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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108배를 하며, 기원했습니다.
하늘에 나는 새와,
땅 위에 사는 뭇 생명과,
땅 속에 스며든 벌레와,
사람과,
그 가운데서도 이 한반도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단식 65일째인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을 위해서요. 

그리고, 저를 낮추고 낮추어 이 모든 생명을 하늘처럼 받들고 헌신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시기를, 간구했습니다.   

마지막 기원은, 이것입니다.
모자란 것, 잘못된 것은 모두 제 책임으로 주시고
잘된 것은 고생해온 그분들에게 주시기를.(이정희 '단식10일째 일기'일부분 2008.08.14)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님, 혹시 위 글을 아시나요. 지난 2008년 8월 '기륭전자여성노동자'들을 위해 단식농성을 하면서 썼던 글입니다. 이 대표님은 또 "제 또래 30, 40대 여성들이 아이 학원값이라도 벌겠다고 나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이 이렇게 참혹한지 미처 몰랐다"면서 "벌금만 내면 끝인 파견법 아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회용품일 뿐"이라고 가슴 아파하면서 11일 동안이나 단식을 했습니다.

2008년 이정희, 여성노동자를 위해 11일 동안 단식하고 닭장차에 갇혀

2008년 8월 14일 이정희 의원 단식 10일차 모습
 2008년 8월 14일 이정희 의원 단식 10일차 모습
ⓒ 이정희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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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모습에 감격했습니다. 이 보다 앞서 2008년 촛불집회때 닭장차에 감금된 모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국민생존권을 위해 싸웠던 그 열정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이명박 정부의 강압 아래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들끓는 민심에도 귀를 막고 시민들을 범죄자로 대하며 일체의 반성도 사과도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에 숨이 막힌다"며 단식농성에 돌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 7월 이명박 정권이 '미디어 악법'을 강행처리할 때 온힘을 다해 저항하던 그 모습은, 여성 노동자을 위해서는 한없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지만 민주주의가 유린 당할 때는 어느 누구보다 강하게 저항했던 이정희였습니다. 그 저항은 폭력이 아닌 온화한 저항이었습니다. 민주공화국 시민들은 온화한 진짜 진보 이정희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가슴에 아로새겼습니다. 

누리꾼, 이정희에게 삼행시 지어 올려

이런 모습 때문에 지난 2010년 7월 이 의원님이 민주노동당 대표가 되자 'mongni'는 이정희 의원 삼행시를 지었습니다.

이 = 이 혼탁한 암흑의 시대에 정치에 입문해서..
정 = 정의 하나로 꿋꿋하게 불의에 맞서서 투쟁하신 분..
희 = 희망의 등불이 마침내 점화가 되었네요..정의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화이팅

희망의 등불이라고 했습니다. 승리할 것이라는 말에 가슴이 떨렸습니다. '길잃은 토끼'는 "이정희 의원같은 분이 국회에 과반수만 넘어도 대한민국이 정말 살만할 텐데"라고 했고,  '바리엄마'는 "저런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어 다행"이라며 "이 나라 정치판에도 이젠 맑은 샘이 솟을 차례인가보다"라고 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주의, 반노동, 반인권에 저항하던 이정희 의원님을 이렇게 추앙했습니다.

민노당 내부 터지면 사과

그리고 민주노동당 내부 문제가 터지면 바로 사과했습니다. 예를들면 지난 2011년 2월 민주노동당 성남시 이숙정 의원이 성남시 주민센터 직원을 자기 이름이 모른다고 폭행한 사건이 터졌을 때 이정희 의원님은 민노당 대표로 즉각 트위터를 통해 사죄했었습니다.

지난 2011년 2월 2일 이정희 의원이 올린 사과글
 지난 2011년 2월 2일 이정희 의원이 올린 사과글
ⓒ 이정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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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정 의원 사건에 대해 민주노동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성남시민, 국민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습니다. 치밀하게 조사하고 엄격하게 책임져 저희 스스로를 냉철하게 평가하겠습니다. 크게 꾸짖어주십시오. 죄송합니다."

트위터로 사과만 한 것이 아니라 같은 달 2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민주노동당의 공직자가 공복으로서 본분을 잃었다. 민주노동당의 대표로서, 피해자와 그 가족, 성남시와 성남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나아가 "공직자들이 공복으로서 자세가 흔들리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당 조직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징표"라며 "경중을 불문하고 다시 이런 잘못이 생기지 않도록 전당 차원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엄격한 자기 성찰과 도덕적 자긍심 없이는, 진보는 성장하기는커녕 존립할 수조차 없다"며 "공직자들의 자세를 철저하게 다시 갖추고, 공직자 검증 관련 제도와 공직윤리규정을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사과 없는 MB에 분노하고 사과하는 이정희에게 감격

