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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ABC에 속하는 작품이 뭘까? A는 베르디의 '아이다', B는 푸치니의 '라 보엠', C는 비제의 '카르멘'이 그것이다. 그것들은 오페라를 대표하는 명작이다. 클래식을 즐겨 듣는 젊은 애호가들이라면 그 정도는 알 것이다.

 

푸치니의 '라 보엠'을 언젠가 다시 들은 기억이 있다. 작년 봄 어느 교회에서 펼친 4인조 혼성 교수들의 음악 무대였다. 남녀 교수들이 주인공이 되어 음악으로 사랑을 속삭였고, 그들의 노래 소리에 모두 마음이 녹아들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을 더 즐겨 듣는가 보다, 하고 말이다.

 

류준하의 <내 삶의 변주곡 클래식>은 음악에 대한 취향과 수준이 다른 세 명의 등장인물을 대동하여 나누는 유쾌한 클래식 이야기다. 이 책에는 불멸의 작곡가와 연주가가 빚은 음악뿐 아니라 탱고와 국악, 월드뮤직과 대중음악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 등 80여 곡이 넘는 음악 밥상이 차려 있다.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음악을 듣고 음악에 관한 책을 뒤적거리는 일이 더없이 즐겁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책과 음반도 사 모으게 되었다. 그냥 내가 즐거워서 한 일인데 이렇게 모은 물건들이, 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채워주는 도구가 되고 비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비워주는 도구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머리말)

 

그렇다. 이 책을 쓴 작가는 현직 고등학교 지리 교사이자 차이코프스키를 사랑하는 음악애호가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지만, 30여 년 전부터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배운 그 감동을 이 책에 밥상으로 차려 놓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학생 '류수연'의 발랄할 질문과 고집스런 직장인 '박은허'의 취향, 잡식성 음악의 대가인 '차선생'의 박식한 해설은 젊은 클래식 애호가들을 더 깊이 이 책에 빠져들게 할 것이다.

 

차선생 : 그런데 그런 바다를 과연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다행히도 적잖은 음악가들이 바다에 대한 제각기의 흥미로움을 오선지에 옮겨 놓았더군요.

박은허 : 물론 사람에 따라 바다에 대한 느낌이 다른 만큼 바다를 묘사한 음악도 작곡가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음악을 통해 바다를 느껴보는 것 또한 색다른 음악 감상의 묘미가 될 것 같네요. 재밌겠어요.(124쪽)

 

이는 이 책의 '제 1변주' 여덟 번째장에 나오는 '다양한 색깔의 바다'에 관한 음악 감상 이야기다. 이 장에는 샤를르 트레네의 <바다La Mer>를 비롯해 둘체 폰테스의 <바다의 노래Cancao do Mar>, 클로드 드뷔시의 <바다La Mer>, 그리고 김민기의 <바다>에 관한 감상평도 올려 놓고 있다. 샤를르 트레네의 <바다La Mer>가 '나른한 바다'를 연상한다면 둘체 폰테스는 '유혹의 바다'를, 김민기는 '비장한 바다'를 기억케 한다고 한다. 물론 김민기 선생은 '민주'니 '투쟁'이니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고 강조한다.

 

류수연 : 황병기 선생에 얽힌 재미난 일화 같은 건 없나요?

차선생 : 언뜻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 중에는 초등학교 3학년까지 낙제생이었으며, 그러고는 다시 한 학기 만에 우등생이 됐다는 것, 그리고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 국립국악원에 가야금을 배우러 다녔다는 사실 등이 있어요. 체계적인 작곡법을 배우지 않았음에도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을 만큼 수준 높은 가야금 독주곡을 만들어냈다는 것과 오선지로 기보한 최초의 독주곡 작곡가인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383쪽)

 

이 책 '제 4변주'의 '전통음악 속의 사계절'에 수록된 가람 황병기 선생에 관한 내용이다. 클래식하면 서양 곡만을 엄선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에는 단가의 <사절가>를 비롯해 황병기의 <춘설>, 전순희의 <봄>, 이상규의 <대바람 소리> 등 우리나라의 전통음악 속에 깃든 클래식을 발군해 내기도 한다.

 

음악을 음식에 즐겨 비유하는 류준하 선생. 그는 음악 감상회 프로그램을 밥상에 빗대기도 한다. 그 감상회를 통해 채울 건 채우고 비울 건 비워내는 것 말이다. 지적 욕구와 문화적 욕구는 채우고,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는 비워내는 것, 그가 말하는 진정한 음악감상의 묘미일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클래식 밥상의 메뉴는 이렇게 차려 있다. 제 1변주 '고독한 영혼을 위한 환상곡', 제 2변주 '걸작을 만든 음악가의 위대함', 제 3변주 '거부할 수 없는 매혹과 낭만', 그리고 제 4변주 '낯선 음악의 풍경 속으로' 등이 그것이다. 80여 곡이 넘게 올라와 있는 음악 밥상 이야기를 통해 채울 것을 잘 채우고, 동시에 비워내야 할 스트레스는 말끔히 비워내길 바란다.


내 삶의 변주곡 클래식 - 음악의 기쁨을 아는 젊은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음악 토크 콘서트

류준하 지음, 현암사(2012)


태그:#류준하, #내 삶의 변주곡 클래식, #라 보엠, #푸치니, #황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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