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성폭력피해여성 보호시설인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에 대한 정부지원금이 중단됐다가 지난 10일 다시 지급됐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이 시설에 지원될 예정이었던 3월분 정부지원금은 같은 달 20일~30일 사이에 지급되어야만 했자. 하지만 이 시설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의 정보 입력을 거부함으로써 지원이 중단됐다가, 논란이 일자 지난 10일 뒤늦게 지급된바 있다.
지원금 중단 사태는 열림터가 정부의 전산망인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이하 사복시)에 여성폭력피해자들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거부한 것과 관련이 있다.
BH 지시사항 '수기 처리하는 시설 점검및 징계조치'여성가족부는 올해 초순 경, '3월부터 사복시를 이용하지 않는 시설에 대해서는 생계비와 의료비, 교육비 등 피해자에게 지원되는 각종 급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온라인 미보고 시설에 대해서는 감사 부서를 통해 징계(주의)조치 할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은 보건복지부가 시설수급자의 부정·중복수급을 방지하고 누수 되는 급여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이유에서 구축한 것으로, 정부의 전산망인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의 서버와 연계해서 관리된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설 입소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실명 등의 개인정보를 통합관리망에 입력하여 전산관리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통합관리망에 입소자의 개인정보가 모두 저장되는 것이다. 또, 통합관리망에 신상정보를 입력하게 되면 퇴소 이후에도 입소자의 정보가 5년간 저장된다는 점.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열림터 측은 "정부가 성폭력피해자들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편의를 위해 개인정보 입력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여성폭력 피해의 특성상 개인정보 보호는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하는데 필수적. 입소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사용을 거부하고, 지원금이 끊기더라도 정부와 맞서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지난 6일에는,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221개의 상담소·쉼터들이 뜻을 모아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강요는 피해여성의 인권침해' 라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었다.
또 이날 진정서 접수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서 열림터 측은 "하루라도 빨리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에 대한 '사복시' 이용 지침을 전면 철회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정부로 거듭나기를 촉구"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 '사복시 시스템이 개인정보 보호 등에 있어 안정적'정부지원금 논란과 관련 여성가족부 권익정책과 양철수 서기관은 "업무효율화와 회계투명 개인정보 보호에 있어 기존 종이방식보다 사복시 시스템 이용이 더 바람직하다"면서, "계속 설득하고 안내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또 그는 계속해서 열림터 측이 사복시 시스템 이용을 거부할 경우에 있어서 여성가족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겠지만 기존의 방식 보다는 개인정보 보호 등에 있어 철저를 기할 수 있기에 계속해서 안내하고 설득할 예정"이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양 사무관은 열림터 측과 갈등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설 이용자들에 대한 지원은 차질을 빗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수기로 하다 보니 늦어졌을 뿐이다. 3월분은 물론 4월분도 지급된걸로 알고 있어 지원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방침에 따라 열림터가 계속해서 자신들 방침을 고수한다면 정부지원금을 놓고 그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여성가족부의 지원금의 안정적 지원이 불투명한 가운데 열림터 김지현 활동가는 "지원금이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불안하다"면서, "오는 토요일(28일) 입소자들의 생계비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를 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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