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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가 들어서기로 돼 있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용지 전경.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가 들어서기로 돼 있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용지 전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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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인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에게 현금으로 1억 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26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최시중과 박영준은 나에게 직접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모두 이아무개(D건설 대표)가 요청해 가져갔다"며 "2005년 하반기에는 해외에 있다며 이아무개가 '네가 직접 전달해 달라'고 해 1억 원을 현금으로 최시중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건설업자인 이아무개씨에게 건넨 총 61억여 원과는 별도로 현금 1억 원을 직접 최 전 위원장에게 건넸다는 주장이다. 1억 원을 건넸다는 2005년 당시 최 전 위원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실제 최 전 방통위원장을 만난 때는 애초에 알려진 2005년 12월보다 1년이나 앞선 2004년 12월께였다. 그는 "나는 최시중과 박영준을 잘 몰랐는데 (D건설 대표) 이씨가 2004년 12월경 '인허가가 어려울 것 같으니 최 위원장을 통해서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바로 최 위원장을 만나게 해줬다"며 "이씨는 '최시중 위원장이 우리 누나와 결혼할 뻔했던 사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최시중 등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일이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양재복합유통센터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관련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양재복합유통센터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관련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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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은 이 전 대표가 건설업자 이씨에게 건넸다는 '61억여 원'은 본인이 아니라 검찰이 특정해줬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이아무개 사장에게 얼마를 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검찰에서 (내가) 61억5000만 원을 줬다고 하더라"라며 "현금으로 30억~40억 원 줬고, 계좌로 11억 5000만 원을 줬다(고 한다)"고 말했다.

'로비자금 61억여 원'이라는 금액은 이씨가 운영하는 디자인 회사(하이마트 매장 인테리어 담당)를 압수수색하면서 검찰이 입수한 이씨의 수첩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가끔 (이아무개 사장을 만나면) 고맙다고 하기에 나도 그 돈(61억여 원)이 최시중과 박영준에게 전달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61억여 원 가운데 최 전 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건너간 금액이 얼마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25일 검찰조사에서 "2006년 초부터 2007년까지 서너 차례에 걸쳐 (건설업자) 이씨에게서 총 2억 원 가량을 받았다"며 "2억 원은 모두 순수한 후원금으로 파이시티 로비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내가 개인적으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알려진 것처럼 이명박 정부 시기인 지난 2010년 10월과 2011년 11월 최 전 위원장이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권혁세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청탁 전화를 해주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지금까지 일이 진행된 것을 볼 때 그들(최시중, 박영준)이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면 일이 이렇게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 전 위원장 등에게 거액을 건넸지만 파이시티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박영준에게 건넨 10억은 빌려준 것... 돌려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또한 이 전 대표는 박영준 전 차관에게 건넸다는 10억 원은 "빌려준 것"이라는 주장을 펴서 눈길을 끈다. 결국 '순수한 로비자금'은 51억여 원이라는 얘기다.

이 전 대표는 "(이씨가) 2008년 1월 박영준이 이사를 해야 하는데 돈이 급히 필요하다고 연락해와 이씨를 통해 10억 원을 계좌로 보내줬다"며 "나는 돌려받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검찰에선 돌려받은 기록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 지금도 돌려받았는지 아닌지 기억이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2005년 1월 박영준이 서울시 정무국장(정무보좌역)으로 있을 때 이씨 소개로 만나게 됐다"며 "당시에는 박영준이 이렇게 크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이씨-나-최시중 또는 이씨-나-박영준 이렇게 3명씩은 만났지만 4명이 만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 전 대표가 최 전 위원장을 처음 만났던 2004년 12월에 박 전 차관도 동석했다는 언론보도 내용과는 다른 대목이다.  

이 전 대표는 "검찰에서도 계속 로비한 다른 인물은 없느냐고 추궁하는데 다른 인물은 없다"며 "서울시 공무원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태그:#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비리, #최시중, #박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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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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