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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세계박람회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박람회 성공 열쇠는 무엇일까요. 많은 요소가 버무려져야겠지요. 그래도 몇 가지만 꼽으라면 사람들은 주저 없이 말할 겁니다. 뻥 뚫리지는 않지만, 도로 위에서 시간 버리는 일 없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해 교통문제 해결을 처음으로 꼽을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착한' 가격대의 맛있는 식사와 편한 잠자리를 들겠죠. 이정도만 제대로 준비해 놓으면 깔끔한 대회를 치렀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이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실현시키기가 어려워서 문제죠. 그래서 여수시가 나섰습니다.

 

여수시는 지난 2월부터 매달 12일과 20일을 '승용차 안타는 날'로 정했습니다. 시민들에게 승용차 이용을 자제토록 유도하고 있지요. 4월 12일까지 네 번 시행했는데 썩 반응이 좋지 않다고 합니다.

 

승용차는 도로 위에 나오지 마세요

 

지난 12일, '승용차 안타는 날'의 교통량 감소를 살펴봤습니다. 평소 대비 19.6%가 감소했고, 지난달 20일과 비교하면 7.8%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여수시는 목표 감소치를 70%로 잡고 있습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여수시민 거의 모두가 승용차를 몰고 나가면 안 될 듯합니다.

 

잔뜩 기대를 했는데 생각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큰 행사 때면 가장 해결하기 힘든 골칫거리가 바로 교통문제인데 시민들 호응이 이 모양이니 걱정입니다.

 

결국, 시민들은 이래저래 피곤하게 됐습니다. 내 차 몰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대신 시내버스에 올라 정해진 곳에 내려야하니까요. 또, 자동차를 끌고 나가봐야 꽉 막힌 도로에서 시간 버릴 생각할 것입니다.

 

박람회 때 한탕 하겠다고요? 꿈 깨세요
 

한 가지 걱정이 더 있습니다. 여수에 있는 일부 숙박업소에서 바가지 요금을 받다 들통이 났기 때문입니다.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동석)는 지난 18일 박람회 지정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특별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위원회는 공시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소를 적발했습니다.

 

조직위는 여수 지역에 있는 관광호텔, 모텔 등 22개소를 대상으로 불시에 유선 모니터링을 실시했습니다. 모니터링 결과, 공시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소는 2개, 예약을 거부한 업소는 3개였습니다. 큰 행사를 치르는 곳에서 항상 말썽이 되는 부분입니다. 여수에서도 어김없이 일이 터졌습니다.

 

조직위는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된 업소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또 조직위는 시정 절차를 다시 확인해 개선이 되지 않으면 위반 업소에 대해 지정 취소, 박람회 누리집 공표, 보도자료 배포, 지정현판 회수 등의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일부 업소이긴 하지만 박람회 기간에 한몫 잡으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다만, 박람회 기간이고 하니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적정 가격대는 있어야겠죠. 조직위도 발에 땀나도록 뛰고 있나 봅니다. 박람회 기간 중 숙박요금 안정화를 위해 박람회 누리집에 지정숙박업소의 요금을 공시하고 이 가격 이상을 받지 않도록 유도하겠다고 합니다.

 

특히 조직위는 언제든지 숙박시설 예약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여수세계박람회 지정 숙박업소에 관한 정보는 공식 누리집 '관광숙박' 분류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지역별, 유형별, 요금별 정보와 예약 가능 여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전쟁에 임하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여수 시민사회단체가 나섰습니다. 지난 19일 오전 10시 30분, 새마을운동여수시지회 등 여수지역 3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수시청 상황실에서 '공동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김진수 재향군인회 사무국장은 "분위기가 밝아야 하나 전쟁에 임하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연다"며 박람회 준비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습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최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와 시·도의원 보궐선거로 박람회 손님맞이 준비를 위한 소중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며 "몸과 마음을 다시 가다듬어 시들해진 박람회 분위기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30만 여수시민은 그동안 세계로 웅비하는 미항 여수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숱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잘 참아 왔다"며 "여수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질서와 아름다움이 있는 여수! 사람 냄새가 나는, 다시 찾고 싶은 여수!'를 느끼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박람회 성공개최를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가 승용차 안타기 운동에 참여하자"며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은 매우 혼잡해 불편을 겪고 있는데 시민들의 참여가 없다면 상상할 수 없는 교통 대혼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여수시 일부 식당이나 숙박업소에서 요금을 턱없이 높게 책정하거나 예약을 거부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습니다. "바가지 요금으로 인해 관광객 인근 유출은 물론, 여수를 영영 찾지 않게 될 수도 있다"며 "박람회 이후를 생각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안목을 갖추자"고 말했습니다.

 

여수에 쌓이는 '박람회 피로감'

 

그러고 보니 여수시민들도 불만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걸어 다니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인도와 도로는 계속 공사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쪽에서는 바가지 요금을 받지는 않는지 모니터링이 계속되고 있어 괜스레 마음이 졸아듭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누구 하나 불만을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불편을 묵묵히 참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박람회를 찾은 외지인들에게 최소한 마음 편하게 먹고 잠잘 수 있는 공간은 마련해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작은 도시에서 거대한 행사를 치르자니 많은 희생이 따르는 듯합니다.

 

시민들은 손님 불러 놓고 야박하게 굴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속으로 조용히 불편을 삭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시민사회단체가 시민들에게 또 한 마디 던졌으니 애타는 목소리가 얼마나 먹힐지 의문입니다. 여수 시민들에게 박람회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태그:#여수세계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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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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