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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총선 투표일 하루 전인 지난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앞에서 열린 새누리당 마지막 유세에서 이준석 비대위원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19대 총선 투표일 하루 전인 지난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앞에서 열린 새누리당 마지막 유세에서 이준석 비대위원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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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당사에 택시타고 오는 데 기사분이 알아보고 '제수씨 성폭행하려 한 사람은 어떻게 되느냐, 김용민은 말로 한 거지만 이건 행동아니냐'고 하더라. 그냥 둘 수 없다고 했다.… 비대위에서 과반의석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는 없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16일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그는 4.11 총선 바로 다음 날인 12일, '제수씨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포항 남·울릉) 당선자와 논문표절 문제와 관련해 문대성(부산 사하갑) 당선자에 대해 출당을 포함한 징계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뜻밖의 152석으로 단독 과반 1당이 된 새누리당이 승리에 도취해 있는 상황에서, 뜻밖에도 이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그에 이어 이상돈, 조현정 비대위원도 그를 엄호하고 나섰다. 두 당선자를 출당시킬 경우, '단독 과반'이 무너지게 되지만, 아랑곳 않은 분위기였다. 선거 중 논란이 선거가 끝난 뒤에는 묻혀버리곤 하는 우리 정치 풍토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주재한 16일 비대위 회의에서는 일단 "팩트가 좀 더 분명해져야 한다"고 지나갔지만, 일부 비대위원들은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온 김형태 당선자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문 당선자의 경우 박사학위를 준 국민대의 표절심사 여부에 따라 바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패배한 민주당은 책임론 봉합 분위기... 승리한 새누리당이 먼저 치고 나가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황우여 원내대표와 얘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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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한 민주당이 책임론을 봉합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오히려 승리한 새누리당이 치고 나간 것이다. 새누리당 주변에서 과반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확실한 명분과 지금까지 비대위가 보여온 기세 때문에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제동을 걸고 나선 비대위는 앞서 총선 후보자 5명의 공천을 철회시킨 바 있다. '역사인식 논란' 이영조(강남을)·박상일(강남갑), '여성 비하 논란' 석호익(경북 고령성주칠곡), '금품살포 논란' 손동진(경북경주) 후보 등 지역구 후보 4명과 '쌀 직불금 부당수령 논란'의 비례대표 이봉화 후보가 그들이다. 지역구 후보 4명 모두 새누리당의 초강세지역에서 공천을 받았고, 이봉화 후보는 비례대표 15번이라는 점에서 모두 당선이 확실한 상태였다.

하지만 비대위가 외부 별도 모임에 이은 기자회견 예고 등으로 공천심사위원회를 압박하면서 공천 취소를 이끌어냈다. 5명의 후보 모두 총선 민심을 자극하는 예민한 사안들과 연관돼 있었지만, 초기에 가지치기를 해 버린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들을 조기에 솎아내자 민주당에서는 "며칠만이라도 더 갔어야 하는데…, 아쉽다"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제한적 협력관계'를 가져가는 가운데, 이 대통령과 확실한 각세우기에 나선 것도 이들이었다. 지난해 12월 17일 출범 직후 이상돈 비대위원이 이재오 의원과 안상수, 홍준표 전 대표 등 친이계 공천 배제와 이명박 대통령 탈당문제를 꺼냈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이를 엄호했다. 친이계의 격한 반발 속에 박근혜 위원장이 "개인의견일 뿐"이라며 진화했지만,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시도에 대한 인상을 심어줬다.

'MB와 각세우기' 주도 이어 공천자 5명 공천 취소 끌어내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마련된 선거종합상황실에서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이양희, 이준석 비대위원, 당직자들이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 마련된 선거종합상황실에서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이양희, 이준석 비대위원, 당직자들이 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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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문건 2619건이 공개되면서 공식선거운동 초기 최대 이슈로 등장했던 민간인 사찰 문제에 대해서도 이들은 기민하게 대응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이상일 중앙선대위 대변인이 사찰 문제와 관련한 공식논평에서 "관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처벌해야 하며, 새누리당은 수사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다른 조치도 강구할 것"이라면서도 직접 청와대를 비판하지 않자, 외부 비대위원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공식성명을 냈다.

청와대에 대해 "민간인 사찰에 대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면 철저한 진상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며, 알고 있었다면 즉각적이고도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겨냥하면서, 불법 사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워 새누리당의 강령을 바꾼 것도 이들이었다. 보수표현 삭제 문제를 둘러싸고 당 대부분에서 역공을 받았지만, 이 역시 "뭔가 바꿔보려 하나"라는 인식을 남겼다.

경제민주화 등 바뀐 강령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들이 공천을 받고, 당선됐느냐는 측면에서 보면, "강령을 읽어본 사람도 없는 것 같다"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의 지적대로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지만, 새누리당이 상대편인 민주당에 비해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파장을 최소화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공천과정 중간까지는 "비대위가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문제 등에 대해 쓸데없는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까지 감안하고, 플러스 마이너스를 모두 계산하면 결국 기여도는 제로"라고 했던 박 위원장 쪽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쪽이 더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총선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실내용과는 별개로 새누리당의 '변화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이들이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는 데는 민주당 쪽 인사들도 동의한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이날 새누리당 입당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김형태·문대성 당선자 문제가 분명하게 매듭이 지어지지 않자, 이를 연기했다. 그는 지난 3개월간의 비대위 활동과 소회를 담은 <어린놈이 정치를?>이라는 책을 펴냈다. 직접적인 정치 입문의 수순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그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재보선 출마나 대선캠프 결합 등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태그:#새누리당 비대위, #총선, #새누리당, #이준석,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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