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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진 사람을 경찰차 바닥에 30분 이상 방치했다고 김정우 지부장은 주장했다.
쓰러진 사람을 경찰차 바닥에 30분 이상 방치했다고 김정우 지부장은 주장했다. ⓒ 김정우

17일 오전 11시 10분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문 앞의 쌍용자동차 관련 기자회견장을 경찰이 침탈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와 이창근 기획실장을 포함 5명이 연행되고 기륭 동지 2명 등 총 3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가고 있다는 긴급 메시지가 이후에 떴다.

당시 일터에 있던 사람들은 안타까운 소식에 그저 발만 동동 굴렀다. 오후 7시 대한문 앞 쌍용차 문화제에 다른 현장에 가려다 대한문 앞으로 달려왔다는 사람, 세종호텔 투쟁자, 학생들이 속속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출판 노동자인 유이분씨와 조혜원씨의 말이다.

대한문 분향소 풍경 오전에 5명이 연행된 사실을 알고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대한문 분향소 풍경오전에 5명이 연행된 사실을 알고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 이명옥

"오전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5명이 연행됐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한일병원을 제치고 대한문 앞으로 달려 왔습니다. 와서 보니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란 생각이 드네요."

박재동 화백과 하샛별 박재동 화백이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장면을 하샛별씨가 영상으로 담고 있다.
박재동 화백과 하샛별박재동 화백이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장면을 하샛별씨가 영상으로 담고 있다. ⓒ 이명옥

대한문 분향소 현장을 다큐멘터리로 담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하샛별씨는 말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22명이 죽음을 맞았고, 그들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잖아요? 22명이 죽었다고 말하는 것, 23번째 죽음은 막아달라고 말하는 것으로 경찰에 연행돼야 하나요?"

문화제가 끝난 오후 10시경, 대한문 분향소를 찾은 박재동 화백은 감사인사를 하는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에게 말했다.

"이런 데서 밤을 새우고 있는데 따뜻한 방에서 잠자는 내가 미안한 마음입니다. 사회적 상주로 단 1시간이라도 상복을 입어야 하는데 시간을 못 내서 미안합니다. 언제 1시간이라도 시간을 내서 상복을 입겠습니다."

대한문 앞을 지키는 사람들 17일 밤 대한문 앞 분향소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박재동 화백이 담았다.
대한문 앞을 지키는 사람들17일 밤 대한문 앞 분향소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박재동 화백이 담았다. ⓒ 이명옥

박재동 화백은 밤새 분향소를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 자리에서 작품으로 담아냈다. 역사의 현장을 담아 낸 그림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박 화백은 하샛별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런 현장을 담아내는 자세에 대해 고마움을 드러냈다.

오후 11시 쯤 연행됐던 5명이 모두 풀려나와 분향소를 향해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정우 지부장과 박재동 화백
김정우 지부장과 박재동 화백 ⓒ 이명옥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듯 자꾸만 뒤를 돌아다 보는 박재동 화백을 안으며 김정우 지부장이 말한다.

"분향소를 찾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주 자주 분향소를 찾아와 힘을 주세요."

우리는 22번째  죽음을 택해야 했던 고 이윤형씨를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고, 23번째 죽음만은 생겨나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다고, '지못미'를 말하고 있을 뿐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 더 이상의 죽음은 안 된다는 바람마저 죄가 되는가.

덧붙이는 글 | 4월 16일부터 21일까지 쌍용차 범국민 추모 주간입니다. 부산, 천안 등 전국에 분향소가 차려지고 있습니다. 4월 21일 6시에 평택 쌍용자동차 앞에서 '범국민 추모대회'로 모입니다. 대한문 앞 분향소는 49제일인 5월 18일까지 이어집니다.



#싸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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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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