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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군무
 갈매기의 군무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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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 해변은 경포천이 바다로 흘러드는 곳에서 시작된다. 강문 해변으로 가려면 강문교를 건너야 한다. 강문교 옆에는 해신당이 하나 있다. 그리고 강문항에는 횟집 등 음식점이 해변을 따라 발달해 있다. 횟집 수족관에는 숭어가 떼를 지어 놀고 있다. 이곳 해변에서 우리는 잠시 쉬어 간다. 그것은 바닷가로 쉼터가 마련되어 있고 의자도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닷가로 갈매기들이 모여든다. 그것도 떼를 지어서. 무슨 이유인가 살펴보니, 횟집에서 나온 생선 부산물이 모래밭에 던져져 있다. 갈매기들이 이것을 먹기 위해 모여드는 것이다. 녀석들, 처음에는 사람을 경계하는 듯 바다 쪽에서 접근한다. 그러더니 조금씩 조금씩 먹이로 다가간다. 그 중 용감한 녀석 두어 마리가 하강하면서 먹이로 돌진한다. 그러자 다른 녀석들도 따라 내려간다.

물고기가 먹이를 찾아 유영하는 것과 비슷하다. 모래사장 위가 순식간에 갈매기 천국이 된다. 순식간에 먹이를 먹어대더니 조금씩 하늘로 올라간다. 조금씩 갈매기의 밀도가 낮아진다. 우리는 도로변에 설치된 데크에 앉아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본다. 녀석의 군무와 요란한 소리로 우리는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제 다시 해송 숲길을 따라 송정해변으로 내려가야 한다.

해송 숲길을 따라

해송 숲길의 여인
 해송 숲길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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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은 바닷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으로 조성되었다. 그것이 그늘을 주고, 피톤치드를 주기 때문에 현재는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해송 숲길에는 길이 잘 나 있어 걷기에도 좋다. 그곳에는 나무를 껴안는 남정네도 보이고, 솔밭에 앉아 기타를 켜는 여인네도 보인다. 그 남정네는 나무를 친구 삼자고 껴안는 것이고, 그 여인네는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 그러는 것 같다.

그 여인네는 영화 <금지된 장난>(1952)의 주제 음악 로망스를 연주한다. 어쩌면 저렇게 서정적일까? 나는 잠시 서서 그 음악을 듣는다.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옷차림까지 멋져 보인다. 곧이어 솔숲 넓은 공간에 석조물이 하나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송림처사 경주최공 봉조 유적기념비'다.

최봉조 기념비
 최봉조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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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에는 최봉조씨가 송림을 만들고 보존하는데, 큰 업적을 남겼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 유지에 따라 앞으로도 천년만년 경사스런 일을 많기를 기원하고 있다. 내용도 그렇거니와 기념비 위에 있는 최 처사의 조각도 특이하다. 꼭 한 번 보고 갈 필요가 있다. 해송 숲길을 나오자 송정해변의 물레방아 쉼터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카이트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카이트는 연을 말하고, 서핑은 파도타기를 말한다. 그러므로 카이트서핑은 연을 띄워 그 힘으로 파도를 타는 수상 스포츠다. 그런데 바람이 세어서인지 굉장히 힘들어 보인다. 서핑을 마치고 나온 사람의 모습을 보니, 힘이들뿐 아니라 추워 보인다. 아직 바다의 수온이 낮기 때문이다.     

카이트 서핑
 카이트 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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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해변에는 커피촌이 형성되어 있다

송정해변을 지나면 소나무 숲은 줄어들고, 길은 해변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자동차 도로 안쪽 해변을 따라 걷는다. 이 길은 안목해변까지 거의 직선으로 이어진다. 안목해변에 이르자 해변을 따라 커피숍들이 줄지어 있다. 그리고 해변 쪽으로는 차량이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다. 이곳은 또한 차량 통행도 많아서 호젓한 바다를 감상하기 어렵다.

이곳이 바로 최근에 조성된 안목해변 커피촌이다. 강릉항이 조성되면서 커피숍이 들어오기 시작해 이제는 150여 개에 이르고 있다. 사람은 안목해변을 커피 거리라고 부른다. 또 젊은이들에게 파급효과가 큰 KBS 프로그램 <1박 2일>이 지난해 12월 4일 안목해변 커피 거리에서 진행되면서 더 유명해지게 되었다.

안목해변 커피거리
 안목해변 커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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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이곳에 들러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1층에서 주문을 해, 2층이든 3층이든 자기가 원하는 테이블에 앉아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곳의 장점은 커피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해변거리는 차량이 붐비지만, 커피숍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은 아주 멋지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한 잔 마셔보는 것도 괜찮다. 

