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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된 신설학교에서 2년째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꿈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는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서울형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기자말>

서울형혁신학교인 우리 학교가 일반학교와 크게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학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마디를 두어서 4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4학기제를 2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해 보니까 4학기제가 갖는 장점이 참 많습니다. (관련기사 : 요즘 우리 학교는 달콤한 봄방학입니다. )

4학기제의 가장 큰 특징이 봄과 가을에 짧은 방학을 두는 것인데, 4학기제가 단지 방학을 네 번 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네 계절에 맞춰서 교육과정의 내용과 방법이 운영됩니다. 그러니까 우리 학교는 네 계절학기에 맞춰서 네 번 하는 것이 많습니다. 네 번하는 것에는 마무리 잔치인 전시회와 공연, 문예체 교육, 평가 통지, 교육과정평가회입니다. 먼저 일 년에 네 번하는 마무리 잔치에 대해 말해 볼까 합니다.

 일반학교와 달리 계절별로 4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 학교는 이처럼 계절학기에 따라 일 년에 네 번 하는 일이 많습니다.
▲ 우리 학교의 4학기제 운영 모습 일반학교와 달리 계절별로 4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 학교는 이처럼 계절학기에 따라 일 년에 네 번 하는 일이 많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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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1년에 네 번 발표회를 합니다

우리 학교는 계절학기가 끝날 때마다 모두 네 번의 발표회인 마무리 잔치를 합니다. 봄에는 새싹잔치, 여름에는 푸름잔치, 가을에는 열매잔치, 겨울에는 맺음잔치를 합니다. 네 번의 잔치 때마다 전시회와 공연을 하고 때에 따라 놀이마당을 열기도 합니다. 우리 학교가 전시회와 공연을 네 번 한다고 하면 일반학교 교사들은 1년에 한 번 하기도 힘든 전시회와 공연을 어떻게 네 번씩 하느냐고 놀랍니다. 우리 학교 교사들 고생이 많겠다고 합니다.

다른 학교에서 한 번하기 힘든 전시회와 공연을 우리 학교가 계절마다 네 번씩이나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학교 전시회와 공연이 그동안 일반학교에서 해 온 것과 다르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1학년들이 봄학기에 배운 '창의음악'을 친구들과 부모님 앞에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 1학년의 '창의음악' 발표 모습 1학년들이 봄학기에 배운 '창의음악'을 친구들과 부모님 앞에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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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학교에서도 1년에 한번 '학예회'와 '종합 발표회'를 합니다. '종합 발표회'에서는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학예회'에서는 아이들의 장기를 무대 위에서 발표하는 행사를 합니다. 그런데  교사들은 이 '학예회'와 '종합 발표회'때가 돌아오면 참 괴롭습니다. 전시회에 내 보낼 작품을 만들어야 내야하고, 공연에 나갈 작품을 연습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절별 마무리 잔치 때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참가합니다.
▲ 새싹잔치 때 학부모들의 사물놀이 공연 계절별 마무리 잔치 때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참가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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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빼먹으면서 한 발표회의 괴로운 추억

전시회에 내보낼 작품을 만들고 공연연습을 하기 위해서 별도의 시간을 마련할 수 없으니 수업시간을 빼 먹을 수밖에 없고, 교육과정운영이 파행 운영되기 일쑤입니다. 잘 될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느라 교사도 아이들도 짜증이 납니다. 발표회 날은 다가오지 하기 싫은 표정이 역력한 아이들을 데리고 닦달하면서 억지로 연습시키려하다 보면 욕설과 폭력이 오가기 일쑤입니다.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다른 때보다 유독 전시회와 발표회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학대를 하는 일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동안 학교에서 볼 때 학교 안에서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 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날 때가 이런 공연을 위한 연습을 할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운동회를 앞두고 뜨거운 땡볕 아래서 운동회 연습하면서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담당 선생님은 폭언과 단체벌, 그리고 몽둥이 찜질을 했던 기억이 지금까지 생생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운동회'하면 즐거운 생각보다 연습할 때 혼난 생각이 더 많이 납니다. 얼마나 수업을 빼 먹어가면서 혼나면서 연습을 많이 했던지 '매스게임'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폭력이 오가지는 않지만 학교마다 '학예회'와 '종합발표회'가 다가오면 여전히 아이들과 교사들이 싫어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이 '학예회'와 '종합발표회'가 아이들을 위한 것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교육의 내용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학교에서 하는 전시회와 발표회는 아이들의 교육이 주가 되어서 학교교육에서 진행한 것을 그대로 전시하고 발표해야 맞습니다. 그러나 학교마다 하는 행사성 '학예회'와 '종합발표회'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평소에 수업시간에 한 것을 그대로 전시회에 전시하고 발표회에 발표하지 않고 전시와 발표를 위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하고, 남에게 잘 보이려다보니 평상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야 합니다. 더 잘 해 보이는 경쟁을 하다보니 심지어 부모가 만들어준 것을 그대로 전시하는 일도 있습니다.

