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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가 들어서기로 돼 있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용지 전경.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가 들어서기로 돼 있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용지 전경. ⓒ 연합뉴스

서울시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최시중·박영준의 개인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인허가 정황을 보면 '이명박의 사람들'이 총동원된 흔적이 역력하다.

 

3일 검찰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06~2007년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또 같은 명목으로 2008년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의 사전구속영장도 청구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상 알선수재 혐의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30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구속했다. 이 전 대표로부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2006~2008년 8억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최 전 위원장은 2010년 10월 이 전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권재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에게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현재까지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측근들의 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측근들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비리사건처럼 다뤄지고 있는 것.

 

기본계획부터 도계위 절차까지... 곳곳에 '이명박의 사람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 유성호

그러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청탁 당시 한국갤럽 회장으로 서울시 정책결정 과정을 좌우할 위치가 아니었고, 박영준 전 차관은 당시 정무국장으로 서울시 고위직이긴 하지만 파이시티 인허가와 직접 관련된 직위는 아니었다. 단순히 '이명박 시장과 가까운 최시중·박영준 등을 움직여 부지 용도변경 인허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파이시티 측이 원하는 대로 인허가가 나기엔 복잡한 절차들이 많았다.

 

화물터미널 면적의 4배가 넘는 대규모 판매시설을 허용할 경우 교통마비와 터미널 본연의 기능 상실이 우려되고, 또 특정 업자에 대한 수천억 원대의 특혜시비가 불 보듯 뻔한 이 사업에 대한 허가가 나는 데까지는 요소요소에서 MB측근들이 등장한다.

 

파이시티가 양재동 화물터미널에 판매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세부시설변경 등 사업제안서를 서초구청에 제출한 것은 지난 2004년 7월이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2004년 11월 26일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로부터 양재동 화물터미널 개발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2005년 3월 백용호 당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전 대통령 정책실장)은 서울시 도시물류기본계획 최종보고서를 이명박 시장에게 제출한다. 여기서 백 원장은 양재동 화물터미널에 대해 "화물터미널의 해당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업시설 허용을 검토하도록 하라", "향후 유통업무 설비로서 기능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파이시티측이 원하는 대로 화물터미널에 판매시설을 허용하는 방침을 제시한 이 계획은 같은 해 9월 이명박 시장의 결재를 받았고, 이후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등에서 파이시티 사업을 승인하는 데에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됐다.

 

이명박 시장은 9월 서울시 정책회의에서 파이시티 문제에 대해 "도시물류기본계획에 따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서울시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경향신문>은 3일자에서 이명박 시장은 파이시티에 대한 특혜 시비가 우려되는 점에 대해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기업이 돈 벌려고 사업하는 것 아니냐. 기업이 돈을 벌면 배가 아프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2005년 11월 24일과 12월 7일 열린 도계위에서는 파이시티에 대한 자문 안건이 올라왔다. 사안의 성격상 심의 안건이 돼야 하는데 통과가 쉬운 자문 안건으로 바뀌어 도계위에 올라와 통과됐다.

 

당시 도계위에도 MB측근들이 포진해 있었다. 곽승준 당시 고려대 교수(미래기획위원장), 이종찬 변호사(전 청와대 민정수석), 신재민 <주간조선> 편집장(전 문화부 차관), 신혜경 중앙일보 전문기자(전 청와대 국토해양비서관) 등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한 이들이 도계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파이시티 관련 도계위 회의 당시 신 차관과 신 비서관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참석한 대학 교수, 서울시의원 등 도계위원들은 서울시의 주도대로 끌려갔다고 전해진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인 2006년 5월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에 판매시설을 허용한 세부시설 변경 결정 고시를 냈다. 2008년 7월 파이시티는 업무시설 비율을 6.8%에서 23%로 늘려달라는 건축 심의 신청을 해서 업무시설 비율을 20%까지 확보했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일환으로 펼쳐진 조직적인 인허가 비리?

 

파이시티가 최종적으로 서울시의 인허가를 받는 전 과정을 보면, 자연스레 '각본'의 존재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백용호 당시 서울시정연구원장이 서울시 도시물류기본계획을 통해 파이시티 인허가의 관련 근거를 만들었고, 이명박 시장이 이에 근거한 사업추진 방침을 강조하면서 서울시 공무원들의 문제제기는 극복됐다. 이후 도계위 등의 절차에서도 MB측근들이  빠지지 않았다.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가 최시중 당시 갤럽회장을 2004년에, 박영준 당시 서울시 정무국장을 2005년 초에 만났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시장의 일부 측근들에 대한 로비 결과로 2005년 3월 서울시의 도시물류기본계획 작성 때부터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이 가능하다.

 

또 인허가 로비가 시작될 당시부터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는 진행되고 있었고, 최 전 위원장도 금품수수 의혹이 터진 직후 받은 돈의 용처를 2007년 대선 당시 여론조사 등 대선 활동에 필요한 경비로 썼다고 말했다. 박영준 전 차관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역할을 한 안국포럼의 조직특보를 맡았고, 외곽 지지 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총괄했다는 점에서 파이시티에서 나온 돈은 대선자금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보면, 최 위원장과 박영준 전 차관의 금품수수는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닐 가능성이 제기된다. 요소요소 '이명박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인허가 과정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세력들이 대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파이시티 인허가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의 곳곳에서  돌출하고 있는 '수상한 등장인물들'.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각본'을 밝혀낼 수 있을까?


#파이시티#최시중#박영준#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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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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