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나 퇴근하는데 언제 와?"어젯밤, 지인 차를 얻어 타고 퇴근하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반갑더군요. 아내와 약속한 장소에서 내렸습니다. 아내 차를 타자마자 웃음꽃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말들을 술술 풀었습니다.
"여보, 오전에 딸에게 닭살 문자를 보냈는데 딸 반응이 어쩐 줄 알아?"웬 호들갑인가 싶었습니다. 대체 어떤 문자를 나눴길래 그러는 걸까? 묻기도 전에 아내는 한 발 앞서 나갔습니다.
"유비니 내 딸^^ 내 보배. 엄마가 사랑해 마니마니 댑다마니 ㅋㅋ. 구박해도 사랑해서 그러는 거 알고 있쥐. 그래도 시험이 코앞이니 계획을 세워서 공부에 열중할 때라는 사실 잊지 말자^^"딸에게 문자 답신은 오후에 왔답니다. 전하는 말이 가관이었습니다.
"엄마 약 먹었어?"아내는 딸의 '약 타령'에 깜짝 놀랐답니다. "아무리 닭살 멘트라고 약 타령을 할 수 있냐?"는 겁니다. 요즘 아이들, 아무리 편하게 문자 날린다 치더라도 좀 지나치지 싶었습니다. 딸도 좀 과한 걸 느꼈는지 연달아 문자가 왔답니다.
"장난이고, 그래 오늘 저녁에 봐~. 나도 사랑해!""오메오메…. 애미가 딸 좀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그럴 수가.""그래 알았어. 오늘 언제 와?""엄마 강의가 있어서 9시 30분에나 집에 갈 듯.""알겠심. 오늘 봐~~""사랑한다" 메시지에 되돌아온 아들·딸의 '반전 문자'
조금은 불편한(?) 엄마와 딸의 문자 대화가 싫진 않았습니다. 모녀지간 소통의 또 다른 창구가 생긴 거니까. 그러면서 아내는 아들과의 대화를 전했습니다.
"여보, 아들에게 누나와 문자 이야길 했더니 뭐라는 줄 알아? 맞춰봐."헐, 김이 팍 샙니다. 끄집어냈으면 마무리를 해야지 스무 고개 할 일 있나요. 급한 성질에 목청을 높였더니, 군소리를 하더군요.
"칫~, 우리 신랑 재미없다."그러면서도 아내는 여전히 신바람 난 상태였습니다. 그 기분이 전달돼 저까지 기분이 '업' 되었습니다. 아내가 전한 아들의 답은 이러했습니다.
"엄마, 술 먹었어?"헉. 엄마랑 눈꼴 시릴 정도로 붙어서 난리인, 중학교 1학년 아들이 그런 말을 하다니 이해 불가였습니다. 더군다나 술이라곤 거의 마시지 못하는 엄마에게 술 먹었다니…. 아내는 그 뒤에 아들이 했던 말을 덧붙였습니다.
"장난이고, 나도 사랑해."아들이 그랬다는 거 있죠. 참 센스 있더군요. 누나와 대동소이한 말로 반전을 노린 것입니다. 어쨌든, 가족은 이래서 가족이나 봅니다. 역시,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