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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시민사회 원로들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둘러싼 당권파의 버티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희망2013 승리2012 원탁회의'는 9일 성명을 통해 "정당의 혁신이 필요한데,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더욱 참담하다"며 "며 "뒤늦게 드러난 당내 경선과정의 문제점도 그렇지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드러낸 당내의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원탁회의는 당권파를 겨냥해 "지금은 진상규명의 정도가 미흡하다거나 누가 얼마나 억울한가를 따지기 전에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며 "국민들이 하나를 내려놓는 반성을 요구할 때, 통합진보당 스스로 둘, 셋을 내던지는 희생을 감내하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전했다.

원탁회의는 "당내의 분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전했다.

원탁회의는 또한 정당의 혁신을 강조하면서, "정당은 국민들이 세금을 내어 보조하는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능하고 합리적이며 개방적인 좋은 정당을 만들 의무가 정치인들에게 있다"며 "(야권) 지지자들은 야권의 총선 패배 이상으로 총선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절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탁회의는 정당의 혁신, 진보개혁세력연대의 재구성, 정치과정을 통한 신뢰의 축적만이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이다.

다시 '희망2013'을 말합시다

'승리2012'의 첫 관문인 4·11총선에서 야권은 패배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넘쳐났지만, 이명박시대를 극복하고 '희망2013'을 실현할 수권세력으로서 야권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부분의 진보개혁세력이 포괄적이고 전국적인 연대를 이룬 선거라는 점에서 그 결과는 더욱 아픕니다. 그나마 야권의 연대가 더 큰 패배를 막아내고 수도권에서의 의미있는 승리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그것만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국민은 단순한 연대를 넘어 연대과정에서 감동을 원했고, 정당의 본질적인 혁신과 새로운 시대를 담당할 사람들을 공천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야권연대를 추동하고 2013년 이후의 희망을 제언한 우리 원탁회의도 책임을 비껴갈 수는 없습니다. 정당들로부터 연대와 함께 더욱 분명한 정책과 비전을 이끌어내고 공천과 정당혁신에 있어 근본적인 쇄신을 하도록 아프게 지적했어야 한다는 반성을 국민 앞에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패배가 '희망2013'을 포기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희망2013'에 걸맞은 혁신과 정책을 내놓지 않고는 '승리2012'가 불가능함을 국민들로부터 뼈저리게 배우는 기회였습니다. 당내 기득권과 타성이 온존하는 야권이 선거연대만으로 승리했다면, 의회권력의 교체는 했을지 몰라도 '승리2012'의 결정적 고비인 12월 대선을 이기는 일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을 수 있습니다. 아니, 어찌어찌해서 정권교체를 이루더라도 희망의 2013년 체제를 가져오기보다 실패의 반복을 낳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이번 선거의 결과가 국민이 진보개혁진영 전체에 주는 또 하나의 기회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몸에 좋은 쓴 약이 되기에는 분명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그 첫째는 정당의 혁신입니다.

정당은 국민들이 세금을 내어 보조하는 헌법기관입니다.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능하고 합리적이며 개방적인 좋은 정당을 만들 의무가 정치인들에게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제대로 해내지 못한 정당혁신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도 지지자들은 야권의 총선 패배 이상으로 총선 이후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야당들은 패배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그 원인을 성찰하여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합니다. 지금 같아서는 총선 당시 선거연대의 재생조차 가능할지 의심스럽습니다.

민주당의 경우, 총선 이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총선 패배를 지도부 일부가 아닌 전체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없었으며, 거당적으로 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자리도 없었습니다. 나아가 임시지도부 구성과 원내대표 선거과정에서도 패배의 원인을 극복하고자 하는 참신한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민주당의 나태하고 안이한 태세가 극복되지 않고서는 수권세력으로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요원할 수 있습니다. 새로 구성된 비대위의 활동과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적을 뼈아프게 성찰할 것을 촉구합니다.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더욱 참담합니다. 뒤늦게 드러난 당내 경선과정의 문제점도 그렇습니다만 이를 처리하는 과정이 드러낸 당내의 폐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은 진상규명의 정도가 미흡하다거나 누가 얼마나 억울한가를 따지기 전에 사태의 본질을 꿰뚫어야 합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하나를 내려놓는 반성을 요구할 때 통합진보당 스스로 둘, 셋을 내던지는 희생을 감내하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합니다. 당내의 분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재창당 수준으로 갱신함으로써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두 번째는 진보개혁세력 연대의 재구성입니다.

야권연대의 질과 내용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 진보 양당의 연대가 필요하고 불가피한 것이기는 했습니다만, 오로지 자기 몫을 늘리기 위한 공학적•경쟁적 연대와 이를 위한 양당 지도부만의 폐쇄적 협상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고 생산적인 역할분담을 실현하지 못하게 마련입니다. 더구나 12월 대선에서의 연대는 양당 등 기존 정당들뿐 아니라 아직 정당 구조에 포섭되지 않은 이른바 '안철수 지지세력'까지 끌어안는 연대여야 합니다. 그만큼 복잡한 과정이 될 것이며 정치권의 개방적이고 유연하면서도 확고한 지도력을 요구합니다.

세 번째는 정치과정을 통한 신뢰의 축적입니다.

새로 구성되는 국회가 18대 국회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함은 물론이고, 대통령 후보를 뽑고 선거공약을 마련함에 있어 '희망2013'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낡은 세력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민주, 평화, 복지, 생태 등의 가치가 살아나고 민생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이를 실행할 능력을 검증받을 때 그 어떤 여권 후보도 저절로 호소력을 잃을 것입니다.

우리 원탁회의도 '희망2013'에 대한 기대를 새로이 하면서, '승리2012'의 결전을 향한 성찰과 비판 그리고 조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2012년 5월 9일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

백낙청, 김상근, 오종렬, 이창복, 함세웅, 청화, 이선종, 김윤수, 박옥희, 박재승, 이김현숙, 임재경, 윤준하, 정연주, 최영도, 양길승, 성해용, 이수호, 권미혁, 황인성, 박석운, 백승헌.


태그:#원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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