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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김재연 당선자가 눈물을 흘리자 이정희 공동대표가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김재연 당선자가 눈물을 흘리자 이정희 공동대표가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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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실수를 무조건 부정으로 몰아 오물을 뒤집어쓴 당원의 고통이 눈에 밟혔다. 도저히 그냥 참을 수 없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진상조사위원회와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대상으로 개최한 것이지만 조사위원은 불참했다. 공동대표단에서 "10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공청회 재조사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공동대표는 조사위원 없는, 비당권파 당원들은 참석하지 않은 반쪽짜리 공청회를 강행했다. 

대신, 공청회 자리에는 '부정선거 사례'로 지목된 당사자들이 참여했다. 이인석 충주지역 위원장은 "볼펜으로 사인을 했든 사인펜으로 했든, 집에 가서 컴퓨터 작업을 하며 확인하면서 사인펜으로 다시 서명했다. 조그만 실수 인정하지만 신문에 나올 정도의 부정사례인지. 어이가 없다"라고 항변했다. 

선거인 명부 이름과 서명 이름이 전혀 다른 경우로 지목된 최아무개 당원은 "투표하고 나오면서 친구가 사인하고 있길래 '내 것도 좀 하라'고 했더니, 평소에 장난으로 '병신, 병신'하던 친구가 거기다가 병신이라고 사인했다더라"라며 "전화 한마디 해서 진짜로 했냐고 말로 해도 되는데 큰 부정한 것처럼 신문에 나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 장흥에서 올라온 한 지역위원장은 "진상조사위의 만행에 대해 당기위원회에 제소해야겠다"라며 제소문을 이정희 대표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힘내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정희 "동일 IP 투표 비율 가장 높은 건 나순자, 그런데도 이석기 적출 조사"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단독으로 강행한 이정희 공동대표가 연단에 올라 진상조사위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단독으로 강행한 이정희 공동대표가 연단에 올라 진상조사위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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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공동대표는 "하나하나 규정을 따져보면 다른 분이 대신 서명한 일 있어서는 안 되지만 부정 선거를 자행한 사람으로 몰았다"라며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발표로 인해 통합진보당의 투표는 믿을 수 없고 부정이 만연했다는 평가받았다"고 강변했다. 이어 그는 "당원을 귀하게 여기는 전제 갖고 있다면 소명 확인 절차 당연히 거쳤어야 한다"며 조사위를 힐난했다. 그는 비례후보 부정 경선의 사태의 본질을 "중세의 마녀사냥, 당과 동지에 대한 무고, 당 내부로부터의 몰락, 야권연대와 진보집권의 가능성 소멸"이라고 규정했다.

이후 이 공동대표는 1시간 10여 분간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이 공동대표가 진단한 '사태의 근원'은 조사위의 본래 구성 원칙과 목표가 어그러진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분쟁이 일었던 윤금순-오옥만 후보, 이영희-노항래 후보 건을 처리하기 위해 대표단은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라며 "그런데 이 문제는 거론되지 않은 채, 원래 대표단이 합의한 위원 구성 원칙과 목표와는 다르게 조사위는 비례 선거 전체 운명을 좌우하게 되며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사위의 자체에 대한 불신을 표명한 것이다.

이 공동대표에 따르면, 출범부터 '하자'를 안고 있는 진상조사위가 저지른 잘못 중 대표적인 것은 '표적 조사'다. 이 공동대표는 "동일(중복) IP에서 투표한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나순자 후보였음에도 조사위는 '최다득표 후보만 따져봤다'며 이석기 후보의 투표만 적출해서 조사했다"라며 "동일 IP 투표수가 열 개가 넘는 경우도 나순자 후보가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조사위가 특정 목적을 갖고 이석기 후보를 조사했다는 것이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당원들이 이정희 공동대표가 지적하는 진상조사위 보고서의 문제점을 듣고 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당원들이 이정희 공동대표가 지적하는 진상조사위 보고서의 문제점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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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 후보는 보건노조의 조직 기반을 갖고 당원을 조직했고 (노조원들은) 생활 공간이 모여 있기 때문에 (동일 IP 투표는) 당연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공동대표는 "한 집에서 두 명이 투표하면 그것도 동일(중복) IP 안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결국, 2명만 투표해도 동일 IP 투표에 해당되기 때문에 '부정 투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기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는 40~50여 명이 동일 IP로 투표한 사례가 존재한다. '대리 투표'로 의심되는 지점이지만 이 공동대표는 이 같은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온라인 투표에 대해서 그는 "조사위는 조작되지 않았다고 볼 근거가 확실치 않으니 신뢰할 수 있는 정당한 선거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라며 "'유죄의 증거가 없으면, 무죄'라는 상식이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님 힘내십시오"... 당권파 '결집장' 된 공청회

이 공동대표는 지난 5일 전자투표를 한 운영위원들을 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투표했는지'를 확인토록 했다. 스스로 "비판받을 일을 했다"면서도 그는 "투표를 100% 당신이 한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지 스스로 물어보도록 하고 싶었다"라며 "전자회의나 온라인 투표는 비밀번호 인증하면 누가 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본인이 했다고) 믿는다, 오류 없음을 본인이 입증 못하면 의혹 있다고 결론 내려서 되겠나"라고 말했다. 당원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투표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호응이 이어졌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단독으로 강행한 이정희 공동대표가 지지하는 당원들을 껴안으며 인사하고 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단독으로 강행한 이정희 공동대표가 지지하는 당원들을 껴안으며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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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사위가 부정으로 몰아갔다"며 현장투표 사례도 하나하나 예를 들어 반박했다. '1인 단독 개표, 현장투표 집계결과 오류 사례, 선거인 명부에 선거인 서명 없고 투표 관리자 서명만 있는 사례, 등이 그것이다. 이 공동대표는 "실수 사례일 뿐 부정 사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례는 조사위에서 '선거관련 당규 위반 사례'로 분류했을 뿐, 부정사례로 꼽은 바가 없다. 이 공동대표가 오히려 조사위에서 발표한 것보다 선거부정 사례의 범위를 넓힌 셈이다.

이 공동대표는 "부풀려지거나 진실과 다른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서는 누구도 함께 일어나지 못한다"며 "그래서 정치인생 끝날지도 모르는 이 길을 택해서 이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보고서를) 만들었는지 책임을 캐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상식에 근거해 바로잡길 바란다"라며 "진실을 정확하게 밝히고 대책 세우길 바란다"고 강조하며 발언을 마쳤다. 300여 명의 당원이 모인 대회의실에는 1분 여간 박수가 이어졌다.

이 공동대표가 자리를 뜨자 자리에 일어나 "이정희 대표님 힘내십시오"라는 응원의 말을 던지는 이들도 다수였다. 이 공동대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당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공청회는 이정희 공동대표와 그를 지지하는 당원들의 뜻을 한 데 모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 같은 '결집'은 오는 10일 열릴 전국운영위원회, 12일 열릴 중앙위원회에서도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그:#이정희, #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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