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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교양제작국 한학수 프로듀서가 마이크를 잡았다. 방송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한 피디는 25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강연했다.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과 경남지역언론노조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것이다.

김재철 MBC 사장은 최근 지역MBC 사장을 비롯해 간부 인사발령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피디는 "파업을 계속하라는 것이다. 김 사장의 '친위체제'로 12월까지 가겠다는 의사표시이며, 한편으로는 김 사장이 운용할 수 있는 인사폭이 적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파업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 6월이 분수령이다. 8월 방송문화진흥회(MBC 사장 선임권) 교체 때를 봐야 한다. 끝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업 대오는 흐트러짐이 없다"고 밝혔다.

 MBC 시사교양국 한학수 프로듀서.
MBC 시사교양국 한학수 프로듀서. ⓒ 윤성효

<PD수첩> 등에서 피디로 있으면서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피디수첩을 맡는 피디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도 했다. 그는 "MBC 시사교양국 피디가 60여 명인데, 다들 피디수첩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을 갖고 드러내야 하고, '악당'이라는 라벨을 달고 살아가야 한다"면서 "편집할 때 담배를 많이 피우거나 커피를 많이 마신다. 괴롭다"고 말했다.

그가 다루었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국방의무와 종교자유가 충돌하기에 어느 것이 우선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체복무제가 조정 방안이라 할 수 있다"면서 "방송하고 나서 죽는 줄 알았다. 게시판에 글이 1만개 정도 달렸는데, 특히 군대 다녀온 남성들이 '내 군대를 돌려줘' '내 삶은 뭐냐'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침 방송 피디를 맡고 있을 때 홍석천씨의 '동성애 커밍아웃'이 터졌다는 것. 그는 "당시 홍석천씨는 방송에서 모두 잘리고 매장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것은 아니다 싶었다. 성적 취향을 갖고 그 사람을 매장하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침 프로그램에 홍석천씨를 '도전 아줌마 간다'의 대장으로 맡겼던 것. 한학수 피디는 "홍석천씨를 만났더니 동성애 코드가 되어버렸기에 자기가 쓰러지면 전체 집단이 너무 심한 상처를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아줌마들과 체험현장을 하고 촬영해서 방송으로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 방송이 나가고 나서 또 죽는 줄 알았다. 시청자들은 피디를 죽여라까지 했다. MBC 심의실에서 피디가 문제가 있다고까지 했는데, 뒤에 반박했다. 시청자 게시판 글은 첫주에 5000개 정도 달리더니 4주 뒤에는 200~300개 정도로 점점 줄었다. 극악하게 반격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홍석천씨는 6개월간 프로그램을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MBC 시사교양국 한학수 프로듀서.
MBC 시사교양국 한학수 프로듀서. ⓒ 윤성효

한학수 피디는 피디수첩에서 다루었던 '사형제를 사형시켜라'를 제작하면서 울었다고 실토했다. 1996년 8월 2일 새벽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서 발생했던 '페스카마호 선상살인 사건'의 주범이 사형을 선고받았던 것이다.

"저는 잘 울지 않는다. 감정을 촉발시키는 사람이다. 그 사건의 주범 아들을 인터뷰 하는데 눈물이 났다. 주범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형수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당시 12~13살이었던 주범의 아들은 알고 있었다. 그 아들은 인터뷰할 때 '저는 아버지를 믿습니다'고 하더라. 아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나서, 촬영을 잠깐 중단하기도 했다. 그 때가 유일하게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한 피디는 "반대편 피해자 가족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사건의 주범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사형 집행을 하라고 했다"면서 "그렇게 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살아오는 것은 아니다. 원한이나 복수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피디수첩은 2002년 청와대․검찰․국가정보원․국회를 파헤쳤는데, 한학수 피디는 국정원 취재를 맡았다. 방송 뒤 '국정원 직원 MBC 출입금지'가 내려진 일화를 소개했다.

"방송 전날 당시 MBC를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한테 연락이 왔지만 나가지 않았다. 동료 피디가 나갔는데, 그 국정원 직원이 개별 피디들의 비리라며 하나씩 들추었던 모양이다. 말다툼이 있었는데, 국정원 직원이 먼저 주먹질을 했다. 당시 김중배 전 사장은 '피디 폭행사건'에 화가 났다. 국정원 2차장이 방송에 대해 따지기 위해 MBC에 왔는데, 김중배 전 사장은 만나지도 못했다. 그 때 '국정원 직원 MBC 출입금지'가 내려졌다. 다른 언론사에도 영향을 미쳤고, 언론사에 상주하는 국정원 직원이 없어졌다. 그 때 이후부터 김재철 사장 등극 전까지 공식적으로 국정원 직원이 출입을 못했다. 김재철 사장 이후와 MB(이명박)정권에서는 국정원 직원이 언론사에 어느 정도 개입하는지 모른다."

 MBC 시사교양국 한학수 프로듀서는 25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강연했다.
MBC 시사교양국 한학수 프로듀서는 25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삼성 무노조'도 다루었다. 그는 "2명 이상이 노조를 만들겠다고 하면 용인해 주어야 한다. '유령노조'를 만들어 차단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헌법에도 보장돼 있는데 말이다"면서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하루 전날 섭외를 해서 현장에 나가보면 10명 중 8명은 나오지 않았다. 하룻밤 사이에 진압돼 버린 것이다. 인터뷰에 응했던 사람들도 '이거 방송에 나갈 수 있겠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을 진행자 멘트로 다 담아냈다. 그리고 삼성 상무가 방송 전에 찾아와서 '다 나가도 좋으니 회장 얼굴만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더라. 거기서 회장 얼굴을 빼면 내가 굴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고 이병철 회장이 헬기 타고 가는 장면까지 내보냈고, 자막으로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된다'고 했던 말까지 넣었다."

피디수첩 700회 특집으로 줄기세포 조작 의혹을 다루었던 '황우석 사태'에 대해, 그는 "제보자는 황우석 사단에서 일했던 의사였다. 제보자는 부부인데, 해직되어 2년 정도 방황하다 그 뒤에 잘 돼 있다"면서 "세월이 좋아져서 제보자 부부를 공개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

한학수 피디는 "피디는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돌려서 말하지 않고, 논점을 흐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MBC 시사교양국 한학수 프로듀서는 25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강연했다.
MBC 시사교양국 한학수 프로듀서는 25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한학수 피디#피디수첩#창원노동회관#MBC#김재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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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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