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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교육청

2009년 3월, 김상곤 한신대 교수가 진보진영의 경기도교육감 후보로 나섰을 때, 일부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25년간 교육자로 살아온 그가 진흙탕 싸움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핵심이슈였다. 경기도에서 주민직선제로 치러지는 첫 번째 교육감 선거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제기되던 우려를 깨고 그는 당선됐다. 김 교육감의 당선을 일부에서는 '4·8혁명'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었다.

이렇게 등장한 김상곤 교육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경기도교육감으로 출마, 당선돼 교육감 3년차를 맞이하고 있다. 김상곤 교육감의 출현으로 경기도 교육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교육 문제는 역시 일선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본 교사에서 묻는 게 가장 확실하다. 교사 경력 27년의 장재근(경기광주·광수중학교) 교장에게 김 교육감이 경기도교육감으로 취임한 뒤 학교 현장이 어떻게 달라졌느냐고 물었다.

장 교장은 "학교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답변했다. 

교사 경력 27년 장재근 교장 "김 교육감 취임 이후 학교 변하고 있다"

 장재근 광수중학교 교장
장재근 광수중학교 교장 ⓒ 유혜준
-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고정관념이라는 게 무엇인가?
"학교는 대단히 권위적인 조직이다. 사실 그동안 관례대로만 움직였다. 다들 알다시피 주입식 수업, 경쟁식 교육이 이루어 졌고. 그러다 보니 창의적 사고를 기른다든가 하는 것은 사실 좀 어려웠다. 이런 것들이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 창의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식, 협동식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학습 방식도 자기주도 학습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게 모두 이른 바 창의 지성 교육이다. 이런 변화를 이끌려다 보니 교사도 변하고 있고, 더불어 학부모도 변하고 있다."

- 교사와 학부모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며 토론하다 보니 교사들도 성장한다. 한마디로 '교학상장(敎學相長)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학부모는 당당한 교육주체로 교육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학부모가 학교일에 관여 한다고 하면 '치맛바람' 날린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지 않았나? 이런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 역시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다."

-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예를 든다면?
"경기도 시흥에 있는 장곡 중학교가 좋은 예다. 그 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되기 이전엔 이른바 '문제 학교'였다. 하지만 2010년 2월에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난 이후, 아주 좋은 학교가 됐다. 교사들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소통했고, 아이들에게 인권의 소중함을 알려 주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 자기 인권을 존중하게 되고 친구들 인권도 존중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게 즐거운 일이 됐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적어졌고 자연스럽게 폭력, 왕따 문제가 사라졌다고 한다."

장 교장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주로 이야기했는데 김 교육감이 이 두 가지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해 경기도 교육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육감의 등장 이후 학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학원은 어떨까? 김 교육감은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자주 강조해왔다. 그런 상황이 학원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학원은 초토화 됐다. 정책적으로 사교육을 죽이고 있다. 어차피 아이들 수가 줄고 있고,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아 가만히 놔둬도 정리가 될 판인데, 김 교육감이 각종 정책으로 아주 빠르게 사교육을 죽이고 있다."

신태남 안양시 학원연합회 회장(학원경력 28년)의 주장이다. 이유가 무엇인지 신 회장에게 물었다.

"학원 심야 교습 제한 때문인데, 이것 말고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학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으며 압박하고 있다. 사실 학교가 학생인권조례만 잘 지키면 학교, 학원 모두 상생 할 수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제대로 지키지 않다보니…."

학생인권조례는 김 교육감이 지난 2010년 10월 5일 공포한 조례다. 제9조 1, 2항 에 '경기도에 있는 고등학교는 보충 학습 및 자율 학습을 어떤 형태로든 강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신 회장은 일선 학교에서 이 조례를 무시하고 학생들을 반 강제로 자율 학습을 시켜 아이들이 학원에 올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 빠르게 사교육 죽이고 있어" - "사교육비 부담 여전"

ⓒ 경기도교육청

그러나 신 회장의 주장에 대해 김 교육감은 "엄살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30일에 만난 김 교육감은 "자율학습은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강제적으로 자율학습을 시키는 학교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교육감의 주장에 대해 광명의 A고등학교에 근무하는 이아무개 교사는 "야간 자율 학습을 강제로 시키지 않는다"며 "원하는 아이들만 도서관에서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그 때문에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생 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한 안양의 P고에서 근무했던 김아무개 교사 역시 "김 교육감 취임 이후 많이 달라졌다"며 "야간자율학습이 반 강제에서 희망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신 회장은 김 교육감의 사교육 억제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경기도 교육청이 각 학교에 교육 자료(동영상, 파워포인트 등)를 배포했다. '사교육의 불편한 진실' 등의 제목이 붙어 있다. 이 동영상에 학원비 때문에 파출부 나가는 엄마 이야기, 영재가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자살한 이야기 같은 학원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 있다. 사교육을 이렇게 매도해도 되는 것인가? 그동안 평생 교육자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자식한테도 떳떳치 못한 직업이 된 느낌이다."

고액 학원비 때문에 학부모들이 고통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신 회장은 "일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95%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학원비는 그리 비싸지 않다. 문제가 되는 것은 불법 고액 과외다. 이런 문제는 등한시 하고 학원법을 잘 지키고 있는 정상적인 학원까지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학교나 학원 외에 교육에 가장 관심이 많은 이들은 아무래도 학부모들일 수밖에 없다. 김 교육감의 정책변화가 학부모들에게도 느껴지는지 알아보았다.

 국제교사혁신대회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김상곤 교육감
국제교사혁신대회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 김상곤 교육감 ⓒ 유혜준

의왕시에 사는 L씨(고3 학부모)는 "아이가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선생님들이 예전에 비해 덜 권위적"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L씨는 "학생인권조례가 생겨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며 "학교나 교사가 권위적이지 않은 풍토를 만들려고 애쓰다 보니 생긴 변화인 것 같다"고 답변했다.

안양시에 사는 학부모 B씨(중2·고3 학부모)는 "무상급식 때문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사교육비 부담은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학부모는 학교에서 반강제적으로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자녀를 평일에는 학원에 보낼 시간이 없지만 대신 주말에 보낸다고 말했다. 

"학원비가 올랐고, 학원에서는 특강을 한다고 많은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김상곤 교육감이 경기 교육 수장을 맡은 지 3년, 공교육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일선교사들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겠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많은 교사들과 학부모들이 달라진 것들이 보이고, 느껴진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산적한 교육문제들이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이나 입시위주의 서열주의 경쟁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 교육감이 남은 2년여의 임기동안 이런 문제들을 얼마나 슬기롭게 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상곤#경기도교육감#혁신학교#학생인권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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