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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먹고 있는 꽃가루 알레르기성 비염약
 요즘 먹고 있는 꽃가루 알레르기성 비염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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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수시로 터지는 심한 재채기와 콧물 때문에 고생이 장난이 아니었다. 환절기 불청객 감기려니 하고 동네 내과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간단한 진료 후 3일분의 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런데 3일분 약을 다 먹었는데도 상태가 도무지 좋아지지를 않았다. 전부터 감기증세가 있을 때마다 찾았던 단골병원인데 실망이 컸다.

"여보, 이비인후과 한 번 가봐요? 혹시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 아닐까?"

다시 병원을 찾아가려고 하자 아내가 불쑥 던진 말이다. 아내의 충고를 듣고 보니 그럴 듯하여 역시 근처에 있는 이비인후과 병원을 찾았다. 전문의 한 사람이 진료하는 병원 대합실은 환자들로 가득했다. 무려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괜한 고생 하셨군요. 감기가 아니라 꽃가루 알레르기성 비염이네요."

병원에서 너무 오랜 시간 기다릴 수 없어 다른 볼일을 보고 시간에 맞춰 다시 찾은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진료를 마친 의사는 아내의 짐작대로 요즘 많은 꽃가루 알레르기성 비염이라는 것이었다. 요즘 병원을 찾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많으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다른 환자들도 나처럼 감기인 줄 알고 감기 치료를 받다가 뒤늦게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를 받기 시작한지 2일째부터 증세가 완화되기 시작했다. 오늘이 4일 째인데 지금은 불편을 거의 느끼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다. 역시 몸이 아플 땐 확실한 병의 원인부터 알고 치료받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절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꽃가루에 민감한 체질로 변하셨나 봅니다. 나이 들어가시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가능하시면 꽃가루 접촉을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을 때 의사가 한 말이다. 옛날에는 꽃밭에서 뒹굴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꽃가루에 민감한 알레르기성 체질이 되었다니 황당하고 난감하다. 이러다간 꽃피는 아름다운 계절 봄을 기피하는 '봄 기피증' 사람이나 '꽃 기피증'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꽃가루에 민감하게 된 것이 꼭 내 스스로의 체질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올봄에 유난히 꽃가루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많아졌다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어쩌면 올봄 유별났던 기온의 변화무쌍함 때문이 아닐까. 무질서한 꽃피는 순서도 그렇고, 해마다 봄이면 피어나는 꽃들의 순서가 정해져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꽃이 두려워지다

꽃소식은 물론 기온이 따뜻한 남쪽에서부터 올라온다. 나무 종류별로 꽃이 피어나는 순서도 거의 일정했었다. 그런데 올해는 남쪽지방과 이곳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꽃피는 기간의 차이가 전혀 달랐다. 예년에는 3주간의 차이가 나던 것이 불과 1주일 사이로 좁혀져 버린 것이다.

나무들의 꽃피는 순서도 그랬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날씨가 풀리면서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맨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는 생강나무다. 생강나무가 작고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면 뒤이어 산수유나무가 생강나무 꽃과 구분이 어려운 색과 모양의 꽃을 피워낸다.

뒤이어 개나리가 피어나고 뒤질세라 목련이 피어나면서 벚꽃이 뒤를 따른다. 그 다음은 진달래, 연산홍, 명자꽃도 피어나면 화단가에서 솔솔 풍겨오는 향기 따라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라일락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꽃들이 종류별로 피어나는 터울은 짧게는 2~3일에서 1주일 정도.

그런데 올봄에는 이런 순서와 질서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생강나무, 산수유, 개나리와 목련이 거의 같은 시기에 한꺼번에 피어났다. 벚꽃은 느닷없는 꽃샘추위에 엉거주춤 피어났다가 갑자기 내린 많은 봄비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요즘 거리에 흐드러진 이팝나무꽃
 요즘 거리에 흐드러진 이팝나무꽃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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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팝나무 꽃이 한창이다. 근래 몇 년 동안 도시 가로수는 물론이고 지방의 한적한 도로까지 수종개량으로 온통 벚나무 일색이어서 아쉬웠다. 그런데 다행히 서울과 일부 지방도로에 이팝나무를 심은 곳들이 있어서 새하얀 꽃을 피워낸 풍경이 저절로 감탄사를 터뜨리게 하는 것이다.

본래 이팝나무보다 며칠 늦게 피어나는 것이 정상인 아카시나무 꽃들도 덩달아 흐드러졌다. 나지막한 동네 뒷산은 지금 아카시 꽃향기로 범벅이 되었다. 근래 들어 공원이나 도시 야산에서는 수종개량 대상 나무 1순위가 되어있는 아카시나무를 보면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한 때는 사방사업용으로, 요즘처럼 꽃이 한창 피어나면 향기도 좋고 좋은 꿀을 많이 생산하는 나무가 아카시나무다. 양봉업자들에겐 더없이 소중한 나무가 아카시나무다. 그런 아카시나무들이 천대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올봄 이렇게 변덕스럽고 뒤죽박죽 된 날씨 때문에 무질서하게 피어난 꽃들 때문에 꽃가루 알레르기성 비염환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비약일까? 암튼 올봄 갑자기 나타난 꽃가루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걱정이다. 내 체질 탓이 아니고 계절 탓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태그:#알레르기성 비염, #이팝나무, #아카시나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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