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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은 지지세력을 패닉에 빠뜨렸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뼈아픈 반성을 통해 다시 부활하기를 바라지만 당권파는 겨자씨만큼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당당합니다. 그 옛날 독재권력이 민주개혁세력을 당당하게 탄압하던 모습 같습니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이번 일을 진보정당과 민주통합당, 그리고 모든 지지세력을 도매금으로 묶어 모독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보당 부정선거 파문 후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은 연일 사설을 통해 진보당을 향해 맹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이참에 확실히 야권연대를 끝장내 새누리당과 박근혜만이 진정한 대한민국을 이끌 정당과 대통령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조선> "사악한 북한과 닮아"

 

<조선일보>는 7일자 <진보당 당권파, 정말 부정 없었으면 자청해 수사받으라> 제목 사설에서 "통칭 NL(민족해방)계로 불려온 당권파에는 과거의 주사파와 한때 북한 지령을 받는 반국가단체에 가담했던 사람도 있다"며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사악(邪惡)한 체제인 북한을 옹호하고 대변해온 세력답게 부정투표로 당원들의 권리를 유린하는 정치행태 역시 북한을 닮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당권파가 '종북좌파'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자체가 북한 체제와 닮았다는 것은 '색깔론'입니다. 문제는 이런 비난이 먹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부정선거가 민주국가, 민주정당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은 또 5일자 <진보당이란 '괴물' 감싸고 키운 세력은 누구인가> 제목 사설에서 "4월 총선에선 34개 지역구를 진보당에 넘겨주고 그 덕에 진보당 의석은 5석에서 13석으로 늘었다. 21세기에 이런 괴물(怪物)이 정당이란 간판을 내걸고 제1 야당과 손을 잡고 집권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불가사의(不可思議)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조선>은 이렇게 야권연대 축이 민주통합당과 함께 엮어 비난합니다. 민주당이 괴물인 진보당과 손을 잡았다고 주장함으로써 야권여대를 지지했던 모든 세력을 괴물을 지지한 반민주세력으로 매도했습니다. "한국의 불가사의"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2013년 집권세력은 바로 새누리당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숨어 있습니다.

 

<조선>은 또 <집단 박수 치며… 소름 끼치는 北 광경이 한국 정당서 버젓이> 제목 기사에서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노동당이나 중국 공산당이 주요 회의에서 거수 대신 당원증을 들어 의사표시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했다"면서 "당권파 핵심 인사들이 발언할 때마다 지지 당원들은 마치 약속한 듯 팔을 높이 들어 열정적으로 집단 박수를 쳤는데 그 모양새가 북한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끊임없이 '진보당=북한'을 엮었습니다.

 

<동아>도 "북한 닮았다, '지하당' 같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민주주의 DNA' 없는 통진당 당권파, 북 닮았다> 제목 사설에서 " NL계 당권파는 자신들끼리 똘똘 뭉치는 폐쇄성이 강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문화가 팽배하다"며 "민주적 절차를 외면하는 행태는 북한을 빼닮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기초한 공당(公黨)이 아니라 '지하당' 같다"고 했습니다. '지히당'이라는 말이 얼마나 섬뜩한 말인지 잘 알 것입니다.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당시 지하당은 북한 지령을 받는 간첩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처럼 <조선>과 <동아>는 부정선거를 빌미로 진보당을 '붉은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중앙일보>는 조금 낫습니다. <중앙>은 7일자 <진보당, 지도부·후보 사퇴는 기본 책임> 제목 사설에서 "부정선거도 문제지만 은폐·책임회피는 진보당이 불신으로 치닫는 결정적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부정(不正)의 진상은 증거물로 가득 차 있다. 이를 거부하는 건 유권자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대규모 부정이 저질러진 건 그냥 덮어질 수 없다. 책임 있는 인사들이 물러나는 건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면서 "스스로 진상을 규명하는 노력에 최선을 다할 때 진보당이 다시 태어나는 길이 열린다"고 충고했습니다.

 

민주시민의 비판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언론으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조중동>에게 이런 비난을 자초하다니 통탄할 일입니다. 진보당 정신차려야 합니다. <조중동>이 바라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뻔합니다. 그들 프레임에 걸리지 않는 길은 바로 민주시민들이 바라는 그 길을 가는 것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보당,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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