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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7일 오전 12시 20분]

 

"(대선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새로운 정치실험에 나서겠다. 내가 평소 잘 웃고 그렇지만, 마음을 한번 먹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준비를 많이 해왔으며, 이제 물러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난달 중순 무렵 한 야권 중진 인사에게 건넸다는 말이다. <중앙일보>는 16일치 조간신문에 안 원장 측 핵심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 같이 보도했다.

 

안 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강인철 변호사는 "(대선 출마 가능성은) 잘 모르겠다, (안 원장에게) 직접 확인해보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뭔가 여운은 남는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제 드디어 '안철수식 안개정치'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으로 링에 오르는 것이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렇게 해석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4.11 총선 이전부터 안 원장 주변에서는 '대선출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가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에서 무언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이 무엇이 될 것인가 관심이 폭증하기도 했다.

 

실제 안 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대 강연을 시작했을 때 정치권에선 '안철수의 강연정치'가 본격화 됐다고 분석했다. 안 원장이 서울대 강연에서 '정치참여'를 강조했을 때 정치권은 또 다시 그를 주목했다. 그가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도구로 쓰일 수 있다면 정치라도 감당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것은 사실상 '안철수의 정치참여 선언'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어 공식 선거운동기간에 돌입한 뒤 안 원장은 전남대와 경북대를 돌며 2030세대를 향해 투표참여운동을 벌였다. 강조한 것은 탈지역주의다. 계급투표도 강조했다. 인물론도 호소했다. 진영논리를 벗어나라고 주문했다.

 

젊은 유권자들에게 좋은 정치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선거 막판엔 다시 쉬운 이슈로 옮겨갔다. 그는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투표하라"고 강조했다. 강연 때마다 앵그리 버드를 앞세운 그가 젊은 세대를 향해 "투표하라"고 외쳤을 때, 정치권 일각에선 두 가지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 "안철수 투표율 결과에 대략난감일 걸?"

 

첫째, 너무 낮은 단계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치참여의 여러 수위가 있는데 안 원장이 선택한 것은 가장 낮은 단계였다"며 "일반 대중이 볼 때도 그의 정치행위는 너무 싱거웠다"고 평가했다.

 

실제 투표결과가 나왔을 때도 이 관계자는 "안 원장의 영향이 미미했던 것 아닌가"라며 "생각보다 투표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안 원장도 별개 아니라는 평가를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민주통합당의 전략관계자는 "여의도정치에서는 대안이 안철수 원장밖에 없다고 매달릴지 모르지만 여의도를 조금만 벗어나면 대중의 판단이 전혀 다르다"며 "안 원장이 앵그리버드 들고 왔다갔다 했지만 무슨 소용이야? 하는 비난여론도 만만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솔직히 이번 총선 투표율에 안 원장 스스로도 대략난감일 것"이라며 "본인도 이 결과를 해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의 해석도 있다. 안 원장이 젊은 층을 향해 "투표하라"는 간략한 메시지를 반복해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진단이다. 수도권에서 20대 투표율이 64%에 달했는데, 민주통합당의 그 어떤 정치인이 20대 투표참여율을 64%까지 끌어올릴 수 있냐는 반문도 나왔다. 안 원장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다.

 

다만 안 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강연정치와 유투브 정치 이외에도 한 발 더 진전된 퍼포먼스를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민주통합당의 송호창 후보와 인재근 후보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보낸 것 말고도 직접 후보캠프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는데 아쉽다는 후문도 들린다.

 

안 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정당에 관계없이 미래가치에 기반한 후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이 역시도 성사되지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이외에도 녹색당 등 가치에 기반한 정당에 대해서도 지원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 추론이 있었지만 이것은 전혀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안 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생각보다 낮은 단계로 선거에 임했지만 그래도 이번 선거 이후에는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고, 이것이 언론보도로 알려진 셈이다.  

 

박지원 "안철수 민주당에 입당해 경쟁하라"

 

이처럼 안철수 원장의 본격적인 대선 출격 신호탄이 떠오르자 정가는 하루 종일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일각에선 아예 민주통합당이 발 벗고 안철수 원장의 영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안 원장에게 당대표를 맡기고 대선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4선)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떠오르는 인물 중 가장 큰 대안이 안철수 교수라고 생각하는 견해가 많다"며 "한두 달 내에 어떤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안 교수는 민주통합당과 결합해 같이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당내 (친노) 그룹이 안철수를 막고 있다"며 "(친노) 그룹의 생존을 위해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노) 그룹은 지금 당내에서 가장 큰 힘과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들 자타가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마이뉴스> 팟캐스트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안 원장을) 관찰하면 대권에 상당한 맘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새누리당은 굉장히 멀고 제3당은 시기적으로 어려우니 차라리 민주당으로 들어와 민주당 후보들과 경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박 최고위원은 "우리 후보들이 국민적 지지에 있어서 안 원장보다 낮다면 우리가 그분을 본격적으로 영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서로 문을 열어놓고 노력하자는 게 제 기본 입장"이라며 "안 원장도 지금 지지율로는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러브콜이 상당하다. 그러나, 안 원장이 여기에 선뜻 응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민주통합당 내부 당파싸움이 맹렬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안 원장이 이 판에 뛰어들어 스스로 흙탕물을 뒤집어쓸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안 원장은 향후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안철수 진영과 몇 차례 논의를 해온 민주통합당의 전직 전략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안철수 진영이 이번 총선 보름 전후로 대선에 참여할 것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방법은 국민후보론이며 민주통합당 입당은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며 "밖에서 민주-진보연합 방식을 선택할 수는 있어도 특정 정당에 입당하는 방법은 진짜 쓰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전략 관계자는 안 원장이 취할 방법론을 '국민후보론'으로 규정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일찍이 '국민후보론'을 전망한 바 있는데, 이 전략관계자도 비슷한 뜻을 전했다.

 

사실상 이 관계자는 안철수 원장이 대선으로 직행할 방법을 고민 중인 것으로 말했다. 다만, 민주통합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로 입당해서 당내 후보들과 경쟁하는 방식은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에서 홍준표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국회에 입성하게 된 민병두 민주통합당 당선자도 이날 <프레시안>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 원장이 당내 경선에 들어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안 원장은 6월에 등판해 12월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전략가이기도 한 민 당선자는 "제3세력은 당 내에 들어오는 것에 굉장한 두려움이 있다"며 "전당대회를 할 때 완전히 열어놓고 한다고 쳐도 안 원장 입장에서 보면 당 내에서 그런 싸움을 하겠나, 안 원장과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12월 넘어가서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안철수, #박지원, #국민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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