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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운동 전체가 질문이라 생각한다.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답을 <중앙일보>가 구하든 제가 구하든 상관없다. 그런데 <중앙>은 질문조차 없이 모든 것을 진행했다."

기획전시 제목을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고 붙인 이유를 묻자 지율 스님이 한 대답이다. 그는 "이렇게 하면 <중앙>에서 어떤 대응을 할지 모르겠다. 그 분들이 좋지 않은 기사를 쓰기에 다른 한 편으로 저는 조신하게 있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을 벽면에 붙여 놓고 설명하는 모습.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을 벽면에 붙여 놓고 설명하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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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늦은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 제법 많은 언론 취재기자들이 모여 들었다. 낙동강 내성천 보전운동 등을 벌이고 있는 지율 스님이 오랜만에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지율 스님이 기자들을 불러 모은 것은 대법원에서 '도롱뇽소송'(경부고속철도 공사중지 가처분)이 기각되었던 2006년 6월 2일 이후 약 6년 만이다.

계기는 <중앙일보> 때문.  이 신문이 KTX 대구~부산 구간이 개통할 무렵인 2010년 10월부터 "천성산은 도롱뇽 알 천지였다"는 요지의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기사와 사설, 칼럼까지 수십 개에 이른다.

이에 지율 스님은 이날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 조계사 전시공간 '모래'와 이곳에서 기획전시를 연다. '초록의공명'과 '도롱뇽의 친구들'이 함께 열고 있다.

"<중앙일보>가 천성산 기사를 2010년 10월부터 쓰기 시작했다. 너무 계속 쓴다. 그런데 6년 전 지난 이야기를 지금처럼 쓴다. 어떤 날은 1면 머릿기사와 내지에서 양면 기사로도 나온다. 칼럼, 기자수첩, 사설까지 연달아 나온다. 저도 일을 했던 입장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서, '팩트'(사실)를 중심으로 봤다.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지율 스님은 2012년 1월 31일자 신문에 실린 "진실은 항상 뒤쪽에 있다"(이철호의 시시각각)는 제목의 칼럼을 언급했다. 이 칼럼에는 "천성산은 지율의 주장과 달리 여전히 도롱뇽 천지다. 최종 피해자는 도롱뇽이 아니라 국민이다. '국가정보원이 전국의 도롱뇽을 잡아 천성산에 풀었다'는 웃기는 괴담은 납세자의 분노에 물타기하려는 수작은 아닐까. 제주 해군기지도 마찬가지다"는 대목이 나온다.

글을 쓴 사람한테 괴담의 출처를 물었다고 했다. 지율 스님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이야기 할 수 없다"거나 "수사권이 없어서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중앙> 기사 보면, 천성산 이야기 아냐... 공교롭게도 전부 삼성과 관련"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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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이 천성산 기사를 계속 내보내는 것은 '삼성'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이다. 지율 스님은 "<중앙>의 기사를 보면, 천성산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 해군기지, 골프장, 핵발전소, 4대강 사업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다. 천성산은 한 사례가 된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그 사례들이 전부 삼성이 하거나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 하는 사업을 할 때 천성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앙>은 "'봄이 되면서 도롱뇽 알과 개구리 알들이 다수 발견된 대성늪 전경'이라는 설명을 하고 그 옆에 사진을 넣어 놓았다. 그러면서 거기에 '지난해 11월부터 하루 38~57차례 KTX가 질주하지만, 천성산 습지에는 생명이 가득했다'"고 덧붙여 놓았다.

'대성늪 전경'이라고 했던 사진에 대해, 지율 스님은 "천성산에 400~500번 정도 가보았다. 천성산에 이런 늪은 없다. 알아보았더니 '대성암' 스님이 물을 뜨기 위해 파놓았던 물구덩이였다"고 말했다.

"도롱뇽소송을 했던 이유는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자는 것이었다. 환경평가를 6차례 했는데, 한결 같이 천성산에는 도롱뇽이 없다는 것이었다. 30종의 법정보호종이 있었는데, 평가보고서에는 단 한 종도 없었다. 재판 때 법정에 나온 철도시설관리공단 측 증인들도 도롱뇽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도롱뇽이 있다고 한다. 생태적으로 더 좋아졌다고 한다. 정말 좋아졌을까."

지율 스님은 최근 몇 년 사이 대성늪·무제치늪·밀밭늪에서 자라기 시작한 오리나무·화살나무를 거론했다. 이 나무들이 자란다는 것은 늪의 환경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그 사이 생태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인 셈이다.

"지금 늪 가운데 5~6년생 나무 100그루 이상이 자라고 있다. 2006년 1월 천성산 자락에 있는 대동아파트(영산 서창)에서 단수사건이 일어났다. 이전에는 지하수를 사용해 왔던 아파트다. 양동이를 들고 엘리베이트를 타는 주민들의 모습이 CC-TV 화면에 잡혀 있는 증거가 있다. 공단에서 아파트에 보상을 해주었고, 지금은 상수도를 쓰고 있다. 이때부터 물이 빠져나갔고, 같은 시기다. 이전에는 늪에 물이 많아서 나무들이 들어오지 못했는데, 늪이 건조되면서 나무들이 들어왔다. 이전에는 어쩌다 한 두 그루였지, 한꺼번에 많이 들어온 것이 문제다. <중앙>은 천성산에 세 번을 올라가서 늪을 보고 도롱뇽 알은 보았지만, 나무는 보지 못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는 말이다."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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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한 지율 스님은 "바로 세워지지 않고, 계속 기울어진 상태에서 우리의 논리와 사업이 진행되는 것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기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폭력적이거나 반정부 운동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 <중앙> 측에 의견을 전달하지 않았는지?
"지난해 여름 낙동강 내성천을 다닐 무렵이었다. 땅 한 평 사기 운동을 벌일 때다. <중앙> 기자가 왔더라. 자료를 보내주었다. 제 생각에는 그 정도 자료면 더 이상 안 쓸 줄 알았다. 데스크한테도 자료를 보냈다. 그런데도 계속 썼다. 심지어 논설위원한테도 자료를 보내 주었는데 말이다."

