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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드러내는 일은 모두가 꺼리는 일이다. 그것은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나서며 지난 일을 성찰하고 다시 길을 나서는 일은 필요한 일이다.

나의 결혼은 늦었다. 아니 늦은 재혼을 했다. 지난날 30대 중반에 들어서며 결혼을 했다. 하지만, 순탄치 못한 짧은 신혼, 결혼은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실패한 인생이다. 다시 일어서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충격 속에서 2년 동안 깊은 산골을 찾아 지냈다. 그리고 그때 네팔과의 인연을 맺었다.

히동규의 삼촌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본 마차푸차레(물꼬기 꼬리)히말라야가 파스텔화처럼 아스라하다.
▲ 첩첩산을 넘어 마차푸차레 히말 히동규의 삼촌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본 마차푸차레(물꼬기 꼬리)히말라야가 파스텔화처럼 아스라하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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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날들 한 번도 여유롭지 못한 젊은 날들이었다. 그래서 더욱 단 하루의 휴식을 간절히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날에 서울로 상경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질풍노도라는 청소년기를 구김살로 가득채운 날들을 살았다. 사람들은 거친 모습은 보지만 간절히 원하는 따뜻한 품을 내주지는 않았다. 가끔씩 따뜻한 마음을 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날에는 속 깊은 눈물을 흘리며 지새우기도 했다.
    
모두 내가 모자란 탓이다. 이제 다시는 결혼은 하지 않겟다고 다짐까지 했다. 그리고 삶의 갈피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때 네팔은 나의 안식이 돼줬다. 2004년이었다. 처음 네팔을 찾았을 때, 거친 히말라야 산군에 막 전쟁이라도 끝난 폐허 같은 네팔 땅을 디뎠다. 아무런 기약도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그저 네팔인 이주 노동자를 조금 돕던 인연으로 시작된 네팔행이었다. 그 모든 것이 우연처럼 지내온 일인데 이제 와서 돌아보면 필연 같다.

네팔 포카라에 있는 국제산악박물관을 찾았다. 아내 먼주 구릉이다.
▲ 아내 먼주 구릉 네팔 포카라에 있는 국제산악박물관을 찾았다. 아내 먼주 구릉이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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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한 텔레비전 방송국 기자인 아내가 기자의 습관이 발동한 것인지 신혼여행이라는 것을 잊고 취재에 열중하고 있다. 산악박물관 관계자와 먼주 구릉
▲ 기자 습관 네팔의 한 텔레비전 방송국 기자인 아내가 기자의 습관이 발동한 것인지 신혼여행이라는 것을 잊고 취재에 열중하고 있다. 산악박물관 관계자와 먼주 구릉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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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의 첫날부터 네팔의 아이들에게 반하고, 다음 날부터 마치 고향마을에 온 사람처럼 네팔인들과 친숙하게 어울렸다. 그 인연은 8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인연을 만나 결혼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첫 인연이었던 사람과의 만남을 스쳐가는 소낙비처럼 혼란스럽게 정리한 것이 내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래서 첫 인연이었던 사람에게 항상 홀로 마음 아파했다. 그러나 세상살이 지나간 소낙비를 다시 맞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이혼 이후 10년이 지나서 카트만두에서 버려진 사람처럼 홀로 건너와 결혼했다. 연로하신 부모님도 계시고 많은 지인들도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마음 놓고 와 달라 할 수도, 오라고 청하기도 어려운 처지였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올 때, 한 화가가 그려준 한국화의 한 편에 새겨진 문구를 보고 홀로 노래 부르다 눈물을 짓기도 했다.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인가 싶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나를 각성시키고 다짐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포카라 시내 방향으로 뱃머리를 하고 있는 작은 뗏목, 이제 시작이다. 나도 저처럼 화살표를 새기며 길을 나서려 한다.
▲ 화살같은 페와 호수의 뱃머리 포카라 시내 방향으로 뱃머리를 하고 있는 작은 뗏목, 이제 시작이다. 나도 저처럼 화살표를 새기며 길을 나서려 한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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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사공이 노를 저어 길을 여는 뗏목에서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여행 중 유일하게 함께 찍은 사진이다. 페와 호수에서
▲ 페와 호수에서 아내와 함께 한 사람의 사공이 노를 저어 길을 여는 뗏목에서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여행 중 유일하게 함께 찍은 사진이다. 페와 호수에서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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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후회없이 잘 살아야만 한다. 마지막 남은 한 곡의 노래를 부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길을 열고 닫고 그렇게 살아야한다. 단 둘이서 하루를 보내는 포카라에서 나는 즐거웠다. 많은 문화적 차이에 마음이 아픈 날도 많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맑은 마음결을 가진 아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 마음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겨 딛는 심정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후견인처럼 나를 살뜰히 바라보아주는 나의 지인들을 위해서도 보람있는 삶을 일궈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아내 먼주 구릉, #과거 사색 그리고 신혼여행, #포카라에서 보낸 하루, #네팔과의 인연,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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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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