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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선거로 막다른 길에 내몰린 통합진보당 당권파가 '일보 후퇴'를 택했다. 부정선거 진상조사 결과의 후속조치를 담당하게 될 특별위원회 설치를 받아들인 것이다.

 

10일 열린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는 재석 41명 만장일치로 경선 전반에 대해 추가 조사 및 책임 소재를 가릴 '진상보고서 결과에 따른 후속처리 대책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 설치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당권파가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은 자신들을 향한 여론의 싸늘함과 비당권파의 거센 공격을 일단 피하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위 설치는 받아들이되 특위 활동 과정에서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의 신뢰성을 흔드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것이다.

 

현재 당권파는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그에 근거해 지난 4~5일 전국운영위가 결정한 비례대표 총사퇴를 수용할 수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외형적으로는 갈등 수습 국면... 하지만 특위 순항 여부 불투명

 

조사특위 설치안이 전국운영위를 통과함에 따라 당의 존립 위기로까지 번졌던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갈등은 외형적으로는 수습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위의 활동 범위를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특위가 제대로 순항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날 특위 구성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도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시각차는 여실히 드러났다. 당권파 측은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특위가 조사위의 진상조사보고서를 조사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는 "조사위가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하고 편파적인 조사보고서를 폐기해야 한다"며 "전면 재조사를 위한 특별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반면 비당권파 측은 "진상조사위 조사결과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지난 전국운영위의 결정"이라며 "특위는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맞섰다. 비당권파는 특위 활동범위에 당 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한 재조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당권파의 요구를 수적 우위를 통해 부결시켰다.

 

당 진상조사위 조사결과의 신뢰성 문제는 비례대표 경선 총사퇴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 총사퇴도 시한폭탄... 대표끼리 법정 공방 벌일 수도

 

경선으로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자 총사퇴 문제도 시한폭탄이다. 현재 당권파는 당 진상조사가 편파적이었다며 이를 근거로 한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는 있을 수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대신 당원 총투표를 실시해 당원의 뜻을 묻자고 주장하고 있다.

 

비당권파는 당원 총투표 실시 주장에는 투표 부결을 통해 비례대표 총사퇴안을 무력화하려는 당권파의 꼼수가 숨어 있다며 거부의사를 보이고 있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날 당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았던 조준호 공동대표를 겨냥해 "자신들의 진상조사 결과가 정당하다고 강변하기 위해 무책임하게 당을 모함하는 언론보도를 내보내 당을 근본부터 파괴하고 있다"며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밝힌 "이름은 다른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같은 유령당원" 문제를 반박하면서 같은 당 대표를 향해 법적 대응을 천명한 것이다. 조 대표는 이같은 문제제기를 "전국운영위에서 다룰 안건과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았지만 불쾌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12일 중앙운영위원회는 통합진보당 내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전국운영위에서 논의를 유보하기로 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갈등의 핵이다.

 

윤난실 운영위원 등 비당권파 22명은 강기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구성안을 현장 발의했지만 논란 끝에 철회했다. 이에 따라 비대위 구성안은 12일 중앙위원회 전에 전국운영위를 다시 열어 원포인트로 논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위원장 인선을 비롯한 비대위 구성안에 대해서는 공동대표단이 합의를 도출하라는 게 운영위원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유보된 혁신비대위 구성안... 12일 중앙운영위가 분수령

 

하지만 비대위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둘러싼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시각차가 커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권파는 비대위가 구성되면 사실상 당권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비대위 구성을 극구 반대해 왔다.

 

이에 맞서 비당권파는 중앙위원회를 통해 당 대표단 총사퇴 및 비대위 구성, 경선으로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 관철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당권파의 의도가 관철된다면 당권파는 사실상 당권은 물론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국회의원직까지 상실하게 돼 당내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새 지도부를 선출할 6·3 전당대회의 결과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인천연합과 울산연합이 결별을 선언한 후 당권파의 당내 입지가 축소돼 중앙위에서 표결할 경우 비당권파의 안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당권파가 의사진행 발언 등을 통해 중앙운영위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하거나 실력저지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성찰해야 할 일을 관행으로 합리화하고 책임을 미루는 것이야 말로 당원의 자부심을 훼손하고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라며 "중앙위원회를 어떤 이유로든 무산시키려 하는 모든 시도가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태그:#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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