이런 사과 앞에 저는 감격했습니다. 이 의원님 기자회견을 보면서 그래도 민주노동당, 이정희이라는 믿음을 재확인했습니다. 다른 정당은 성희롱과 더 큰 잘못을 저질러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노당은 사과와 함께 책임을 묻겠다고 하였습니다. 정말 민노당 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사전에는 '사과'가 없었습니다. 2008년 촛불 앞에서 머리를 숙였지만 거짓임이 들통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후 각종 비리가 터져도 "본의 아니게"라는 말로 넘어갔습니다. 국민들은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사과하는 이정희에게는 감격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모든 것이 과거가 되어 버렸습니다. 4·11총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정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사과하고, 참회할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이정희 의원님 모습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선거 부정이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데도 "억울하다", "진상조사보고서의 철저한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많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쉽게 동조하면 어느 정당을 막론하고 그 시점에는 편안하지만 저는 그 어떤 공세에도 사실로 확인되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2008년 그 이정희는 어디로 갔습니까?

진실규명? 내곡동 사저 MB개입 100% 증거있나요

조준호 공동대표가 9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동일 IP로 투표한 사람들의 이름은 다 다른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일치하거나 2000000으로 기록된 사례도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자꾸 '진실규명'이 먼저라고 하는데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를 보면 어떻게 더 이상 진실규명을 해야 할까요.

이정희 의원님은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에 관련해 김인호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신동아> 12월호와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매입을 승인했고, 부지는 이 대통령 개인 돈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밝히자 11월 18일 트위터에 "'대통령 개인 돈' 형사처벌되는 명의신탁 대통령이 직접 하셨다는 결정적 증언"이라며 "대통령 고발장도 이미 써놨다"고 했었습니다.

내곡동 사저 구입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다는 물증이 있습니까? 그런데 이 의원님은 김 전 처장 발언을 근거로 "결정적 증언"이라며 이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을 이미 써놨다고 했습니다. 물론 두 사안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 내곡동 사저와 비례대표 부정선거는 100% 진실규명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내곡동 사저는 국가 돈이 들어갔고, 비례대표 경선도 부정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얼마만큼 드러나야 인정할 것입니까.

삼성 노조 탄압...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100% 물증있나요?

그리고 삼성그룹이 노조 탄압 증거가 100% 밝혀졌나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으로 숨진 55명 노동자 역시 100% 과학적·의학적 증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노조와 유족들은 끊임없이 삼성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100% 증거는 아니지만 노조탄압과 백혈병은 과학적 개연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요구이고, 삼성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비례대표 부정선거 역시 100%진실규명이 없어도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해명이 아니라 사죄와 함께 물러나야 합니다. 그런데도 이 의원님은 10일 중앙운영위원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주민등록 뒷번호가 같은 사람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조 공동대표와 이를 보도한 <오마이뉴스>와 '일부 투표소의 투표율이 100%를 넘겼다'고 보도한 <경향신문>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하니 충격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오마이뉴스>에 법적 책임? 적반하장입니다

이런 증거 앞에 사죄와 책임을 질 사람은 조준호 공동대표와 <오마이뉴스>같은 언론이 아니라 바로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책임을 질 사람이 오히려 책임을 묻겠다고하니 적반하장이 따로 없습니다. 이러니 조중동이 통합진보당을 '붉은 덧칠'로 도배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조중동 프레임으로 몰아가면 희망이 없습니다.

이정희 의원님이 있을 곳은 '당권파'가 아닙니다. MB씨를 MBC로 되찾기 위해 파업 100일 넘긴 MBC 노조와 김비서를 KBS로 돌려놓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KBS 새노조 파업현장입니다.

그리고 2009년 그 뜨거웠던 여름 이후 쓰러져간 22명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통곡하고 있는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 1600일을 넘긴 재능교육 투쟁 현장, 1000일을 넘긴 파카한일유압 노동자들, 5년간 자본과 투쟁하는 콜트-콜텍 노동자들, 8년째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는 코오롱 노동자들이 있는 곳입니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LCD공장 등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뇌종양 등 암에 걸려 사망한 55명째 노동자들이 있는 곳입니다.

이정희 의원님이 있을 곳은 '당권파'가 아니라 2008년 '그' 이정희입니다

그런데 왜 그 자리에 있습니까? 지난 7일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간 일하다 악성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고 이윤정씨 장례식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본관 앞에서 열렸습니다. 아마 이번 일이 터지지 않았다면 이 의원님은 그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있었을 것입니다. 원래 그 자리가 이 의원님 자리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자리에 없습니다. 

이정희 의원님은 지난 5월 3일 열린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정치인으로가 아닌 시민의 입장으로, 평범한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 사태(비례대표 경선 부정)를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시민의 눈과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십시오. 그럼 비례대표 경선은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용납할 수 없는 사건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번 비례대표 사건은 '쓴뿌리', '종기'입니다. 아니 '말기 암덩어리'입니다. 뽑아야 하고, 도려내야 합니다. 그래야 삽니다.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의원님을 지지했던, 하는 한 시민이 올린 진심어린 글입니다. 만약 도래내지 않고, 뽑지 않으면 더 이상 지지할 수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진보당, #부정선거,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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