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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울산교육연수원. 앞쪽에 대왕암이 보인다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내에 있는 울산교육연수원. 앞쪽에 대왕암이 보인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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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제2의 해금강'이라고 극찬한 울산 동구 대왕암공원. 이곳에서도 최고 요지인 울산교육연수원을 두고 다시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정몽준 의원의 지원으로 당선된 정천석 울산 동구청장은 당선되자마자 울산교육연수원 부지에 정주영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려 했고, 당시 <오마이뉴스> 보도(MJ계 구청장 '정주영박물관' 추진에 교육계 반발) 후 울산교육청이 "울산교육연수원을 손대면 천혜 자연이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나서면서 주춤했었다.

그로부터 6년. 울산 동구청이 지난 4월 17일 '교육연수원 활용방안 연구용역 주민설명회'를 열고 이곳에 전시실과 체험시설 등을 갖춘 '선박해양박물관' 등 건설할 것을 제시하면서 다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지난 6년간 무슨 일이 있었나?

'울산12경' 가운데 한 곳인 대왕암공원은 신라시대 왕들의 휴양지(어풍대)로, 삼국통일을 이룩했던 신라30대 문무왕(문무왕비)이 죽은 후 호국대룡이 되겠다고 유언해 수장했다는 설화가 전해져 온다.

대왕암공원 내 울산교육연수원 부지는 이 지역 독지가인 고 이종산 선생이 1947년 학교부지와 당시 현금 200만 원를 기부해 세운 수산중학교가 전신이다. 이후 울산교육청에 기부했다. 특히 이곳은 1960~70년대 일본인들이 호텔을 짓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지역민들의 전언이 있을 정도로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그만큼 탐을 낸 사람들이 많았던 것.

MJ계 동구청장은 2006년 정주영박물관 추진이 어려워지자 대왕암공원 전체를 1000억 원대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고래체험장'으로 재추진키로 했고, 이후 통합진보당 등 야당과 지역문화계의 반발이 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0년 3월 문화재청이 '경관이 뛰어나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점'을 들어 대왕암을 명승으로 지정 예고하면서 대왕암공원의 1000억대 토목공사에 제동이 걸렸다.

명승지정은 울산에서는 처음으로, 문화재청은 "대왕암, 용굴, 할미바위 등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대왕암공원은 제2의 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명승으로 지정되면 주변이 개발되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MJ계 동구청장을 비롯한 이 지역 토호들이 주축이 돼 명승지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 이들은 문화재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압박을 가했고, 대왕암공원은 명승지정 예고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명승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다.

대왕암공원 주변 지주 등으로 구성된 명승지정반대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송시상)는 문화재청을 항의 방문하고 주민 3000여 명의 '대왕암공원 명승지정반대'서명을 전달하기도 했다.

반대추진위원장은 2006년 동구청이 울산대왕암공원내 교육연수원 부지에 정주영 박물관 건립을 추진할 때 박물관 건립을 주창한 인물이다.

문제는 2010년 울산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김복만 울산교육감이 교육계의 여론 수렴없이 울산교육연수원 이전을 공약한 것. 김 교육감은 울산대학교 교수를 지낸 MJ계 인사다.

현재 동구청과 울산교육청은 울산교육연수원 이전이라는 데는 합의한 상태며 이전비용과 이전부지 문제를 두고 각론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울산교육연수원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왼쪽이 대왕암. 인근에 현대중공업이 있다
 울산교육연수원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왼쪽이 대왕암. 인근에 현대중공업이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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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17일 동구청이 '선박해양박물관' 등을 골자로 하는 울산교육연수원 활용방안에 대한 용역결과를 발표했고, 지역언론은 이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교육계에서 비난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2006년 울산교육연수원의 정주영박물관 추진 반대에 앞장섰던 곽용(71) 전 울산강북교육청 과장은 "연수원 이전은 대왕암공원 전체 틀로 봐야 한다"며 "기증자의 뜻에 반하며 천혜의 자원 훼손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대 운동을 다시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구청 담당과장은 "용역 결과가 나왔을 뿐 아직 연수원에 무엇을 짓겠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연말에 가서야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나"고 말했다. 또한 "연수원 이전 반대 논리로 기증자의 뜻을 말하는데, 학교가 이전된 지금 꼭 교사들 연수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평생교육시설이나 문화컨텐츠 제공도 같은 뜻이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이전 비용이나 이전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동구청이 일방적으로 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하지만 이전비용 등 요건이 충족되면 교육감 공약 사항이므로 울산교육연수원 이전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는 반대의 뜻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20일 전화통화에서 "울산교육연수원을 이전 하려는 것은 기증자의 뜻과 적합하지 않다"며 "굳이 울산교육연수원을 이전하려면 재벌에 이득이 안 되게, 지역에 도움이 되게 하되 연수원 대체부지와 예산 마련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곽용 전 울산교육청 평생교육과장
울산교육연수원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곽용 전 울산강북교육청 과장. 그는 "연수원 이전은 기증자의 뜻에 어긋나고 천혜의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교육연수원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곽용 전 울산강북교육청 과장. 그는 "연수원 이전은 기증자의 뜻에 어긋나고 천혜의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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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0년부터 3년간 울산교육연수원에서 관리를 담당한 전 울산강북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장은 "울산교육연수원 이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열악한 지역교육환경을 위해 연수원부지를 기증하신 고 이종산 선생의 뜻에 반하게 관광목적 혹은 재벌의 홍보용으로 쓰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대왕암의 명승 지정을 막은 후 연수원을 개발하려는 것은 아닌가"고 따졌다.

다음은 곽용 전 과장과의 일문일답 

-울산교육연수원 이전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연수원 기증자인 고 이종산 선생의 뜻이 무엇인가? 오직 교육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것 아닌가.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과정을 보면 천혜의 요지인 이곳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는 음모가 숨어 있는 것 같다. 고인의 유족들도 분개하고 있다. 조만간 교육감과 동구청장을 만나 뜻을 전할 것이다. 연수원 이전 중지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

-연수원 부지를 주민들을 위해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번 용역안을 보면 63년 전 현 연수원부지를 있게한 이종산 선생의 유지를 보존하겠다는 뜻이 결여되어 있다. 동구청의 용역연구안에는 알맹이가 없다. 이곳에는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과 선조들의 혼이 깃든 곳이다. 그런데 동구청 용역안에는 선조를 위한 성역화시설이 하나도 없다. 만일 대왕암을 정비하려면 민족역사공원으로 차별화하고 통일 후도 대비해야 한다."

-대왕암과 연수원을 하나로 보는 것인가.
"연수원 부지는 곧 대왕암공원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연수원 이전 추진 과정을 보면 대왕암 개발과 맥을 같이 한다. 개발논리로는 천연자원 원형을 보존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구청은 이곳을 개발해 연간 3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게 한다는 구상인데, 청정지역인 이곳이 오물투성이가 될 것이다. 현재 연수원 앞 바다에는 해삼, 멍게, 전복 등 해산물이 자라고 있고, 동구주민 108명이 수확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연수원이 사람들로 북적이면 이 자원도 파손될 것이 뻔하다. 이에 대한 대책도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일본의 대지진을 보지 않았나. 이곳 앞바다에서도 최근 지진이 감지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개발만 해서 능사가 아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모습만 좋게 할 것이 아니라 태고 때 자연상태를 살려두고 성역화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이때 수많은 예산을 들여서 성지인 이곳을 먹고 노는 곳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기증자의 뜻에 반하는 연수원 이전을 반드시 막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교육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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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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