군사시설이던 죽도봉, 세월 지나 전망대 공원으로

강릉항
 강릉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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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해변의 끝자락에는 최근에 조성된 강릉항이 보인다. 원래 명칭은 안목항이었으나 2008년 강릉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0년 10월 국가어항 개발계획에 따라 방파제, 부두, 교량과 순환도로가 생겨났고, 민자 유치를 통해 요트마리나가 만들어지고 있다. 요트마리나는 해상의 요트 계류장 및 플로팅 시스템 등 레포츠 시설과, 육상의 클럽 하우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이 완성되면 강릉은 해양관광문화를 선도하는 국제적 해양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는 차량, 항공, 요트가 결합한 미래형 레저문화의 창출을 꿈꾸고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나 발렌시아 같은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요트마리나, 그러한 멋진 시설이 들어서고 강릉 경제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강릉항은 이제 어항, 유람선과 여객선 부두, 요트장이 있는 복합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강릉항과 솔바람 다리 지도
 강릉항과 솔바람 다리 지도
ⓒ 강릉바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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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항 앞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해안을 따라 도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죽도봉을 넘어가는 길이다. 바다 호수길은 성황당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죽도봉으로 오르게 되어 있다. 우리는 성황당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 성황당 역시 바다로 나가는 어부들의 무사안녕을 비는 장소로 만들어졌다.

죽도봉 공원 넘어, 솔바람 다리 건너

솔바람 다리
 솔바람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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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다 호수길도 거의 끝난다. 죽도봉을 넘고 솔바람 다리를 건넌 뒤 남항진 버스종점에 도달하면 끝나기 때문이다. 죽도봉에는 원래 군사시설이 있었다. 2009년 6월 계단과 산책로를 조성하고 전망대를 만들어 공원이 되었다. 그후 시민이 휴식처로, 바다호수길의 멋진 전망대로 그 위상이 바뀌게 되었다. 전망대에 오르니 지나온 강릉항과 앞으로 갈 솔바람 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강릉항은 지금도 조성 중이고, 솔바람 다리는 예술성을 가미해 2010년 4월 개통되었다.

솔바람 다리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으로 되어 있다. 솔바람 다리는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는 하류지점에 있다. 다리 주변에는 낚시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강변을 따라 조금 걷다가 솔바람 다리로 오르니 강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바다와 육지의 기온 차에 의한 바람인 것 같다.

남항진 버스 종점
 남항진 버스 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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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솔바람 다리에 한 줄로서 기념촬영을 한다. 다리 위에는 나무 데크가 깔려 있어 밟는 촉감도 아주 좋다. 다리를 건너자 풍력을 이용, 발전하는 시설도 보인다. 다리를 건너자 바로 남항진 해변이 펼쳐진다. 남항진은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는 남쪽 지점으로, 시골의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그런데 이곳 해변 600m 정도가 해수욕장으로 개발되면서 관광지가 되었다.

남항진에는 갈매기 화장실이 유명하다. 바다호수 길의 끝 남항진 버스종점에 이르니, 시내로 가려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결혼식을 마치고 온 신랑신부와 그 친구들이 승용차에서 내린다. 한적한 이곳에서 뒷풀이를 하려는 모양이다. 아침에 사천진에 우리를 내려주고 갔던 버스도 벌써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저녁은 현대 정주영 회장이 즐겨먹던 막국수

강릉 막국수
 강릉 막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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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릉 바우길 걷기 행사를 기획한 김완수 대원이 저녁을 먹고 가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한다. 강릉에 오면 막국수를 먹고 가야 한다면서. 모두 찬성한다. 그래서 차는 송정해변에 있는 막국수집으로 향한다. 현대그룹 총수였던 정주영 회장의 10년 단골집이었단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름에 걸맞게 사람들이 많다.

미리 주문해 놓아선지 막국수가 비교적 빨리 나온다. 우리는 막국수에 수육에 동동주를 한 잔씩 마신다. 처음에는 메밀꽃 생동동주가 나오더니, 곧이어 옥수수 생동동주가 나온다. 메밀꽃 동동주는 색깔이 희고 옥수수 동동주는 노랗다. 맛도 조금은 다르다. 그런데 한 번씩 맛을 보더니 다들 옥수수로 간다. 막국수와 수육의 맛도 좋은 편이다. 막국수는 양도 꽤 많다.

정주영의 서명
 정주영의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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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를 먹고 나오면서 보니 정주영 회장 사진이 크게 걸려 있다. 정주영, 정순영, 김윤규 씨의 서명도 보인다. 정씨 형제는 이미 고인이 되었고, 김윤규 전 현대아산 사장도 현대그룹과의 인연이 멀어졌다. 그러고 보니 강릉이 현대가와 인연이 많은 도시다. 강원도 통천 출신인 정주영 회장이 휴전선에 막혀 고향에 갈 수 없으니 이곳 강릉에 투자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도 5시 20분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차는 다시 안목해변 삼거리로 해서 남대천을 따라 강릉 시내로 들어간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시내에 차가 많은 편이다. 얼마 후 차는 강릉 나들목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차가 속도를 낸다. 저녁 햇살이 생각보다 강하다. 대관령 쪽으로 접어들면서 나는 눈을 감는다.  


태그:#강문 해변, #송정 해변, #안목 해변, #강릉항, #남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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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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