 생활을 피폐하게 하고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정부의 폭거"라고 밝혔다.

 

이들은 "문화재 지정 결사반대와 지역민의 의견 수렴 없는 문화재청의 명승지정 철회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지리산 문정마을에 댐 건설 여부를 놓고 찬성.반대 논쟁이 뜨겁다. 위 사진은 진주환경운동연합, 지리산생명연대 등 단체들이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이고, 아래는 문정댐추진위 등 단체들이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지리산 문정마을에 댐 건설 여부를 놓고 찬성.반대 논쟁이 뜨겁다. 위 사진은 진주환경운동연합, 지리산생명연대 등 단체들이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이고, 아래는 문정댐추진위 등 단체들이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 환경연합.함양군청

환경단체 "부산권 물 공급 위한 목적"

 

지리산댐을 놓고 찬반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들은 지리산댐이 부산권에 물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라 보고 있다. 정부는 당초 남강댐 물을 부산권에 공급할 계획을 세웠는데, 경남권의 반발에 부닥쳤다.

 

진주환경연합은 "남강댐 물 부산공급계획에 반대하는 도민들과 경남도의 빗발치는 백지화 요구에 따라 현실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 여겼던 지리산댐 건설계획이 편법․밀실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리산댐의 실체는 50층 빌딩 높이와 비슷한 국내 최고 높이이며, 길이도 869m나 돼 진주 남강댐(1126m)에 이어 국내 두 번째"라며 "지리산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면 홍수조절용이 아닌 다목적댐"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이해당사자인 함양과 전북 남원의 주민은 물론 지리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수많은 국민들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경남도에 이르기까지 모두 반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국회 동의나 관련 예산도 아직 확보되지 않았으며 설사 사업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며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문화유산이 개발계획과 부딪히는 경우 당연히 자연문화유산 보존을 전제로 개발계획을 조정할 것인지 먼저 고민하는 것이 정상이고 상식일 것"이라고 밝혔다.

 

문정댐추진위 "명승 지정 철회, 홍수조절용댐 필요"

 

반면 함양마천면이장단협의회, 문정댐추진위원회 등 주민들은 지난 9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댐 건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문화재청의 용유담에 대한 명승 지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2002년 태풍 루사 때부터 인명·재산 등 10년 동안 홍수 피해를 보고 있다"며 "마천면 주민 72%가 찬성한 홍수피해 방지대책을 빨리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태풍과 홍수 피해를 본 지역은 댐 건설을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홍수조절용 댐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다목적댐이라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홍수조절용댐'이라 설명하고 있다.


#지리산댐#문정댐#문화재청#국가명승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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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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