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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7일 오전 10시 54분]

26일 오후 국회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26일 오후 국회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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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이냐, 단합이냐'

글자 하나를 둘러싼 논란이 26일 민주통합당을 달궜다. 이해찬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이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맡는 '투톱 체제' 합의를 놓고 계파별 자리 나누기를 위한 담합이냐, 친노-비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단합이냐는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이해찬 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 측이 당내 계파 갈등 해소를 위한다며 내놓은 해법이 오히려 계파별 분란을 일으킨 모양새가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는 오는 5월 4일 선출된다. 유권자라고 할 수 있는 127명의 민주당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친노와 구민주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밀실에서 자리를 나눠맡기로 한 게 당심과 민심을 외면한 오만한 발상으로 국민들에게 비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올드보이 투톱, 국민이 역동성 기대할 수 있나"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위에서 결정하면 그대로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시대적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해찬 구상'을 밀어붙이려면 의원들 줄세우기가 불가피할 텐데, 이는 구태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재선 의원도 "이해찬-박지원, 두 올드보이가 당의 얼굴이 된다면 과연 국민들이 볼 때 당 변화의 역동성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두 사람의 합의 내용과 절차 모두 잘못됐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의 한 초선 당선자도 "두 분이 대선까지 고려해서 역할 분담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게 최선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486·재야출신·친노 일부가 참여하고 있는 당내 최대 세력인 진보개혁모임도 반기를 들었다. 진보개혁모임은 이날 긴급 오찬 회동을 통해 이미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유인태 후보를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다.

모임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우상호 당선자(서울 서대문갑, 재선)는 "이날 회동에서 (이해찬 고문의) 기획 취지는 이해하지만 절차와 방법이 옳지 않았다는게 다수 의견이었다"며 "진보개혁모임은 유인태 후보 지지를 다수 의견을 모았고 회원 상당 수가 이 결정을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주자 그룹도 반발... "오만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

민주통합당 문재인 이해찬 상임고문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민생공약실천 특별위원회 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이해찬 상임고문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민생공약실천 특별위원회 회의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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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예비 대권 주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해찬 상임고문이 대선 후보로 문재인 상임고문을 염두해 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잡음이 더 커지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3선의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은 "당권-원내대표 분담 합의는 당을 쇄신하고 혁신하라는 총선 민의에 역행하는 것이며 인위적인 당의 권력배분으로 정도가 아니다"라며 "당의 분란과 갈등을 심화시켜 대통합을 저해하고 대선 승리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학용 의원도 "당이 반민주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길로 가고 있다"며 "두 사람이 합의하면 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구태정치로, 국민들에게 오만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상임고문과 가까운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이해찬, 박지원 두 분의 능력과는 별개로 선전포고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만들었던 세력이 대선을 앞두고 정권 교체를 위해 뭉친 것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검증된 리더십 요구 높다"... 지지 목소리도

친노쪽의 한 당 관계자는 "총선 패배 이후 당 내에서 경험이 풍부하고 필요할 때 희생을 결단할 수 있는 검증된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당이 더 이상 친노-비노 구도로 나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나 정권 창출 경험 면에서나 이해찬-박지원 조합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윤관석 당선자(초선)도 "담합이라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참여정부 핵심과 호남과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이 러닝메이트로 나서게 된 것"이라며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 모두 정권교체를 위한 프로그램 안에서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이 대선 주자로서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도 나오는 등 잡음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문 고문이 박지원 최고위원을 만난 김에 이해찬 상임고문의 구상을 전달한 정도인데 마치 문 고문이 기획한 것처럼 그림이 이상해졌다"며 "문 고문은 당의 소중한 자산인데 오히려 폐만 끼친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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