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전국에서 아토피 질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아무래도 인구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수원과 성남, 고양, 용인과 같은 도시는 인구가 많으니 인구대비 질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9세 이하의 어린이 환자가 많아 이에 대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고재경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이다. 고 연구위원은 지난 3월 경기도의 아토피 현황에 대한 자료와 앞으로 경기도가 아토피에 대한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 제안 등을 포함한 <아토피 없는 경기도 종합계획 추진방안> 자료집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이 자료집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경기도 아토피성 질환 진료환자는 약 205만1천 명으로 전국의 25.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알레르기비염 환자가 약 144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천식 약 57만5천 명, 아토피피부염 약 26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2개 이상의 아토피 질환을 가진 환자도 약 26만 명으로 추정됐다. 인구 만 명당 진료환자 수는 1731명으로 전국 5위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9세 이하 어린이에게 아토피성 질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어린이는 33만3천 명, 천식 23만5천 명, 아토피피부염 14만5천 명으로 천식과 아토피피부염 환자 중 9세 이하 어린이는 각각 40.9%, 50.1%를 차지했다.
시·군별 진료환자 수는 수원·성남·고양·용인시 등 인구가 밀집된 도시가 많았고, 인구 1만 명 당 진료환자 수는 연천군, 의왕·포천·화성시가 높게 나타났다.
아토피성 질환은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을 포함한 질병을 의미하는데, 이 가운데 아토피피부염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으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환경적인 요인 때문인지 매년 아토피성 질환자 수가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확한 실태파악 이뤄지지 않아 효과적인 정책 수립·추진에 어려움"
지난 10일 오전, 경기개발연구원에서 만난 고재경 연구위원은 "경기도가 2011년부터 '아토피 없는 경기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하게 아토피 관련정책을 실시해왔지만 단기 사업이 위주여서 미흡했다"며 "'아토피 없는 경기도'를 실현하려면 아토피성 질환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해서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연구위원에 따르면 "아토피성 질환자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이뤄지지 않아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수원시가 지난 2011년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아토피 관련 검사를 실시한 것이 유일하다는 것이 고 연구위원의 지적이었다.
또한 고 연구위원은 실제로 현장에서 이뤄지는 아토피 관련 정책의 만족도가 낮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다양한 아토피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보건복지부 사업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아토피 안심학교를 운영하는데 보건교사 얘기를 들으면 실제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토피에 대한 설문조사도 하고 교육도 한다지만 대부분 보습제를 발라주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건교사에게 부담을 많이 주지만 효과는 별로 없고,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도 상당히 낮다."가장 큰 이유는 인력과 예산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 고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예산은 한정적인데 지원하는 학교가 계속 늘어나 학교당 실제로 투입되는 예산이 줄어들어 사업이 형식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고 연구위원은 아토피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례를 제정해서 체계적이면서 지속적인 정책을 수립해서 안정적인 예산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이가 일상생활 하면서 효과적인 치료·케어 받을 수 있는 시스템 필요"현재 경기도와 경기도 내의 31개 시·군 가운에 아토피 관련 조례제정이 된 곳은 없다. 하지만 경기도 내에서 수원시가 최초로 '수원시 아토피질환 예방 관리 조례안'을 제정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으며 수원시의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고 연구위원은 "9세 이하의 어린이 환자의 비중이 높고, 진료비 또한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미뤄볼 때 경기도의 아토피성 질환 정책은 어린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맞춰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생활보호대상자나 차상위 계층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케어 서비스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아토피 없는 경기도 정책제안'도 어린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 고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번 자료 조사를 위해 아토피 치유마을과 아토피 치유학교 등을 방문해서 현황 파악을 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 때문에 지방으로 이주하거나, 아토피 치유학교에 보낸 부모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아토피성 환자 어린이가 그렇게 할 수는 없다. 부모는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보다 효과적인 치료와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그 때문에 고 연구위원은 "아토피 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어린이집,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경기도형 '아토피 없는 건강한 학교 만들기' 프로그램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의사가 직접 아토피질환을 가진 아동을 진단·치료하고 친환경식생활 등 예방적 건강관리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자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 제안과 맞물려서 고 연구위원은 현재 환경과 복지로 이원화되어 있는 아토피성 질환 관리가 일원화해서 체계적으로 관리가 되어야 효율적인 정책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도 덧붙여 강조했다. 고 연구위원은 환경보건에 대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해서 아토피성 질환에 대한 중점적인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