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경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안의 민속마을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목화 밭을 발견했다. 관상용으로 심은 목화밭이라 목화를 수확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어 목화를 한웅쿰 따서 카메라 가방에 쑤셔 넣어뒀다.
3월에 가방을 정리하는데 목화송이를 발견하고 어디에 쓸까 궁리를 하다 목화 화분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고, 송파구의 폐 플라스틱 수집장을 찾아가 폐화분 36개를 얻어와 흙과 퇴비를 적절히 배합하여 화분에 담고 4월 중순 목화씨를 파종하여 지금은 새싹이 돋아나 자라고 있다.
내가 근무하는 우리 주민자치센터에는 나와 함께 올해 6월 말일로 정년 퇴직을 하는 동료가 한 사람 있다. 우리가 약속하기를...
"우리가 이 화분을 만들어 6월 까지 목화 꽃이 피면 우리 퇴직기념으로 우리 동네에 있는 어린이집과 초중고등학교에 화분을 보내어 어린 아이들이 고마운 목화를 이해할 수 있게끔 하자."
나는 고려 시대 붓뚜껑 속에 목화씨를 숨겨 들어와 온 나라에 목화를 퍼트려 헐벗은 백성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게 한 문익점 선생은 아니다. 하지만, 사라져 가는 목화를 생각하면서 매일 물도 주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다.
우리 두 사람이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하는 작은 일이 잘 마무리되길 바라며 아침마다 목화 화분을 들여다 보는 것.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