- 지금 늪에 도롱뇽 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도롱뇽 알이 천성산에 많이 있었다. 천성산을 '소금강'이라 부른다. 봄에 제일 먼저 나오는 게 도롱뇽이다. 계곡 전체가 도롱뇽이다. 그런데 고속철도 영향평가를 하면서 도롱뇽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해달라고 했다. 도롱뇽이 있다 없다고 단정적으로 하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 저는 이 운동을 하면서 폭력적이거나 반정부 운동으로 하고 싶지 않았다. 부족한 한 부분을 채우고 싶은 것이지, 사회에 있는 것을 모조리 다른 것으로 바꾸어 버리자는 게 아니었다."

- 가장 최근에 천성산에 다녀왔는지?
"지난 3월에 세 번 다녀왔다. 산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물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물골이 많이 없었다. 천성산 습지는 중고층 습지로, 물을 안고 있었던 것이지 물골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물침대'라고 했다. 지금은 거의 그런 느낌은 없고, 질퍽하고 질척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골이 생겼다는 것은 물이 빠진다는 의미다. 늪 옆으로 도랑이 생긴 것이다."

- 또 다른 변화는?
"고속철도 지나가는 소리가 비행기 뜨는 소리와 비슷했다. 대성암 스님은 자다가도 깜짝 놀라 일어난다고 했다. 고속철도가 지나가면 진동으로 인해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잠을 자는 동물은 민감하다. 천성산은 타원형의 긴 산이다. 부산·울산·양산 대도시의 중심에 생태계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를 터널이 지난다. 우리는 겨울잠 자는 동물을 많이 생각해야 한다."

- 이전에 <조선일보>와 소송을 하기도 했었는데.
"공사가 한창일 때 '지하수 유출 거의 제로'라는 기사가 나왔다. 그래서 공사 현장에 가보았다. 지하수 유출이 심했다. 사진과 자료를 <조선일보>에 보냈는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소송을 했고, '지하수 유출이 있었다'는 반론보도문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를 상대로 '10원 소송'을 해서 승소했다. <조선>은 130번 기사를 쓰면서, 한 번도 피해자와 인터뷰를 하거나 이야기를 전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처음으로 <조선> 관계자를 만났다. 그런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그분들도, 저도 나쁜 소송은 아니었다고 본다. 우리가 싸워서 나쁘다고만 생각할 수 없다. 문제제기를 하고 답을 얻고 싶은 부분이 있는 것이다."

"신문사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 아니고,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해 하는 것"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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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에 대해서는?
"신문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 하는 것이다. 언론이 진실을 바르게 전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미혹되고, 상처를 받고, 국토는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중앙>의 기사는 도롱뇽에 한정돼 있고, 그것은 삼성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공식처럼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누군가는 이런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 언론들이 도롱뇽소송 등과 관련해 '2조5000억 손실'을 보도했다가 정정하기도 했는데.
"큰 논란이 되었다. <조선일보>도 그렇게 썼다가 뒤에 소송을 해서 반론보도를 실었다. 처음에는 기사를 메인화면에 싣는 등 크게 보도했다가 반론보도는 불과 10줄도 안 된다. 개인은 힘이 들어서 못 한다."

- 낙동강 답사는?
"정부가 2008년 12월 안동 낙동강에서 4대강 사업 착공식을 했다. 그때 산골 오지마을에서 그 뉴스를 보고 짐을 쌌다. 2009년 3월 4일부터 낙동강을 걸었다. 10번 넘게 걸었을 것이다. 기록을 남겨야 했다. 천성산은 터널 안에서 공사를 하기에 밖에서 볼 수 없었다. 그런데 낙동강은 눈에 보이는 데서 공사를 하니까 가능했다. 지금도 거의 혼자 움직인다. 낙동강사업은 10년 정도 봐야 한다. 당장에 보가 무너지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과정들을 기록하고 자료를 모으는 일을 하고 있다. 뒷사람한테 좋은 사례로 남기를 바란다."

- 제주 해군기지와 고리 핵발전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지?
"한 번도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여기 저기 일을 할 수 없다. 천성산과 낙동강 관련해 서류 정리하고 자료를 모으고, 홈페이지 관리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이번에 <중앙>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해군기지와 핵발전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게 된 것이다. 제가 겪었던 일과 같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저도 행동하지 않을 수 없다. 아는데 행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같은 국토에 뿌리를 내리고 아픔을 겪고 있기에 할 것이다. 그렇다고 현수막을 들고 시위나 집회를 할 수는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겠다. 기도를 하고 마음을 모아주고 할 것이다. 제가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그런 일을 하겠다."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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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중앙일보>가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천성산 터널공사 반대운동을 비난하는 기사를 계속해서 내보내자,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은 18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중앙일보는 왜 천성산에 올랐을까?"라는 제목으로 기획전시를 벌였다. 사진은 지율 스님이 신문 내용을 살펴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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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천성산, #지율 스님, #도롱뇽 소송, #중앙일보, #한국철도시설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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