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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는 또 빗나갔다. 가끔 소나기가 오고 흐리다고 했는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주말이다. 오늘은 놓칠 수 없었다.

뉴욕 산 지 6년차. 정말 날씨의 변덕스러움을 실감하고 있다. 한 2년 전인가 너무 맑은 날씨에 야외 구경을 가려고 집에 다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집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에 거짓말쟁이 아버지가 되어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것이다.

늦잠 자는 아들놈을 깨우고 대충 챙겨 차를 몰았다. 그 싸늘하던 아침 기온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이른 여름기운을 안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거리를 10년이 넘었으나 아직은 탈만한 내 애완차로 달렸다.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다리 밑쪽에서 열린다는 벼룩시장(flea market)을 가보기로 한 것이다. 뉴욕시만 하더라도 이러한 벼룩시장은 주말이면 맨해튼을 물론 여러 곳에서 수십 군데 이상이 열리는 등 일상화되어 있다.

암흑의 공장지대에서 떠오르는 새 타운으로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지역, 여기는 10여년 전만 해도 공장지대를 비롯한 아주 컴컴한 암흑 지대였는데 맨해튼과 가깝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새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는 지역이다.

놀랍게도 이 벼룩시장도 바로 그 즐비한 새로 지은 빌딩 바로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첨단빌딩 바로 앞에 펼쳐진 '벼룩시장'의 모습이 이채롭다.
 첨단빌딩 바로 앞에 펼쳐진 '벼룩시장'의 모습이 이채롭다.
ⓒ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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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인해는 아니더라도 꽉 들어찬 사람들로 이미 구경거리가 충분하다고 유혹하고 있는 벼룩시장을 열 블록이나 넘게 떨어진 곳에 겨우 주차하고 달려가 볼 수 있었다.

집에서 쓰는 잡동사니부터 저것도 팔려고 내어 놓았나 싶을 정도의 별 쓸모없는 물건까지 진기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처음 보는 진기한 물건들도 많았다.

집안에서 쓰던 온갖 잡동사니가 다 모여있다.
 집안에서 쓰던 온갖 잡동사니가 다 모여있다.
ⓒ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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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세일(Garage Sale)이 일반화된 미국민의 절약정신

다들 나처럼 구경을 왔을까? 아니면 정말 무엇을 사러 왔을까?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했다. 사진을 찍는 내 앞에서 잠깐 멈칫해준 딸을 데리고 온 크리스티라는 미국 여성에게 슬쩍 말을 붙였다.

가끔 한국인도 마주칠 수 있을 만큼 벼룩시장은 북적거렸다.
 가끔 한국인도 마주칠 수 있을 만큼 벼룩시장은 북적거렸다.
ⓒ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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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사러 오셨나요?"
"아니요, 그냥 딸 데리고 겸사겸사."
"어디서 오셨어요? 자주 오시나요?"
"롱아일랜드에서요. 가끔 두어 달에 한 번 정도. 뭐 괜찮은 것이 있으면 사기도 하고요."

롱아일랜드 지역이면 차로도 한 한 시간 거리인데 신이 나 있는 딸의 모습이 제법 예쁘게 보였다.

이곳은 사실 회원제 비슷하게 일정한 돈을 내어야 입점할 수 있는 곳이라 온갖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자유로이 파는 전통적 벼룩시장이라기보다는 상업적 냄새가 약간 가미된, 관광객도 자주 찾는 유명한 벼룩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차로 교외를 돌다 보면 미국민들은 자기들 집 창고에서도 이런 벼룩시장 형태의 물건을 파는 창고세일(garage sale)을 하는 것을 흔하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절약이 생활화되어 있는 것이다.

금강산도 식후경...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아니나 다를까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장마당. 미국도 다르지는 않았다. 땅의 먼지로 별로 위생적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나 배고픔과 호기심에 나도 줄을 서야만 했다.

사실 별 차이 없는 데 왜 밖에서 먹는 핫도그는 더 맛있는지???
 사실 별 차이 없는 데 왜 밖에서 먹는 핫도그는 더 맛있는지???
ⓒ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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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 없어 파리를 날리는 매장도 있었지만 약간 더운 날씨 탓에 유독 이 얼음을 갈아 약간의 시럽을 뿌려 주는 장사가 대박을 내고 있었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주인은 신이 난 듯 아주 포즈를 잘 잡아주었다.

그냥 얼음만 갈아서 종이컵에 담아 우리돈 3천원, 아주 대박을 내고 있었다.
 그냥 얼음만 갈아서 종이컵에 담아 우리돈 3천원, 아주 대박을 내고 있었다.
ⓒ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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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넓지는 않았지만 이 벼룩시장을 차근히 돌아보고 나오는데 벌써 두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테러 위협에도 관심 없는 조용한 주말 오후의 허드슨 강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일주기라 테러 위험이 있다고 연일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데도 뉴욕은 아주 고요하고 조용한 주말의 오후를 넘기고 있었다.

벼룩시장 바로 옆 공원에서 맨해튼의 전경이 보이는 잔디에 눕기도 하고 앉자서 이야기를 나누는 미국인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론 그 여유로움이 부럽기도 했다.

주말 오후 평화로운 뉴욕시 부르클린 허드슨 강변가 공원
 주말 오후 평화로운 뉴욕시 부르클린 허드슨 강변가 공원
ⓒ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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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변덕스러운 날씨. 구름 한 점 없던 날씨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이 맑았던 기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태그:#벼룩 시장,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허드슨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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