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이 또 다시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24일 미국에서 광우병(BSE·소해면상뇌증)에 걸린 젖소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아니, 엄밀하게 꼬집자면 광우병이 아니라 '광우병'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다.
불과 4년 전 정부는 주요 일간지에 광고까지 내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광우병이 발생하자 말을 뒤집어 버렸다. '광우병'보다 이명박 정부가 더 무서울 지경이다. '수입 중단 조치'를 외쳤던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도 "젖소 한 마리"라며 '쿨하게'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마따나 "질좋은 (미국산) 고기를 들여와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 먹는 것에 도움이 된다"면, '그까짓' 광우병 위험 정도는 국민들이 감수해야 하나 보다. 광우병도 광우병이지만, 여기서 하나 더 짚어 볼 게 있다. 과연 미국산 고기는 '값싸고 좋은 고기'일까?
인간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와 항생제로 범벅된 고기
질문에 대한 답은 로버트 앨브리턴이 쓴 <푸드쇼크>에서 찾을 수 있다.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집중가축사육시설을 비판했다.
이 시스템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단기간 안에 육류를 생산해 싼 가격에 고기를 공급하지만, 사람의 몸에는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좁은 우리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각종 항생제에 범벅이 된 고기는 인간을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매년 미국에서 사용되는 항생제의 70퍼센트인 1300만 파운드(약 5900통에 해당된다)는 가축에게 투여되고 있다. 이는 인간에게 사용되는 항생제보다 여덟 배가 많은 양인데, 최근 들어 더욱 극적으로 증가했다. … 이러한 관행은 전염병 확산을 촉발하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유기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저자는 더 나아가 이런 공장식 고기 생산이 노동자들과 지역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도 함께 강조했다. 집단사육이 배출하는 엄청난 폐기물은 노동자의 건강과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집중가축사육시설은 노동자와 인근 지역, 강의 하류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위험한데, 그 이유는 엄청난 양의 폐기물 때문이다. 폐기물이 풍기는 악취가 역겨울 뿐만 아니라, 캐나다 농무부에 따르면 폐기물 자체에 인간에게 살모넬라, 탄저병, 야토병, 부르셀라병, 결핵, 파상풍, 대중균증감염을 옮길 수 있는 균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거기다가 '값싼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곡물 사료는 가난한 나라를 굶주리게 한다. 쇠고기 1파운드를 생산하는 데 곡물 20파운드가 필요하다니까, 사실상 '값싼 고기'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1965년에서 2005년 사이에 세계 콩 생산량은 일곱 배나 늘었는데, 주된 목적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을 먹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육 업계에 더 저렴한 사류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콩 생산을 위해 새로 개간한 경작지 다수는 아마존 삼림 파괴의 대가로 얻은 것이었고, 이는 지구온난화에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정육 산업은 어류 양식을 장려하고, 동물 사료나 물고기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 세계 어획량의 3분의 1을 가지고 간다."국민 건강권 팔아 산 고기, 절대 싸지 않다이처럼 <푸드쇼크>는 자본주의의 맨얼굴을 적나라게 드러내 보인다. '값싼 고기'가 값싸지 않은 것처럼, 풍요를 상징하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철저하게 파헤친다. 세계적 자본과 대기업들의 탐욕이 야기한 기아와 질병, 그리고 고통을.
마지막으로 저자는 "경제학과 윤리학을 가깝게 맺어줄 혁신적인 대안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권의 윤리학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값싼 고기'? 소가 웃을 일이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에 눈을 감았을 뿐이다. 더군다나 국민 건강권을 팔아 넘기면서까지 사오는 고기는 절대 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