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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6일 오전 11시 23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젖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장을 보러나온 한 시민이 한우를 고르기 위해 유심히 살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젖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장을 보러나온 한 시민이 한우를 고르기 위해 유심히 살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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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지만, 미국산 쇠고기 검역·수입 중단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가 또다시 국민 건강권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도 '국익'을 내세웠다.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미국에서 광우병(BSE·소해면상뇌증)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휴짓조각이 됐다.

25일 오후 농림수산식품부는 즉각적인 검역·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는 대신 미국 쪽에 광우병 소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각) 미국 농림부는 "캘리포니아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상세한 정보를 파악할 때까지 시일이 걸리는 만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개봉검사 비율을 늘리는 방식으로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력이 부족해 전체 물량의 10%에 대한 검사만 가능하다. 여인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국익을 생각해봤을 때, 즉각적인 검역·수입 중단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2008년 정부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하면 즉각 수입중단" 약속

정부는 2008년 5월 8일치 <조선일보> <한겨레>를 비롯한 주요 일간신문에 광고를 내고 "미국에서 광우병 쇠고기가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8년 5월 8일치 <조선일보> <한겨레>를 비롯한 주요 일간신문에 광고를 내고 "미국에서 광우병 쇠고기가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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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광우병 파동 당시인 2008년 5월 주요 일간신문 1면에 "국민의 건강보다 더 귀한 것은 없습니다, 정부가 책임지고 확실히 지키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가족부 명의의 이 광고에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정부는 이 광고에서 "이미 수입된 쇠고기를 전수 조사하겠다", "검역단을 파견하여 현지실사에 참여하겠다", "학교 및 군대 급식을 중지하겠다"고도 했다.

또한 같은 해 6월 총리실·농식품부·통상교섭본부 명의의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관련 Q&A' 자료에도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확인될 경우, 일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이 자료에서 정부는 "당초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분류에 부정적인 변경을 인정할 경우에만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합의됐지만, 이후 추가협의를 거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정부는 수입중단 등 필요한 초지를 취할 권리가 있음을 수입위생조건 부칙에 명시했다"고 홍보했다.

실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부칙 6항에는 "한국 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제20조 및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건강 및 안정상의 위험으로부터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있다.

우리 법령에도 수입 중단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광우병 파동 이후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 32조의2에 따르면, 농식품부 장관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할 경우,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쇠고기에 대한 일시적 수입 중단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국익 이유로 국민 건강권 내팽개친 정부"

하지만 정부는 통상마찰을 예방한다는 이유로 즉각적인 검역·수입중단 조치를 외면했다. 여인홍 실장은 "그러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미국 대사관에 광우병 소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요청한 상태다.

여인홍 실장은 "30개월령 이상의 젖소고기는 미국에서 주로 가공용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은 오염된 사료를 통해 전파되는 정형 광우병과는 다르고 산발적으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아직까지 전파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비정형 광우병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역 강화만으로는 광우병을 발견할 수 없다,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수입 중단 조치를 한 후, 미국 시스템을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건강권보다 중요한 국익은 없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약속을 뒤집고 통상마찰 예방이나 국익을 이유로 국민 건강권을 또다시 내팽개쳤다"며 "당시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태그:#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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