결국 보여 주기식 행사로 진행된 전시회는 교육과정과 별개로 이뤄지면서 화려하고 요란스럽기만 할 뿐 교육적 의미가 적습니다. 전시했던 작품들은 전시회가 끝나면 죄다 쓰레기로 버려서 쓰레기 처리하는 학교 기사님들만 고생하고 학교예산에서 쓰레기 처리비용만 많이 들어갑니다.   

공연도 잘 하는 것을 보이려다 보니 학교교육에서 하지 않는 사교육에서 배워온 기능을 발표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일부 사교육에서 기능을 익힌 몇 몇 잘 하는 아이들만 발표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마는 일도 많습니다.

발표하는 내용을 보면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거리가 먼 내용이 많은데 최근에는 '방송 댄스'라고 해서 어린이들에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히고, '요염하고 섹시한 몸짓'으로 춤추게 하고 어른들은 박수치며 잘 한다고 하고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요? 

'학예회'와 '종합발표회'는 보여주기 '행사'가 아닌 '교육의 과정'으로 해야

서울형혁신학교인 우리 학교인 우리 학교에서 하는 네 번의 전시회와 발표회가 일반학교에서 하는 것과 크게 다른 점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교육의 과정'으로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보여주기식 행사'에서는 행사의 주체는 보는 사람(어른)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반해 '교육의 과정'으로 운영되는 우리 학교의 전시회와 발표회의 주체는 바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발표하고 아이들이 보는 것입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특별히 전시할 것을 잘 만들어내지 않고, 수업시간에 한 그대로를 전시합니다.
▲ 새싹잔치 때 전시모습 따로 시간을 내서 특별히 전시할 것을 잘 만들어내지 않고, 수업시간에 한 그대로를 전시합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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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전시회와 발표회의 내용도 특별히 전시회용과 발표회용으로 따로 만들고 연습하지 않고 교육과정 속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전시하고 발표합니다. 전시와 발표 역시 교육의 과정으로 내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발표하면서 또는 다른 아이들이 발표한 것을 보면서 서로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교육과정 속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발표하니 교육과정을 파행운영할 필요도 없고, 또 잘 해보일 필요가 없으니 연습이 따로 필요하지 않습니다. 연습은 단지 무대 위에 올라가고 내려가는 방법 정도와 무대 위에서 하는 느낌을 미리 해 볼 정도입니다. 우리 학교 전시회나 발표회에서는 잘 하는 아이만 전시하고 발표하지 않고 모든 아이들이 참여합니다. 잘 못한다고 해서 혼나거나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름을 인정할 뿐입니다. 

 누가 잘 하고 못한 것이 없이 아이들 모습대로 결과물은 모두 다 다릅니다.
목공 수업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잘 만드는 법이 아니라, 나무와 도구를 다루는 과정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것입니다.
▲ 6학년 아이들이 봄학기 동안 문예체 교육으로 한 '목공' 작품 누가 잘 하고 못한 것이 없이 아이들 모습대로 결과물은 모두 다 다릅니다. 목공 수업에서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잘 만드는 법이 아니라, 나무와 도구를 다루는 과정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것입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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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찰흙을 만지면서 털실을 엮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많이 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 문예체 교육에서는 결과인 '작품'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잘 하고 못하는 것을 크게 따지지 않습니다.
▲ 봄학기 때 배운 2학년의 '조소'와 4학년의 '수공예' 작품 전시 아이들은 찰흙을 만지면서 털실을 엮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많이 성장합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 문예체 교육에서는 결과인 '작품'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잘 하고 못하는 것을 크게 따지지 않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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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장도 따로 돈과 시간을 들이거나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복도에 끈을 매달아 놓아서 언제든지 교육과정시간에 한 결과물을 집게에 매달아서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전시회도 반드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과정으로 발표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학년과 반만 참여합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 발표회가 그동안의 일반 학교들과 남다르게 진행되는 것이, 일반학교들이 먼저 행사를 주관하는 학교행사 담당자가 발표종목을 정해서 학년과 학급으로 지시하달(?)하는 것과 달리 우리 학교는 학년과 학급에 발표하고 싶은 내용을 먼저 신청받아서 전체 종목을 정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 전시회와 발표회가 일반 학교와 크게 다른 점이 전시와 발표에서 누가 잘하나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시회나 발표회를 할 때 교사나 아이들이 일반학교에서 가질 수밖에 없던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전시회와 발표회는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학교마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예회'와 '종합발표회'에서 짚어 볼 것이 많습니다. 지금 학교마다 연례 행사로 열고 있는 화려한 '학예회'와 '종합발표회'가 과연 다수의 어린이의 교육적 관점에서 봤을 때 옳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을 곰곰이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서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내용과 방법을 바꿔내야 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우리나라 교육에서 꼭 필요한 '발표회의 혁신'입니다.


태그:#서울형혁신학교, #발표회의혁신, #새싹잔치, #계절별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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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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