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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에서 표를 구입해야 들어갈 수 있다.
▲ 독일 공중화장실 자판기에서 표를 구입해야 들어갈 수 있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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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구입하는 자판기. 0.7유로를 넣으면 표가 나온다.
▲ 독일 공중화장실 표를 구입하는 자판기. 0.7유로를 넣으면 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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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중화장실 앞에서 또다른 호기심을 느낀다. 내 앞에는 화장실 티켓 자판기와 그 자판기를 통해서 티켓을 구입하면 자동으로 열리는 일종의 개찰구가 있다. 마치 우리나라 지하철 옛 개찰구처럼 생겼다.

독일에서 공중화장실에 관한 정보가 없이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긴다면? 그런데 가진 현금이 하나도 없다면? 아마 조금 당황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것이 독일의 공중화장실, 전철역의 화장실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유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중화장실 앞에는 돈을 받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판기가 있다.

혼자서 길을 걷다가 갑자기 급한 볼일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하필이면 이럴 때 가진 현금이 하나도 없다. 저 앞 어디엔가 공중화장실이 있는데, 거길 이용하려면 현금이 있어야 한다. 만일 화장실 앞을 사람이 지키고 있다면 가서 사정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마침 지금 현금이 없다' '내가 볼일이 급한데 먼저 화장실 이용하고 요금은 나중에 꼭 가져다 주겠다' '원한다면 2~3배로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등의 방식으로 화장실을 지키는 사람과 협상이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돈을 받는 화장실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
▲ 독일 하노버 아침에 등교하는 아이들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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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장실을 자판기가 지키고 있다면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 급하면 그냥 개찰구를 뛰어넘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법 밖에 없을 것. 독일에서 전철을 무임승차하다가 걸리면 40유로의 벌금을 내야하는데 화장실을 무단으로 이용해도 벌금이 있을까.

아무튼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0.5~0.7 유로를 이용료로 내야한다. 한화로 약 800~1000원 정도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에서 표 단속을 엄격하게 하고 대신에 화장실은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는데 독일은 반대인 셈이다.

왜 그럴까. 혹시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물이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사람들이 공짜로 사용하는 물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에 물이 풍부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물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료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를 독일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에게서 들어볼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마지막까지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나라마다 문화의 차이는 있을테니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냥 차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느긋한 독일 사람들

국도변의 레스토랑
▲ 독일 하노버 국도변의 레스토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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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차이를 알려주는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독일에서 몇 년 동안 살았던 한국사람이 사업 아이템을 하나 구상했다. 우리나라의 술집이나 식당에 가면 테이블마다 붙어있는 벨, 종업원을 부르는 용도로 사용하는 '테이블벨'이 그 아이템이었다.

편의상 그 한국인을 K라고 지칭하겠다. K는 유럽에 이 테이블벨이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테이블벨이 있으면 손님에게 편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구상하고 돈을 잔뜩 들여서 테이블벨을 만들었다. K는 자신이 유럽시장의 단 몇 퍼센트만 차지하더라도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영업을 시작하니 독일 레스토랑 지배인들의 반응이 썰렁했단다. 테이블벨을 구입하겠다는 레스토랑이 한 군데도 없었단다. 여기에 실망한 K는 마지막 수단으로 레스토랑 지배인들에게 '그냥 공짜로 줄테니까 몇 개월 써보고 괜찮다 싶으면 그때 구입해라'라고 제안했지만 이것 마저도 거절 당했다.

K는 그제서야 한국과 유럽의 문화차이를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한다. 독일사람들은 레스토랑에 가서 테이블에 앉았을 때, 종업원이 자신들에게 빨리 와서 주문받기를 원하지 않는단다. 물론 성질급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그렇단다. 그냥 느긋하게 테이블에 앉아있다가 종업원이 옆으로 지나가거나 종업원과 눈이 마주치면 그때 신호를 보내서 주문하는 식이다.

어찌보면 이것도 납득이 된다. 테이블에 앉아서 자신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는데 종업원이 와서 "뭐 주문하시겠어요?"라고 물어본다면 대화에 방해를 받는 것이니까. 아무리 그렇더라도 어떻게 단 한 군데에서도 구입하지 않겠다고 했을까. 독일 사람들은 특별히 불편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던데 여기에도 그런 기질이 연관돼 있나 보다.

한가로운 독일의 풍경

외곽의 풍경
▲ 독일 하노버 외곽의 풍경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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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날씨는 계속 '흐림'이다. 독일의 여름 날씨는 무척 맑을 때가 많은데 봄, 가을은 그렇지가 않다. 특히 4월은 구름이 잔뜩 낀, 언제 비가 내리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가 하루종일 계속된다.

하노버 외곽에 있는 유채꽃밭 사진을 찍으러 갔을 때도 그랬다. 날씨가 좋다면 사진찍기에도 그만큼 좋았겠지만 여전히 날씨는 흐렸다. 눈 앞의 유채꽃이 저 멀리까지 펼쳐져 있고, 한쪽 너머에는 몇 대의 풍차가 돌아가고 있다.

유채꽃과 풍차, 멀리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저 나무 아래 그늘에 앉아서 유채꽃과 풍차날개를 바라보고 책을 읽으며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분간은 독일 하면 맥주가 아니라 넓게 펼쳐진 유채꽃밭이 생각날 것만 같다. 어쩌면 날씨가 흐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외곽의 유채꽃밭
▲ 독일 하노버 외곽의 유채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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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독일 , #하노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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